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년 5월이면 ‘4세부터 100세까지’라는 모토로 한 달 내내 동호인 테니스 대회를 열었던 춘천 소양강배 전국동호인테니스대회. 지난 17년간 진정성 있는 상품과 풍성한 먹거리로 동호인들 사이에 가장 기다려지는 대회로 회자 되었던 소양강배가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팬데믹 코로나의 소멸을 위한 동참의 의미에서다.
질긴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마라톤처럼 길어지자 전 세계가 거짓말처럼 '노(No) 스포츠 데이'가 이어졌다. 한 해 농사를 짓는 심정으로 많은 행운 상품과 먹거리를 준비 해 오던 한광호 소양강배준비위원장은 곳간의 빗장을 풀었다.
닭갈비 100킬로, 소불고기 60킬로. 그리고 양말 600켤레등 천여만 원의 물품을 대구의 거점 병원으로 코로나와 목숨 걸고 헌신하는 동산병원 의료진에게 보냈다. 기자는 궁금한 내용들을 더 자세히 알고 싶어 한 위원장께 전화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아쉽게 이번 소양강배 대회를 취소하는 대신 홍천사랑말한우에서 협찬한 불고기와 구매품들을 뜻있게 사용하고 싶어 코로나 환자가 가장 많은 대구 동산병원으로 보냈다. 특히 동산병원 의료진들은 테니스 동호인들이 많아 더욱 의미가 짙다.”
한 위원장은 대구지역으로 직접 내려 갈 수 없는 상황이라 그 후원 품들을 고속버스로 실어 대구로 보냈다. 그곳에 살고 있는 58 무술생 친구 이영철씨가 전달했다.
“직접 물품을 수령한 동산병원 서영성 병원장이 전하는 감사의 인사가 오래 여운이 남는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고 보니 우리나라에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몸이 힘들어도 더욱 더 환자에게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을 전하는데 뿌듯했다.”
올해 소양강배는 단식 매니아들을 위해 남, 여 128드로로 진행하려는 계획을 했다는 한 위원장은 어린이부, 신인부, 혼합복식부, 시니어부등을 일일이 나열하며 동호인들에게 미안함과 아쉬움을 전했다.
“10년째 중국에서 개최해 왔던 대중국제테니스회의를 올 10월에 춘천에서 열 계획이었다.
그때까지 코로나가 진정되어 국제회의를 주최할 상황이 된다면 전국어르신 대회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대 학생 대회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는 인류가 만들어 낸 최고 걸작품 중 하나다. 인종·종교·언어·문화가 달라도 취미가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벗이 된다.
“초기 중국에서 코로나가 발발했을 때 58 무술생 친구들과 협의하여 연변자치주 테니스 협회 양창휘 회장에게 길남준 약사가 협찬한 마스크 1000장을 합하여 총 1500여개를 보냈다. 매 년 열리는 중국 청도신흥배(대회장 유건신)에 참석해 인연을 맺은 청도에 600여개. 마스크가 귀해서 구할 수 없었던 시기에 대구 지역 친구들을 위해 600여개 등등 나눴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어려운 때일수록 주변을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매 년 대회 때마다 동호인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어 온 한광호 소양강배 준비 위원장. 정진하며 사는 사람은 삶이 매 순간 새롭게 피어난다는 표현처럼 코로나로 대회를 주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올해는 또 다른 방식으로 나누고 있었다.
글 사진 송선순 .대구 사진 방극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