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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폰카 에세이/광복절 특집】
산책길에 만난 ‘무궁화’가 말하기를
― 의미 있는 두 곳 ‘무궁화 이야기’를 경청하다
윤승원 수필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도솔산 등산 후 내원사에 도착했다. 사찰 경내 배롱나무꽃이 장관이었다. 한그루가 아니다.
대적광전(大寂光殿) 앞에 한 그루, 대웅전 양옆으로 두 그루의 배롱나무가 진분홍 꽃을 활짝 피워내고 있었다.
▲ 도솔산 내원사 경내 환상적인 배롱나무꽃(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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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꽃을 감상하노라니, 참으로 경이롭다.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배롱나무는 껍질이 없다. 그래서 욕심이 없는 나무. 무욕(無慾)과 청렴(淸廉)의 상징이다. 사찰이나 서원, 향교, 선비의 고택에서 많이 보게 되는 이유다.
풍경 소리, 목탁 소리가 어우러진 사찰 경내에서 환상적인 배롱나무꽃에 흠뻑 취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사찰 입구에서 무궁화가 활짝 웃는 얼굴로 손짓했다.
▲ 사찰 입구에 활짝 핀 무궁화(사진=필자 윤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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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선생님, 배롱나무꽃을 진지하게 감상하시는 모습, 정말 보기 좋네요. 그런데 같은 시기, 같은 계절에 피는 꽃이 어디 배롱나무꽃뿐인가요?
공교롭게도 저 역시 8월 중순 이 계절이 절정이랍니다. 배롱나무꽃 감상하듯이 저를 가만히 보세요. 배롱나무꽃 못지않게 신비스러운 데가 있답니다.”
깜짝 놀랐다.
환상적인 배롱나무꽃에 취해 다른 나무는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무궁화가 활짝 웃으면서 손짓하다니.
무궁화가 말을 이어갔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으로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품고 있지요.”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내가 말했다. 그리고는 맞장구를 쳤다.
“무궁화는 영원함의 상징이지요. ‘무궁(無窮)’이라는 뜻처럼 끊임없이 피고 지는 모습이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의 상징으로 알고 있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끈기와 강인함의 상징이기도 해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이 우리 민족의 근면성과 인내, 그리고 끈기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꽃이지요.”
그랬더니, 무궁화가 특유의 큰 웃음을 날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 무궁화는 역사적인 정체성도 분명해요. 신라가 스스로를 ‘근화향(槿花鄕: 무궁화 나라)’이라 부르는 등 고대부터 한반도 정체성을 드러내는 꽃으로 전해지고 있지요.”
무궁화가 역사 속 상징을 언급하니, 나도 할 말이 많아졌다.
“조선 말 개화기 이후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노랫말이 들어가며 대중적 상징성이 더욱 강화되었지요.
일제강점기에는 무궁화를 탄압하는 흐름 속에서도 보존과 보급 운동이 전개되었고, 독립정신과 민족의 얼을 상징하는 꽃으로 의미가 또렷해졌습니다.”
그러자 무궁화가 신이 난 표정이었다.
“오랜 세월 수필 문학을 공부해오신 윤 선생님은 무궁화에 대한 상식도 풍부하시네요. 손자분에게 가르쳐 줘도 좋겠어요.”
무궁화의 과분한 칭찬에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무궁화에 대한 남다른 인연과 에피소드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내가 가만히 있기 어려웠다.
“국장(國章)이나 국새(國璽) 등 국가를 대표하는 문장(紋章)에서도 무궁화 도안이 활용되지요. 대통령 표장이나 국회의원 배지, 법원 마크 등 공공기관 상징에도 사용되잖아요.
어디 그뿐인가요? 제가 과거 몸담았던 경찰관서 계급장도 무궁화문양으로 돼 있어요.”
▲ 경찰관 계급장에 새겨진 무궁화 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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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무궁화가 손뼉을 치면서 환호했다.
무궁화가 손뼉을 치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하지만 사실이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일선 경찰관의 어깨에 무궁화가 피어있다는 있다는 사실에 손뼉을 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만한 가치와 보람 있는 직업이 어디 있느냐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여기까지 무궁화와 즐거운 표정으로 대화하고 산에서 내려오는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위대한 인물’이 손을 흔들었다.
배재학당에 세워진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 동상이다.
