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월14일(토요일. 본격적인 셋째날 겸 돌아오는 날)
오늘은 오후에 선셋호핑이 있는 날이예요.
이 집 식구들은 사이판 가서 아무것도 안하고 왔네? 라고 하실 정도로
일정은 최소화 하고 푹 쉬다 오는 것에 중점을 두었어요.
최대 목표는 와닝과 싸우지 않기, 에이미 혼내지 않기 였는데...
에이미는 두어번쯤 혼나고 와닝과는 오늘 약간 싸웠어요 ㅠ.ㅠ
그래도 일본 갔을 때를 생각하면 이번엔 평화로웠죠.
오늘도 8시반쯤 일어나서 밥을 먹고(금요일 메뉴가 3일중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수영장과 바다에서 놀기로 합니다.
바다.... 어제 마이크로 비치에 나가 놀다가 문득 서럽단 생각이 들어서
(순전히 비치체어를 못쓴다는 아쉬움 때문에)
오늘은 피에스타 앞바다에서 놀아야지~ 했어요.
어제 그 맑고 깨끗하고 얕은 바다는 하얏트 앞 바다구요.
(3분도 안걸리는 거리만 이동하면 전혀 다른 바다가 나와요)
왼쪽이 피에스타 바다, 중간부분이 하얏트 바다... 확 다르죠?
검은색으로 보이는건 수초때문이구요.
피에스타 앞 바다는... 비치체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과
물이 깊고 수초가 있어서 고기가 몽땅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놀기엔 좋지 않아요.
와닝은 다친 손을 위로 높이 치켜들고(여행 며칠전에 다쳐서 여행 내내 물놀이를 맘껏 못했어요)
싸구려 스노클 장비로 열심히 들여다보더니 해마가 몽땅 있다며 기뻐했어요.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시지 ;;
방수디카라며 사이판 가서 쓴다고 산 디카는....
선셋호핑때 빛을 발하지만 그 전엔 투박한 디자인으로 구박받고 있었다는 ^^;;
도로시 디카가 사진은 더 많이 찍었지만
집에 있는 컴퓨터에 사진을 옮겨 놓은채로 메모리를 포맷해서
회사에 갖고 오지 못했어요(구찮아서 ;;)
마이크로 비치까지 걸어가서 놀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수영장에서 놀고 싶다고 우겨대며
에이미를 데리고 메인풀로 이동했습니다.
사실 도로시는 바다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끈적이는 바닷물이 싫거든요.
(와닝은 경상도 바닷사람, 도로시는 전라도 산사람....
둘이 사느라고 참 징그랍게 싸워댑니다.)
사이판 햇빛을 피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며 부랴부랴 만들어간 긴 고무줄 치마....
저런 목적으로 씌일 줄이야... 고무줄 치마도 몰랐을꺼예요 ^^;;
와닝은 혼자 바다를 누비고 에이미와 도로시는 수영장을 헤집고 다닙니다.
슬슬 배가 고파졌는지 와닝이 오네요.
기다려~
도로시는 잽싸게 지갑을 들고 가라판으로 뛰어갑니다.
비치타올 하나를 빌려 친친 감고....
서브웨이로 쏘옥~ 들어가서
길다란 치킨데리야끼버거를 들고 다시 수영장으로 뛰어갑니다.
(6.99불. 2불정도를 추가해서 음료와 쿠키 두개가 포함된 세트메뉴로 살수도 있습니다.)
매운걸 먹지 못하는 에이미를 위해 고른 메뉴.
정작 에이미는 빵이 싫다며 먹지 않고 와닝은 맛이 없다고 하네요.
버럭!! 그냥 먹엇!!
오후엔 또 낮잠을 잡니다.
돌이켜보면 낮잠 시간이 제일 아까워요 ㅠ.ㅠ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낮잠시간을 빼면 안되겠죠?
아프지 않고 무사히 잘 다녀와준 에이미를 생각하면 그 정도 시간 쯤이야....
방에 들어와서 낮잠 자거라... 했더니 실컷 놀다가 뒤늦게
(이녀석아... 호핑 가기 전에 자는게 엄마 계획이란 말이다!! 호핑 가기 30분 전에 자면 어쩌란 말이냐!!)
잠든 에이미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라판 구경을 나갔으나 10분도 안되어 다시 방으로 옵니다.
너무 더워요~ 낮엔 왠만하면 나가지 마세요.
4시에 커다란 버스가 픽업을 왔습니다.
카페에서 많이 보던 그 빨간 버스... ㅋㅋ
살짝 촌스럽고 냄시가 나긴하지만 여행의 묘미 아니겠어요?
하지만 불행은 이때부터......
멀미가 시작된거죠 ㅠ.ㅡ
도로시는 차를 잘 못탑니다.
망할놈의 멀미 때문에
산타로사 호핑배가 크다고 해서 내심 다행이지 싶었는데...
정기점검 들어가버리고
호핑 취소할까? 하다가 고기 잡을 생각에 부푼 우리 에이미를 실망시킬수 없어서
그냥 진행했는데.......
배에서 내릴 때 쯤에 도로시는 제 정신이 아닐 정도로 헤롱대고 있었습니다.
오늘을 위해 준비했다는 방수디카....
널 위해 특별히 니가 찍은 사진 몇장 올려주마.
와닝은... 이 배에서 물고기 젤 많이 잡을 자신있다고 큰소리 쳐놓고
물고기 한마리도 못잡구;;
미끼로 걸어놓은 오징어를 보고 우리 에이미 하는 말
"아빠 오징어 잡았어?"
