바나나가 더 일찍 오려면
(정진호 그림책 / 사계절)
민주 씨가 아침 대신 먹을 바나나를 주문한다.
아침 일찍 도착하도록.
바나나가 일찍 도착하려면
택배 기사는 새벽에 출발해야 한다.
택배 기사가 새벽에 출발하려면
더 일찍 문을 연 주유소에 가야 한다.
- 본문에서
주문한 바나나가 새벽같이 문 앞에 배송되기 위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 노동이 이어집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결제도 주문도 1초 만에 끝나지만
마법 같은 새벽 배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동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지요.
사계절 출판사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손을 잡고 준비한
민주인권그림책 중 한 권입니다.
민주인권그림책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성실히 다룬 논픽션 시리즈입니다.
총 8권으로 기획된 책 중에 세 권이 출간되었는데요.
예전부터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던 물류센터의 택배 노동자들이 떠올라서인지
이 책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처럼
우리 사회를 촘촘하게 연결하는 노동은
첫 페이지에서 예감한 것처럼 끝과 끝을 잇고 있습니다.
평소보다 더 일찍 일을 나가기 위해
아침밥 대신 먹을 바나나를 주문하는 민주 씨의 모습으로요.
단순한 선과 색으로 담담하게 현실을 담아냈지만
그 메시지만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논픽션 그림책입니다.
모든 변화는 발견에서 시작되지요.
질문도, 행동도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같은 계절을 맞이했지만 저마다의 밀도로 견뎌 낼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에 떠오르는 답을 함께 곰곰이 들여다보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의미 깊고, 고마운 시리즈네요. 나온 책, 나올 책 모두 의미와 재미, 감동까지 두루 담겨 있네요.
이리 좋은 책이 줄줄이 나오는 걸 모르고 있었네요.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넝쿨님 :-)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