▲ 배재학당에 세워진 건국 대통령 <우남 이승만 박사 상>(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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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 건국 대통령 바로 옆에도 무궁화가 활짝 피었다.
배재학당 화단의 무궁화가 말했다.
▲ 배재학당 우남 이승만 박사 동상 바로 옆 화단에 핀 무궁화(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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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선생님, 사찰에 있는 ‘무궁화 친구’와 유익한 말씀 나누시는 걸 잘 들었어요. 이곳도 빠뜨리지 않고 찾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곧 8.15 광복절이 다가오는군요. 저는 건국 대통령 바로 옆에서 꽃을 피우고 있으니 더욱 뜻깊고, 애국심이 끓어오른답니다.
애국가 가사가 그대로 따라오네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광복을 위해 애썼던 건국 대통령 동상 앞 화단에서 무궁화가 힘차게 불러주는 애국가 가사가 오늘따라 눈물겹도록 고맙게 들려왔다. ■
(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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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11.
윤승원, 광복절을 앞두고 무궁화와의 대화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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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 감상평
윤승원 선생님의 이번 「산책길에 만난 ‘무궁화’가 말하기를」은 광복절을 앞둔 시점과 무궁화라는 소재가 절묘하게 만난 작품입니다.
특히 평범한 산책길에서 만난 꽃을 의인화하여 역사와 애국, 개인의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점이 돋보입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꽃을 보는 글’에서 ‘꽃에게 듣는 글’로 시선을 전환했다는 데 있습니다.
처음에는 내원사 경내의 배롱나무꽃이 작품의 중심인 듯합니다. 대적광전과 대웅전 주변을 수놓은 진분홍 배롱나무꽃, 풍경과 목탁 소리가 어우러진 사찰의 정경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펼쳐집니다.
그런데 작가는 그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이 순간 작품의 문이 열립니다.
무궁화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 자연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에서 대화의 주체로 변합니다.
이것이 이 작품을 단순한 꽃 감상 에세이가 아니라 하나의 문학적 우화이자 역사 에세이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1. 배롱나무에서 무궁화로 ― 아름다움에서 정신으로
배롱나무와 무궁화의 대비가 매우 흥미롭습니다.
배롱나무는 사찰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무욕과 청렴을 상징합니다. 반면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국가적 정체성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작품의 흐름을 보면,
배롱나무 → 무욕·청렴 → 무궁화 → 끈기·강인함 → 역사·민족 → 광복이라는 의미의 확장이 이루어집니다.
즉 처음에는 꽃의 아름다움으로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나라의 역사와 광복의 의미에까지 도달합니다.
이것이 이 작품의 문학적 상승 구조입니다.
2. ‘무궁화와의 대화’라는 의인화가 작품을 살립니다
무궁화에게 말을 하게 한 것은 단순한 재미를 위한 의인화가 아닙니다.
“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무궁화는 어느 순간 우리 민족의 역사를 기억하는 증언자가 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대목이 그렇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
그리고 작가와 무궁화가 서로 역사와 의미를 주고받으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무궁화의 상징성을 되새기게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작가가 일방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작가가 말하고 → 무궁화가 받아주고 → 다시 작가가 응답하는 대화 형식을 취함으로써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친근하게 풀어냈습니다.
특히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구성한 부분은 이 작품에 세대 전승의 의미까지 더해줍니다.
3. 개인의 삶과 국가 상징을 연결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제가 특히 주목하고 싶은 대목은 경찰관 시절의 기억입니다.
무궁화가 국가적 상징이라는 설명에서 그치지 않고,
“제가 과거 몸담았던 경찰관서 계급장도 무궁화문양으로 돼 있어요.”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무궁화는 더는 교과서 속의 상징물이 아닙니다.
작가 자신의 청춘과 직업적 삶을 함께 살아온 꽃이 됩니다.
국가를 상징하는 무궁화와 경찰관의 계급장을 연결함으로써 작가는 거대한 ‘나라의 역사’를 자신의 개인사 안으로 끌어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한 애국적 담론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삶 속에도 무궁화가 피어 있었다.”라는 개인적 고백으로 읽힙니다.
이 부분에서 작품의 진정성이 생깁니다.
4. 마지막 ‘두 번째 무궁화’가 작품을 완성합니다
이 작품의 구조적인 장점은 무궁화를 두 곳에서 만나게 한 것입니다.
첫 번째 무궁화는 내원사에서 만납니다.
