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선거의 패배를 반드시 설욕하겠다." (윤승근 한나라당 강원 고성군수 후보)
"무슨 소리, 이번에도 수성(守城)이다." (황종국 무소속 강원 고성군수 후보)
오는 6·2 지방선거에서 재대결을 펼치게 된 한나라당 윤승근(55) 후보와 무소속 황종국(72) 현 군수는 서로 승리를 자신했다. 두 후보가 맞붙은 강원도 고성군은 2008년 6월 보궐선거 당시 두 후보가 똑같이 4597표를 획득했으나 재검표까지 가는 진통 끝에 황 후보가 1표 차이로 승패를 갈랐던 지역이다. 2년간 절치부심해온 윤 후보는 "이번에는 결코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황 후보는 "이번에는 1000표 차로 이길 자신이 있다"고 응수했다.
8개 분야에서 3991개 자리를 놓고 9959명이 격돌하는 이번 선거에는 후보자에 얽힌 화젯거리도 많다.
◆운명의 리턴 매치(return match)
충북 진천군수 선거에서 격돌하는 민주당 유영훈(55) 후보와 미래연합 김경회(57) 후보는 '숙명의 라이벌 4라운드'를 벌인다. 이들은 1998년부터 12년 동안 4번의 리턴 매치를 펼치고 있다. 역대 전적은 2대 1. 김 후보가 처음 2연승을 한 후, 유 후보에게 한 판을 내줬다. 이들은 진천중학교 선·후배 사이며, 도의회에 나란히 첫발을 내디딘 동료 의원 출신이다. 김 후보는 "운명인지 숙명인지 모르지만, 다시 한 판 승부를 가리게 됐다"며 "좋아하는 후배이고 지역발전을 위한 동료지만,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평택시장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송명호(54) 현 시장과 민주당 김선기(57) 전 시장은 1995년 김 후보가 첫 시장에 도전할 때 송 후보가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을 만큼 각별한 사이였지만, 이번 선거에서 최후의 일전을 벌인다. 김 후보는 1995년부터 3번 내리 민선시장에 당선됐으나 2003년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렸고, 송 후보가 그 뒤를 이어 8년 동안 시장을 역임했다. '전직 3선 시장'과 '3선에 도전하는 현직' 후보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가족·친척 출마
충남 청양군수 선거에서는 처남·매제 간 대결이 벌어진다. 3선에 도전하는 자유선진당 김시환(67) 후보와 여동생의 남편인 민주당 한상돈(59) 후보가 한 판 대결을 펼친다. 한 후보는 "친척이지만 명절 때도 몇 번 보지 못했다"며 "소속 정당과 추구하는 것이 달라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함께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민주당 문상모(41) 후보와 박정옥(여·41) 후보 부부는 함께 서울 노원구 시의원과 구의원 선거에 나란히 출마했다. 충남도의원에 출마한 한나라당 정한영(47) 후보와 당진군의원에 출마한 한나라당 최윤경(여·42) 후보 부부, 부평구의원에 출마한 진보신당 최기일(39) 후보와 인천시 비례의원으로 출마한 같은 당 김민(여·40) 후보 부부, 서울시 구로구의원에 도전하는 김희서(32) 후보와 시 비례의원으로 출마한 진보신당 최은희(여·41) 후보 부부도 같이 뛰고 있다.
대전 서구 구의원 선거에서는 무소속 한태빈(64) 후보가 서구바선거구에, 딸인 자유선진당 한수영(36) 후보가 마선거구에 각각 출마했다. 충북 증평군의원과 충북도의원에 출마한 민주당 장천배(50)·장선배(48) 후보 형제도 있고, 대구시의원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재화(54) 후보와 대구 동구의원에 나온 이재숙(41) 후보 자매도 있다.
◆15번째 도전·무혈입성
15번째 선거에 도전하는 '선거 장수생' 무소속 강도석(55) 후보도 광주광역시 시의원에 출마했다. 1988년 13대 총선부터 총선 5번, 기초단체장 선거 6번, 광역의원 3번 등 지금까지 14번 동안 선거에 출마했다. 2007년에는 광주광역시 시의원 재선거에 당선됐으나 10개월 만에 자진 사퇴하고 총선에서 낙마했다.
민주당원에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돼 대리인을 통해 옥중출마 했던 무소속 전완준(51) 전남 화순군수는 19일 보석으로 풀려나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3김(金)의 부활'인가? 강원도 원주시의원에 출마한 국민참여당 김영삼(37) 후보, 충북도의원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종필(46) 후보, 전북 익산시의원에 도전하는 민주당 김대중(36) 후보 등은 유명 정치인과 이름이 같아 부가 이득을 보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122명이 단독 출마해 투표 없이 '무혈입성'했다. 부산 서구와 남구의 구청장, 인천 옹진군수 등 기초단체장 8명과 시·도 광역의원 43명, 지역구 기초의원 7명, 비례대표 기초의원 54명, 교육의원 1명이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예전에는 후보가 1명이라도 선거를 실시해 투표자 3분의 1 이상을 득표해야 했으나, 이번 선거부터 별도 투표 없이 당선인으로 결정되는 '무투표 당선제'가 도입돼, 선거 자금도 아끼고 마음고생도 하지 않는 행운을 누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