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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1년 1월 31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10131월] 민중 시위로 황혼 맞은 무바라크 30년 독재
1981년 집권 이래 권위주의 통치를 지속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정권에도 황혼이 찾아 들었다. 이웃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자극 받은 반정부 시위는 경찰 발포로 이미 100여명의 사망자가 났지만 기세가 꺾이지 않은 채 어제까지 엿새째 이어졌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오마르 술레이만 전 정보국장을 집권 이래 첫 부통령에 임명하고 아흐메드 샤피크 전 항공부 장관을 총리에 임명하는 등 부분 개각을 단행했다. 두 사람 모두 군 출신 측근으로 민주화 개혁 요구와는 동떨어진다. 군부를 앞세워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시도에 시위가 진정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초기 시위 진압에 실패한 경찰 대신 치안 유지에 나선 군은 시위대와의 충돌을 피한 채 짐짓 중립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위대도 군과 마찰을 피한 채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반정부 지도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가택연금 상태에서도 무바라크 하야를 거듭 촉구하고 있는 것도 사태 장기화를 예고한다.
미국을 비롯한 우호국들도 냉담하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유혈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와 시위대의 자제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정치개혁을 주문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공동성명을 통해 무바라크 정권의 폭력행사에 반대했다. 주변 왕정국가 일부가 시위대를 비난할 뿐 국제 여론은 무바라크 정권에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무바라크가 이런 위기를 견뎌낼지는 거의 전적으로 군에 달려있지만 군의 향배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무바라크가 결국 명예로운 퇴진을 모색하는 길 밖에 없으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튀니지를 거쳐 이집트로 번진 반정부 시위와 혁명 사태는 시대 변화를 외면한 장기 독재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국민의 정치의식 향상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수평적 의사소통이 결합한 거대한 힘도 거듭 확인됐다. 정보혁명이 정치변혁을 부르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한겨레신문 사설-20110131월] 민주당 복지재원 대책 용두사미 안되려면
민주당이 자신들의 공약인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 등 사회복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 대책을 내놨다. 기존의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조세·재정·복지 체제 개혁 등을 통해 연간 20조원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국채 발행이나 증세 없이 재원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 가겠다는 취지다.
민주당이 재정과 조세 체제를 개혁해 소비성·중복성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 사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역대 정권이 모두 재정구조 개혁을 외쳤지만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지역개발 공약 등이 무더기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게 현실이다.
조세·복지 체제 개혁도 걱정되는 점이 많다. 민주당은 소득세·법인세 등 현 정부의 감세정책을 철회하고, 비과세·감면을 2007년 수준으로 되돌림으로써 20조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미 이뤄진 감세 조처를 되돌린다는 것은 세금을 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소득세는 서민·중산층에 대한 감세가 주로 이뤄졌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법인세 역시 연 22%인 최고세율을 25%로 올려야 한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를 근로소득이 아닌 종합소득 기준으로 부과하고, 고소득 피부양자에게도 보험료를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보험료 인상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에 대한 반발을 고려한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더불어 기존 재정지출 내역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올해 정부 총지출 가운데 사회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8% 안팎이다. 이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시점에서 주요 선진국들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 35~55%에 훨씬 못 미치는 규모다. 따라서 선진국과 같은 복지체제를 갖추기 위해서는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뿐 아니라 재정지출 내역의 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당이 내놓은 재원 마련 방안은 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을 모두 충족시키기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많은 돈이 필요한 무상의료는 더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그래야 장기적인 보편적 복지국가론도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110131월] 소말리아 해적 사법처리는 신속·단호·엄정하게
부산지검은 30일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고 선장 석해균씨와 우리 군 요원들에게 총상을 입힌 소말리아 해적 5명을 구속했다.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 형법상 해상(海上)강도살인 미수 혐의를 비롯해 선박 납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해적들은 지난 21일 청해부대에 생포돼 이날 오전 국내로 압송됐다. 국제 해적을 국내로 데려와 수사하고 재판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해적들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 위해(危害)를 끼친 중범죄자이다. 일부에선 "해적들을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데 쓸 세금이 아깝다"거나 "해적과 연계돼 있을 국제 테러집단의 보복이 걱정되니 다른 나라에 해적 처리를 맡기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대한민국의 사법주권을 스스로 포기하자는 이야기다. 유엔 해양법협약과 우리 형법으로 해적들을 처벌하는 데 아무 법적 문제가 없다. 미국·중국·독일도 그렇게 했다. 자크 랑 유엔 해적문제 특별대표는 최근 "각국이 체포한 해적 10명 중 9명을 그냥 풀어주고 있다. 이런 형집행 면제가 해적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해적들의 사법처리는 무엇보다 신속·단호·엄정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세계의 눈길이 한국으로 쏟아질 것인 만큼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법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해적들이지만 그들이 법정에서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도록 국선 변호인 선임, 통역사 배치와 같은 준비도 함께해야 한다. 소말리아가 무정부상태로 외교기구도 없는 상태임을 감안, 소말리아와 종교적·문화적 동질성이 있는 아프리카·아랍의 주한(駐韓) 외교사절이 재판을 방청하도록 주선해 해적 재판이 국제법과 원칙에 입각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검·경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선박 납치 모의·실행 경위와 배후, 해적 개인별 가담 정도와 구체적 범죄행위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확실한 인적·물적 증거로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 특히 석 선장에게 총을 쏜 해적이 누구인지 가려내야 한다.