옆 아저씨가 물고기 잡자 하는 말
"엄마 물고기를 아저씨가 잡았네"
미안하다 에이미...ㅠ.ㅠ
물고기를 잡아 불에 던져 구어먹자던 너의 꿈이 물거품이 되는구나
조만간 다시 와서 멀미 안하는 큰 배 타고 사이판 물고기를 몽땅 잡아다가 구어먹자꾸나;;
배에서 내주신 삼겹살과 닭날개구이,
다른 분들이 잡으신 물고기 회....... 는 먹을 생각도 못하고
배에서 토하지만 말자라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는 도로시와
배가 고파서 삼겹살마저 허겁지겁 먹어대는 "꼭 밥먹을 때 잠자는" 에이미
이후 사고가 정지 되어 별 기억이 없습니다만
다행히 점심 때 먹은 햄버거로 배를 더럽히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 한숨 돌리고
또 택시 타고 갤러리아로....
하지만 오늘 목적은 다른데 있습니다.
바로 닛코겐!
그렇습니다~ 도로시는 일본라멘에 폭 빠져버린게지요.
작년 일본 여행에서 그닥 성과를 거두지 못한 도로시!
본토만큼 맛있다고 소문난 닛코겐을 그냥 지나칠리 없습니다.
갤러리아 바로 뒷편 으슥한 골목길에 자리잡은 닛코겐... 사진에서 보던 것과 같군요.
시오네기 라멘과 미소라멘...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짜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NOT TOO SALTY라고 말하였으나.... TOO를 듣지 못한 아저씨
ㅡㅡ;; 일본말도 못하는 주제에 라멘은 좋아하는 도로시... 답답합니다.
SOLT.... SMALL이라고 말하는 와닝의 콩글리쉬에 아저씨 드디어 ㅇㅋ 합니다.
사진 몇장 찍어주시고...
친절한 일본손님이 우리 가족사진 한장 박아주십니다.
라멘은 게눈감추듯 먹어버렸고
먹다 중간에 정신이 번쩍 들어 찍은 사진은 도로시네 집 컴터에만 있다는;;;
여튼 추천합니다.
가격은 좀 세네요.... 두개 해서 17.75불 정도
작은 접시에 에이미 먹을만큼 덜어주고 다 먹어버렸는데
자기몫을 다 먹은 에이미.... 더 달라고 떼를 씁니다만 이미 아빠 뱃속에 있단다;;
미안~
하파다이쇼핑센터에 가서 마지막 쇼핑을 합니다.
저렴하고 다양한 냉장고 자석... 분명 메이드인 차이나이겠지만
그래도 몇개 사주고
망고 두개, 아삐끼끼 하나(야시장보다 두껍습니다만 가격도 쪼끔 더 달라고 하네요),
애플파이 하나 등등등
걸어서 돌아옵니다.
오는길에 ABC마트 또 들러서 말린 망고랑 마나가하 사진이 있는 초콜렛 한묶음
이제 집에 간다고 생각하니.......
시러~!! 언제 또 델고 올꺼야? 라며 와닝을 볶아대는 에이미입니다.
2~3년 후쯤 또 오겠다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조용히 짐을 쌉니다.
첫댓글 즐겁고, 재미난 여행후기 잘봤습니다. 정말 대한민국 아줌마의 능력을 봤습니다. 행복한 가정 되세요
옴모... 아직 안 끝났어요. 하나 더 남았으니까 그것두 마저 읽어주세요. ^ㅡ^ 대한민국 아줌마의 능력.... 은 궁상 맞고 악바리스럽다... 라는 뜻이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너무 귀여운 아줌마 같은데요? 저도 결혼해서 귀여운 아줌마 하고 싶어요
핫핫;; 귀여운 아줌마.... 이고 싶네요 ^ㅡ^ 궁상맞고 악바리지만 그 말이 왜그렇게 싫은지.... 아줌마가 되고나니 아줌마라는 말이 더 서글퍼요.
후기 넘 재밌어요..저두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열심히 읽었어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이라도 멋진게 좀 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능력 밖이네요 홍홍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가야하는 제 입장에서는 너무 도움이되는 내용이었습니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출발전에 아이와 함께 가신 분들 후기만 골라 읽을 정도로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사이판은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마구 풀어놔도 다칠 거리가 적은 곳?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재미나게 읽고보니 결국 끝이보이네요. 아쉽습니다. 저도 울 랑이랑 둘이서 가야되는디 안 싸우고 고이 잘 다녀와야 할텐데 걱적입니다.ㅋ
더 자세히 길게 쓰고 싶었지만 너무 지루해질까봐 줄인다고 줄인게 저렇게 수다를 한바탕 떨어놨네요 ^^;; 아줌마스럽죠?
^ㅡ^ 아쉽다고 해주시니 기분이 살짝 좋네요. 더 열심히 쓸껄... 하는 생각도 들구요. 사진을 좀 잘 찍어왔으면 좋았으련만....
요즘은 후기 읽는 맛에 산다니까요.... 즐거운 여행과 즐거운 후기.... 넘 재밌습니다..ㅎ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빠 오징어 잡았어" 부분에서 배잡고 한번 뒹굴어봅니다 .너무 귀여운 에이미~
그 이야기를 아직도 하네요. 아빠는 오징어를 잡았고 엄마 물고기는 아저씨가 잡아가버렸다구... ㅋㅋ 미안하다 에이미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