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한강마라톤동호회(http://cafe.daum.net/mbcmarathon
게 시 판 : 자유게시판
번 호 : 1764
제 목 : 오버페이스의 교훈
글 쓴 이 : 이광복
조 회 수 : 60
날 짜 : 2003/04/21 11:14:33
내 용 :
비오는 일요일, 여주에서 `오버페이스가 빚는 참사"를
혹독하게 경험하며 큰 교훈을 얻고 왔습니다.
당초 저는 3시간 40분대를 깨고 30분대에 진입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서는 섣불리 시도하지
않는게 좋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 내리는 날씨를 만난 겁니다.
그래서 30분대 진입을 시도하기로 하고 평소 하프 페이스보다
약간 늦다고 생각되는 속도로 시작했습니다.
초반에는 비교적 순조로웠습니다. 5분 랩타임 24분 11초.
오버페이스는 아니었지만 초반인만큼 조금 더 천천히...라고
달래며 달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페이스가 갈수록 늦어지는게 아니라
빨라지는 것이었습니다. 5km단위로 약20초씩.
그러더니 반환점(하프)까지 1시간 42분50초라는 기록이
나왔습니다.(물론 모두 제 시계의 기록입니다)
제 하프기록보다 딱 3분 늦은 기록.
5분이상 오버페이스 한 겁니다.
비가 오는 날씨가 오히려 몸의 상태를 잘못 파악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에 열이 많이 나거나 하지 않는 바람에 컨디션이
매우 좋다고 착각을 했다고나 할까요?
큰 일 났다는 생각에 약간 페이스를 떨어뜨렸습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페이스를 늦추기는 했지만 이건 작전상 페이스를 조절한 것이
아니라 지친 몸이 페이스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때문이었습니다.
당연히 25Km부터는 5분 랩타임이 27-28분까지 쳐졌습니다.
첫 풀코스 완주 때 말고는 거의 느껴본 적이 없는
마라톤 벽이 30km도 안돼 시작됐습니다.
이렇게 절실히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던
것같았고, 걷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길옆에 앉아
푹 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특히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며 한두걸음 걸은뒤 다시
달리는데 그렇게 힘들수가 없었습니다.
시동이 잘 안걸리는 겁니다. 다리가 천근만근...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바로 달려나갔거든요.
그래서 "만약 걸으면 끝"이라고 채찍질하며 걷는 속도밖에
안되더라도 하여튼 달린다는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게다가 여주 코스의 언덕, 그거 정말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춘천, 동아 그런건 코스도 아닙니다.
남산 북측 순환도로 가보신 분 계신가요?
그거 주~~~욱 늘린 것같은 코스입니다.
1km마다 거리표지판을 세워놓았는데 언덕시작때
표지판이 하나 있고, 그 언덕이 끝나기 전에 표지판이
또 하나 세워질 정돕니다.
이런 언덕이 3개쯤 있고 그 새끼같은 게 몇개 더
있습니다.
언덕을 오르내리며 쌓인 근육의 피로도도 후반 페이스
저하의 큰 요인이 됐던 것같습니다.
평소 저는 하프건 풀코스건 반환점부터 피니시 라인까지의
후반 시간이 오히려 전반 시간보다 빠르게 페이스 배분을
했고 항상 그렇게 지켜왔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골인후에도 `힘이 남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날은 이를 악물고 골인한 후 한발짝도 떼기 힘든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처음 하프를 뛰었을 때도, 풀코스 머리를 얹었을 때도
이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여튼 한동안 스트레칭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오버페이스가 준 교훈--- 정말 다시한번 뼈저리게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레이스였습니다.
페이스---이만큼 중요한 겁니다.
오버페이스---이만큼 혹독한 겁니다.
여러분, 오버페이스하지 마세요. 그냥 죽음입니다.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글 올립니다.
***그래서 기록이 어떻게 되냐구요?
아직 공식기록이 나오지 않았던데...
제 시계로는 3시간 44분 41초였습니다.
이인숙::
정말 애 많이 쓰셨습니다. 본인에게는 교훈이 남는 대회가 됬군요.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힘들다고 쓰셨는 데도 바라보는 저는 부럽기만 하네요.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2003/04/21]
우주(정평덕):: 고생하셨읍니다..좋은교훈 명심하겠읍니다.. [2003/04/21]
김칠봉:: 우선 무사히 완주하신걸 축하합니다. 동마때처럼 윤마교도 없었는데 혹 다른 분이 골인지점에 기다리신것 아닐련지? 다음 청문회때 밝히겠습니다.이광복 선배님 히~~~ㅁ [2003/04/21]
친친(문형호):: 음~ 다리가 천근 만근이었다면 합하여 천만근이 되는군요...무거우신 다리 하늘로 높게 쳐들어 피로를 푸시기 바랍니다. 따끔한 교훈 잘 얻어갑니다. 힘~~~~~~~ [2003/04/21]
권순백:: 좋은 교훈 감사합니다. 그래도 대단한 실력이시네요. 몸 관리 잘하시고요 건강하게 다시뵙기를 바랍니다. (여주 휴게소에서 점심 먹었는데 ^ ^) 윤마~~~윤마~~~~힘!!!! [2003/04/21]
박진수:: 몸 잘만드시고 담주에 뵙겠습니다. [2003/04/21]
정병도:: 애많이 쓰셨습니다 그런 줄 알았더라면 제 페이스 메이커 시간 계획표를 한장 복사해 드릴걸 그랬군요 암튼 빨리 회복 하시고 완주주 한 잔 하시죠 [2003/04/21]
늦깎이(김병...:: 3월16일 동아마라톤도 뛰시고 또 full course라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마라톤에서 over pace는 금기인줄을 이 늦깎이는 이미 경험을...!!! 아무쪼록 몸조리 잘 하시고 이번주 주례에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윤마교" 힘..힘.. [2003/04/21]
김정범:: 동아 뛰시고 불과 한달여 만에 다시 또 full course 완주 하심에 경하 드립니다. 완전한 고수의 경지에 올라서셨나 봅니다. 아무 쪼록 회복 잘 하시고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광복 횐님 힘!!! and 윤마 힘!!! [2003/04/22]
이정아:: 팔일오를 생각나게 하시는 이선생님.. 건강하신 모습으로 가끔이라도 뵐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직은 멀었지만 훗날을 위해 새겨두겠습니다. [2003/04/24]
첫댓글 소중한 교훈, 가슴에 새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