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인명단에 올라 교복이라는 죄수복을 입고 선생이라는 간수의 눈치를 살피며 공부라는 노동을 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졸업이라는 석방을...
생각이 나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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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나
한 고교생의 자퇴선언서
2002년 9월5일 나는 대전 만년고등학교에서 보낸 4개월 동안의 짧은 학교생활을 마감합니다. 나는 “학교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는가”라는 물음으로 자퇴선언서를 시작하려 합니다. 과연 “학교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었나” 이 물음은 학교의 기본 목적인 ‘교육’에 대해 “학교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충실했는가”라는 질문으로 돌려 말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학습의 장’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회의 축소판’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만년고등학교에 입학해 처음 들은 ‘교장 훈화’에서부터 학교는 학습의 장도 사회의 축소판도 아니었습니다. 오직 대입시를 위한 학력 신장의 장일 뿐이었습니다.
교육을 ‘국가 백년대계’라고 합니다. 그만큼 교육은 한 나라의 미래를 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공교육에 ‘백년대계’라는 말은 단지 꿈일 뿐입니다. 이 나라의, 그리고 내가 적을 두고 다녔던 만년고등학교의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 수준의 교육이 아닌, 즉 ‘먼 앞을 내다보고 사회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닌, 단지 ‘입시’를 위한 교육이었다고 나는 단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입시학습’은 동네 학원에서도 받을 수 있습니다. 굳이 ‘학교’라는 틀 안에 갇히지 않아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학교는 각 문제의 본질을 가르치고, 한사람 한사람의 학생을 지도해 나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지금 학교는 그런 것을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곳입니다. 오직 입시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라는 학교의 방침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와 같은 ‘양심적 자퇴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양산될 것입니다.
학교에서 내가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교육을 받지 않았으냐’고 말하겠지만 그것은 한편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자동차 살 때 교육세 물고, 담배 한갑 사면서도 교육세 물고, 기름 넣으면서 교육세 무는데, 교육 받지 말라는 것은 그냥 세금을 ‘기부’하라는 것이겠지요. 세금을 내는 대가로 받는 것이 교육입니다. 그 위에 저는 석달 동안 몇십만원을 학교에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나는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학교는 나에게서 몇가지를 빼앗았을 뿐입니다.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을 ‘필요 없는 것’으로 매도한 교사진들에 의해 저는 학교가 주어야 마땅한 것을 빼앗겼습니다. 원리를 배우고 실험하며 학습을 확인하는 것이 학교의 목적이지만, 이미 학교와 교사들은 ‘문제풀이 노예’가 되어서 우리들에게 ‘문제풀이 요령’만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교는 나의 개성을 빼앗아갔습니다. 우리들 모두에게 군복(교복의 유래는 군복입니다)을 입혀 ‘통제 대상’ 이상으로는 여기지 않았고, ‘머리 기를 자유’를 앗아 신체의 자유권조차 빼앗았습니다. 불법적 수업에 대항하는 저에게 ‘반동분자’라는 탈을 씌웠습니다. ‘준법’이라는 가치가 ‘반동’이라는 메아리가 되어버렸습니다.
학교는 원칙을 저버렸습니다. 원칙에 기준해 학생들을 교육해야 할 학교에 원칙은 없었습니다. 학교는 이렇게 썩어들어갔습니다. ‘상위권 6개반만 모의고사를 보자’라는 편법까지 동원해가면서 ‘성적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고, ‘대입’을 위해서 개인의 시간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자율학습이란 이름으로, 보충수업이란 이름으로 학생들은 내기 싫은 돈을 학교에 바쳐가면서 일부 교사들의 용돈 지갑 채우기에 이바지했습니다. ‘사회적 대의명분’이라는 이름 앞에 교육인적자원부 시행령과 공정거래법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런 학교에 다시 한번 의문을 제기합니다. ‘학교는 무엇을 하기 위해 세워졌는가’라고. 나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 교육인적자원부 산하 고등학교를 모두 경매에 붙일 것을 제안합니다.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만들어 ‘귀족 교육’까지 하는 마당에, 해선 안 될 것이 뭐 있겠습니까 ‘고등학교’라는 이름을 내리고, ‘학원’으로 모든 학교를 등록할 것을 제안합니다. 어차피 가르치는 것은 똑같지 않습니까
나는 학교를 떠납니다. 계속 다녀야 ‘안정된 대학에 가고, 안정된 직업을 잡고, 안정된 가정을 꾸릴 수 있다’고 말하는 학교를 떠납니다. 나의 양심이 ‘계속 학교 다니면서 안정된 대학에 가고, 안정된 직업을 잡고, 안정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을 굴복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나는 내 식대로 갑니다. 나는 내 식대로 살고자 합니다.
이태우/ 우리스쿨(urischool.org) 대표
위 글은 오늘자(9월 12일) 한겨레 신문 왜냐면에 실린 글이다.
나란 존재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최고 학벌의 소유자다.
고등학교 때, (잘은 기억이 안 나지만, 아니 스스로
아니다고 위안하고 있지만) 좋은 대학교 들어가려 나름대로
애썼으니까 들어온 거겠지...
학교 다니면서, 자부심 같은 것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다.
또 이를 이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아마 지금도 내 무의식에는 이와 같은 것이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벗어나려고 정말 노력했던 것도 사실이다.
마음 속엔 항상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무척이나 괴롭다.
하지만 이는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