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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活)의 무예 - <수박도(手搏道)> |
| 무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깨달음’ |
고구려 ‘안악고분벽화’에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우리 전통의 맨손무예 ‘수박도(手搏道)’. 이 고분벽화에는 격투기와 씨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수박(手搏)이란 우리 선조들이 수련했던 무예로 수박, 수박기, 수박희란 명칭으로 불렸으며 처음에는 화수도(花手道), 당수도(唐手道)란 명칭으로 사용되다가 지난 1960년 6월 대한수박도회의 탄생과 함께 수박도로 개명하여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수박도는 지금 우리에겐 씨름이나 택견에 비해 조금 낯설지만 사실 고려시대나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무인으로 출세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무예였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수박은 선조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전해지다가 수박은 조선시대에 발간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기록됨으로써 그 빛을 보게 되었다.
무예도보통지란 제14대왕인 선조 때부터 제22대왕인 정조 때까지 약 260년 동안 이덕무, 박제가 등에 의해 세 차례에 걸쳐 보완하여 총 24기가 기록된 조선 후기의 무예 훈련 교범으로 무예 관련 서적 225종과 동양 3국의 무예가 총 망라되었으며 우리의 체질과 기후, 풍토, 지형 등에 맞게 새로이 정립된 전통무예의 꽃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무예도보통지는 현재에 와서 그 가치가 재조명되는 중에 있다. 8・15광복 전후 우리나라 무도계는 ‘무덕관’과 ‘청도관’이 쌍벽을 이뤘다. 전국에 수련관을 두어 관원들을 수련시켰다. 이 때 무덕관 제1대 관장이었던 고 황기(黃琦)관장이 지인들 및 나현성 서울대 교수와 함께 우리나라 전통무술을 담고 있는 ‘무예도보통지’를 바탕으로 ‘수박도’를 재현해, 1960년 ‘수박도협회’를 만들었다. 우리 민족 고유의 육로형과 십단금형의 무술을 재현했고, 화선형과 칠성형 등의 전통무예의 형과 수련법을 전승하게 되었다.
6・25 사변 이후에는 중・고등학교 내 과외 활동과 육・해・공군과 일반인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되었으며, 1960년에 이르러서는 한국 내 전 미군부대에서 수박도의 이전 명칭인 당수도를 수련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1955년 부터는 국제적인 교류가 이루어졌으며 이후 미국, 중국, 일본 등과 국제 연무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1960년 6월 30일, 드디어 ‘대한수박도회’라는 명칭으로 행정부에 법적 등록을 하게 됐다.
그러나, 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 무덕관은 존폐의 위기를 맞게 된다. 5·16군사혁명 이후 수박도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1961년 군사혁명 이후 최홍희 육군소장의 인위적인 무도계 통합계획에, 당시 절대다수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었던 수박도 수련관은 분열되고 수박도를 고집하던 무술인들도 정치적 핍박을 받았다. 또한, 고(故) 황기 관장과 무덕관은 그러한 의도에 굴하지 않고 반대한다는 이유로 탄압과 협박을 받았으며, 무덕관 사범들의 해외 여행이 금지되는 등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결국 무덕관은 태권도협회에 가담한 편과 순수한 무도단체로서의 수박도회를 지켜나가려는 편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무덕관을 소멸하려는 의도에 실패한 당시 정부는 문교부장관을 통해 대한수박도회를 불법적 단체로 몰아 ‘해산 지령문’을 보내왔다.
이에 무덕관은 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 후, 정부는 대법원에 이의가 있다고 상소하였으나, 대법원에서도 승소판결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부당한 압력은 계속되었다.
국내에서는 재기의 어려움이 많았기에, 당시 해외무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황 관장은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뉴저지주 스프링필드에 본부를 차리고 전 세계에 ‘수박도’를 전파하게 된다. 수박도는 지난 1945년 교통부에 당수도부를 설치해 무덕관을 개관한지 60주년이 되는 2005년도에 강원도 속초에서 세계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9월28일부터 10월2일까지 화랑도의 수련장이었던 속초에서 열린 세계대회를 계기로 국내에서 홀대받은 ‘수박도’가 다시 빛을 발하게 되었다. 이 대회에서 수박도는 고단자 심사대회와 무덕관 창립행사를 가졌고, 국내 무덕관 수련 무술인 1000여명과 수박도를 익히는 600여명의 외국인이 참석했다.
이는 대를 이어 무덕관을 이끌고 있는 황현철관장과 수석사범 이동규씨 등 수박도 관계자들의 노고로 인해 세계인의 무도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또한 수박도와 무덕관을 발전시켜온 황 관장은 지난해 세계적인 무술잡지인 ‘블랙벨트’지로부터 ‘2005 무술인’으로 선정되어 상을 받았다. 부친인 황기 관장이 1980년대에 이 상을 받은 바 있는데 부자가 모두 이 상을 탄 것은 이번에 처음이라고 한다. 무덕관은 1960년 이후 꾸준한 해외 진출을 통하여 국내 외에도 캐나다, 미국, 필리핀 등 27개국에 해외 지부를 두고 있으며, 각종 행사 및 세계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현재 월드무덕관연맹을 중심으로 4만5,000명의 유단자와 30여만명의 수련자들과 함께 우리 전통무예를 수련, 전수하고 있으며 전세계에 한국 무도와 그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또 고(故) 로널드 레이건 미(美) 대통령, 유명 영화배우 척 노리스를 비롯한 많은 유력인사들도 수박도에 심취하면서 민간차원의 국가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수박도의 국내 지부는 서울, 경기, 충북, 대구 등 21곳이 있으며, 대학 동아리로 활동하는 곳은 항공대, 고려대, 아주대가 있다.
현재 무덕관은 동아리와 동호회 중심의 활발한 활동과 각종 대회의 유치, 홍보, 개최 등 3대 주력 사업을 선정하여 추진하며 수박도의 활로 모색을 위해 노력중이다.
흔히, 태권도의 한 종류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수박도의 기본원리와 동작은 13세(품세)와 3공법에 기초를 두고 있다. 3공법에는 수기, 족기, 대련을 중심으로 하는 외공과 고른 호흡을 통해 익히는 내공과 정신 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심공이 있다.
외공은 신체근골을 강건하게 하고, 내공은 신체내부기관의 기능을 단련해준다. 13품세는 동양철학의 5행, 8궤에 기초를 두고 이들의 조화를 중시한다. 특히 수박도는 체중과 거리, 속도, 인체의 각도, 작용과 반작용등 과학적인 원리를 응용한 점이 특이한데, 이 때문에 가라테나 쿵푸와는 달리 허리의 힘을 유난히 강조하며 화려한 발기술과 도수(徒手)가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