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 박철순은 추석(10월 1일)을 이틀 앞둔 9월 29일 후기리그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 삼성전에 등판했다.
그는 번트수비를 하다 허리를 삐끗한 뒤 연장전까지 던졌으나 12회말 함학수에게 끝내기 내야안타를 맞고 2-1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서울의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병실에서 추석을 보낸 그는 한국시리즈에 무리하게 등판했다 부상이 커져 이후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을 보내야 했다.
●85년 OB 대형 트레이드 회오리
OB는 원년 우승 이후 이듬해부터 하위팀으로 전락했다. 85년 전기리그를 2위로 마감한 OB는 후기리그서 6개 구단 중 5위로 내려앉자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했다. 삼성의 통합우승으로 일찌감치 시즌이 끝난 그해 OB는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김우열 이홍범 등 무려 14명을 트레이드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박용민 단장과 경창호 운영부장 등의 주도 아래 김성근 감독이 추석 연휴에 직접 작성한 대대적인 ‘살생부’였다.
●86년 최동원 3년연속 20승 실패
86년 추석 하루 전날인 9월 17일 잠실구장에서는 피말리는 경기가 열렸다. MBC와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놓고 다투던 OB로서는 반드시 롯데를 이겨야 했다. MBC가 전주에서 이미 해태를 꺾은 터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지면 OB는 탈락이었다. 롯데는 매정하게 최동원을 선발로 내보냈다. 19승을 기록 중인 최동원으로서도 3년 연속 20승 기록이 걸려 있어 남을 탓할 수만은 없었다. 8회까지 3-1로 뒤지던 OB는 9회말 무사 1루서 김형석의 기적 같은 2점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최동원의 넋이 나간 틈을 타 곧바로 신경식의 3루타에 이은 수비수의 송구 실책으로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89년 태평양 승리수당 때문에
만년 꼴찌 태평양은 사상 최초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구단은 추석 연휴 전날인 10월 12일 선수단에 ‘1승당 200만원’의 승리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펄쩍 뛰었다. “200만원으로 어떻게 선수단 전원에게 나눌 수 있느냐”며 구단에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구단과 선수단 사이에 알력이 생겼다. 태평양은 OB의 추격을 가까스로 물리치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으나 해태에 무참히 3연패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90년 사상 최고의 타격왕 레이스
9월 29일 LG는 정규시즌 1위를 확정했지만 전날까지 타격 1위였던 2년생 노찬엽이 1타수 무안타로 시즌을 타율 0.333으로 마감했다. OB가 “꼴찌도 서러운데 타격왕마저 라이벌팀에 내줄 수 없다”며 고의4구 2개를 내줘 노찬엽은 꿈을 접어야 했다. 28일 빙그레 이강돈이 4타수 2안타를 치며 0.33486의 타율로 1위로 올라선 뒤 시즌을 마감했다. ‘넘버3’였던 한대화는 10월 1일 2타수 2안타로 노찬엽을 제친 뒤 추석 전날인 2일 인천 태평양전에 나섰다. 3타수 2안타를 쳐야 타격왕. 한대화는 정확히 3타수 2안타를 쳐 타율을 0.33493로 끌어올려 7사 차로 타격왕을 먹었다.
●95년 시작된 해태의 추석 괴담
95년 해태는 추석연휴에 OB와 홈 4연전을 치렀다. 방위로 복무 중인 이종범까지 나설 수 있어 여차하면 4연전을 다 잡고 3위까지 넘보고 있었다. OB는 투수가 없어 송재용을 첫 선발투수로 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OB의 4연승. 해태는 결국 3위 롯데에도 4.5게임 차로 뒤져 4위를 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두산은 이 기세를 몰아 정규시즌에서 0.5게임 차로 LG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98년에도 추석 이틀 전부터 2연전을 벌였다. 해태는 1무1패만 해도 됐지만 2연패를 한 뒤 결국 5위로 미끄러졌다. 그 대신 OB는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방어율 1위가 확정적이던 임창용은 대량 실점을 한 뒤 빈볼을 던지다 징계까지 받았다.
●2001년 웃다 운 신윤호
2001시즌 혜성처럼 등장한 신윤호에게 그해 추석은 ‘병 주고 약 준’ 한가위였다. 신윤호는 추석 연휴이던 10월 2일 롯데전에서 구원승을 올려 15승으로 롯데 손민한과 다승 공동선두로 뛰어올랐다. 승률도 공동 1위가 됐고 구원 단독 1위로 LG 역사상 최초로 투수 3관왕이 됐다. 그러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날까지 물밑에서 잠자고 있던 롯데 박석진이 3일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방어율 2.98로 단독 1위가 됐다. 3.12의 방어율이던 신윤호는 2위로 떨어져 4관왕이 물거품이 됐다. 이승엽에게 밀려 MVP 투표에서도 물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