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각시/이동하
사월의 단비, 논배미에 사랑의 볏모를 심었다.
그 해 오월은 유난히도 가물었다. 대지는 불탔다.
타오르는 본능은 스스로 이기지 못해 화산이 된다.
유월이 되었다. 라일락 향기에 평온을 되찾아갔다.
할머니 기도가 통하였는지 어머니 젖처럼 비가 왔다.
때이른 더위가 닥쳤다. 우렁각시가 장작불 밥을 지었다.
칠월의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솟아 오르기 시작하였다.
농심의 땀방울이 햇빛을 받아 빛이 났다. 바다냄새가 났다.
대지의 기운을 받은 논바닥 진흙에 우렁각시가 새끼를 낳았다.
이윽고 팔월이 되었다. 폭염이 화산재처럼 쏟아져 내리었다.
나락은 익어가는데 농부는 찾아오지 않았다. 적막감이 돌았다.
먹구름이 병풍산을 넘어오더니 소낙비가 논바닥을 흠뻑 적신다.
논둑 언저리에 크고 작은 우렁이들이 달팽이를 닮은 듯 기어간다.
포르테 바람에 벼이삭 벌판이 승천 직전의 청룡처럼 꿈틀꿈틀한다.
안단테 칸타빌레 음악이 대지로 내려앉는다. 우렁이 제전의 시작이다.
더미구름 위로 해님 눈부시다. 하늘에 색동다리 오작교가 보인다.
사월에 정성스럽게 심은 사랑의 씨가 견우와 직녀가 되어 강림한다.
처서 지난 삼일후 가을이 기적처럼 부활한다. 이제 다시 살아봐야겠다.
2016. 8. 30. 점심무렵 광주에서 담양가는 길어귀 우렁각시를 만난 날
첫댓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렁각시를 만나 꽤 행복하셨던 모양입니다.
난해한 서정시를 아무나 쓰지는 못하지요?
만파식적의 정신세계가 해바라기 처럼 자라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즘 중소기업컨설팅에 전념하면서 틈새 시간에 시 습작을 하고 있습니다.
구여선사 덕산님을 위시하여 덕화만발 여러분들로부터 기운을 받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사적 서정이 넘치며 활달한 정신세계가
거침없이 흐르는 빛처럼 물처럼 전개된 시세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