그곳에서는 무궁화와 대화를 나누며 무궁화의 의미와 역사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무궁화는 배재학당의 건국 대통령 동상 옆에서 만납니다.
이 두 번째 만남이 매우 중요합니다.
첫 번째 무궁화가 ‘무궁화의 의미’를 말하는 꽃이었다면, 두 번째 무궁화는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애국가의 가사가 등장하면서 작품 전체가 하나로 수렴됩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처음에는 사찰의 꽃을 바라보던 산책객이었는데, 마지막에는 광복절을 앞두고 나라와 역사와 자유를 생각하는 한 사람의 시민으로 서 있습니다.
이것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결말입니다.
5. ‘폰카 에세이’라는 장르적 특성도 잘 살아 있습니다
윤승원 선생님의 폰카 에세이에는 특유의 장점이 있습니다.
걷다가 발견하고 → 스마트폰으로 기록하고 → 생각을 붙이고 → 자연과 대화를 나누며 → 삶의 의미로 확장하는 방식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 방식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산행 후 내원사에서 우연히 배롱나무를 보고, 다시 무궁화를 발견하고, 또 배재학당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있기 때문에 독자는 마치 작가와 함께 산책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사진 한 장이 생각 한 편이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폰카’라는 말이 단순히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계기로 생각을 포착하는 문학적 장치가 되고 있습니다.
6. 광복절을 앞둔 8월 11일에 발표했다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작품의 발표일이 2026년 8월 11일이라는 점도 상당히 절묘합니다.
광복절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무궁화를 바라보고, 그 꽃을 통해 민족의 역사와 애국가를 떠올리는 것은 작품의 시의성을 크게 높여줍니다.
더욱이 제목에 ‘산책길에 만난 무궁화’라고 되어 있기 때문에 거창한 역사 논설처럼 시작하지 않습니다.
그저 산책길에서 꽃 한 송이를 만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그 꽃이 작가에게 역사를 말하고, 나라를 말하고, 자신의 지난 삶을 말하게 합니다.
바로 이러한 것이 수필의 힘입니다.
■ 문학평론가의 총평
이 작품은 한마디로 ‘꽃을 통해 역사를 읽고, 역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생활문학’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특히
배롱나무의 무욕과 청렴 → 무궁화의 끈기와 강인함 → 경찰관으로 살아온 개인사 → 배재학당의 역사적 공간 → 광복절 → 애국가로 이어지는 연상 구조가 자연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애국을 거창하게 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작가는 태극기를 흔들거나 구호를 외치지 않습니다. 그저 산책길에서 꽃을 보고, 꽃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기억을 꺼내 놓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르러 독자의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애국가가 울립니다.
그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문학적 성취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
“오늘따라 눈물겹도록 고맙게 들려왔다.”는 앞에서 축적해 온 모든 이야기를 ‘감동’이라는 한 점으로 수렴시키는 결구입니다.
칠십 대의 작가가 산책길에서 만난 한 송이 무궁화를 통해 꽃의 아름다움, 자신의 삶, 경찰관으로서의 기억, 우리 민족의 역사, 광복의 기쁨을 한데 엮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윤승원 선생님의 폰카 에세이가 지향하는 ‘일상에서 역사와 문학을 발견하는 글쓰기’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이 작품의 핵심 문장을 하나 고른다면 이렇게 압축하고 싶습니다.
“꽃을 바라보았더니, 꽃이 역사를 들려주었다.”
바로 그것이 이번 「산책길에 만난 ‘무궁화’가 말하기를」의 문학적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 덧붙이는 말
윤 선생님의 글에는 늘 산책길의 작은 풍경 하나를 삶과 역사, 사람에 대한 생각의 폭으로 넓혀 가는 힘이 있습니다.
이번 글은 특히 광복절을 앞두고 무궁화라는 꽃이 선생님의 지난 삶과 우리 민족의 역사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가 되었다는 점에서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의 “눈물겹도록 고맙게 들려왔다”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지식으로 설명한 애국이 아니라, 한 생을 살아온 사람이 꽃 한 송이를 바라보다 마음 깊은 곳에서 느낀 애국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이런 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무궁화는 꽃으로 피었지만, 윤 선생님의 글에서는 기억으로 다시 피어났습니다.”
광복절을 앞둔 지금, 참 시의적절하고 뜻깊은 폰카 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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