다른 소말리아 해적들도 이번 재판 소식을 이미 들었거나 곧 듣게 될 것이다. 그런 만큼 정부는 재판 기간 아덴만 항로에서 우리 상선 나포와 같은 또 다른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와 주의를 더한층 강화해야 한다.
[경향신문 사설-20110131월] 국제사회는 이집트의 민주화 열망에 답해야
이집트를 30년간 철권통치해 온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지난 25일 이래 카이로를 비롯한 주요 도시의 반정부 시위가 유혈충돌로 이어지면서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었다고 한다. 다급해진 정부가 30년 만에 처음으로 부통령을 임명하고 내각을 교체하는 응급조치를 발동했지만, 외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만 키우는 형국이다. 무바라크의 피신설이 나돌 정도로 이집트는 민주화의 중대 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권교체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30년 만에 처음이자 본격적인 정권퇴진 운동으로 무바라크 장기독재의 끝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23년 독재를 끝낸 튀니지 시민혁명에 자극받은 이집트의 민심도 빠르게 무바라크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 1981년 이래 무바라크는 미국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고 중동의 조정자로 행세해왔지만 이집트는 빈곤·부패·독재로 얼룩졌다. 시대착오적 30년 독재의 한편에선 일자리도 없고 정치적 분출구도 막힌 신세대 청년층의 불만이 누적됐다. 이번 시위는 종교나 직업, 특정 이념에 구애받지 않는 청년그룹이 주도하면서 장기독재로 인한 민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번 시위가 2005년 정치인·지식인 주도의 반정부 시위와 차별되는 대목이며, 비록 무바라크가 군부와 경찰력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독재의 지속을 장담할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집트 사태는 독재 대 민주의 대결 구도로만 단순화하기 힘들다. 중동정책과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즘, 석유문제 등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집트의 장래가 이집트인의 정치적 역량에 달렸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이집트의 지리정치적 위상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태의 향배는 국제사회가 이집트 민심의 변화 열망을 얼마나 제대로 읽을 것인지, 자국 이기주의를 넘어 이집트인의 정치적 선택을 여하히 존중하고 지원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특히 ‘민주주의의 확산’을 내세우면서도 친미독재를 두둔해온 미국의 무바라크에 대한 조속한 입장정리가 관건이다. 이집트는 이미 정치공백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를 방치한다면 이집트 민중의 고통이 가중됨은 물론이거니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게 9·11테러와도 같은 파괴적 유혹을 자극할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집트 시위대는 국제사회에 선택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10131월] 설연휴 구제역 차단 온국민 협조 절실하다
백신 접종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위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지난 주말 시작된 최장 9일간의 설 연휴에 3000만명 안팎의 민족 대이동이 예정되어 있어 구제역 확산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다. 설 연휴는 구제역이 조기에 종식되느냐, 계속 확산되느냐의 중대 갈림길이다. 소독의 불편을 감내하는 등 적극 협조해야 구제역의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정부·축산농가 탓은 미뤄두고 작은 지혜라도 모아야 할 때다. 설 연휴 구제역 차단은 온 국민의 협조가 절실하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지자체들이 속출할 정도로 구제역은 축산농가와 음식점 등 많은 소상공인들에겐 재앙이 됐다. 그렇다고 해도 고향방문 자체를 강제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향방문을 하지 않으면 설 대목에 목 매고 있는 많은 영세상인들이 큰 타격을 입는다. 따라서 고향을 찾더라도 예방활동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축산농가 방문은 자제해야 한다. 구제역 소독액 살포로 차 앞유리창이 얼어붙어도 투정하지 말고 협조해야 한다.
도시인들에게 차량소독은 귀찮은 일이겠지만 구제역 차단은 축산농은 물론 한국 농업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변수가 됐다. 차량 소독을 위해 소독 초소에서는 군인과 공무원들이 연휴도 반납한 채 연일 영하 10도를 밑도는 맹추위 속에서 분투 중이다. 방역 작업 후유증으로 숨지는 공무원이 속출할 정도다. 경북 상주에서 소독작업에 나섰던 40대 공무원이 후유증으로 그제 숨지는 등 불행이 이어지고 있다. 두달 이상된 구제역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내 형제, 이웃들의 일이다.
한국 축산업이 이대로 주저앉아선 안 된다. 더 이상의 구제역 확산을 막아 한국 축산업이 보란듯이 재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구제역은 국가 이미지에도 손상을 끼치고 있다. 한국의 구제역은 아시아를 넘어 유엔 차원의 이슈가 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에서 반세기 만에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했다며 아시아 각국에 ‘한국발 구제역 주의보’를 내렸다. FAO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 지역에서 대규모 인구 이동과 축산물·가축 수송이 이뤄지는 음력설과 맞물려 구제역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경고를 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루빨리 구제역을 종식시켜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하자.
[한국경제신문 사설-20110131월] 최고 실적 기업들 공격투자로 선순환 이끌어야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매출 154조원,영업이익 17조원을 넘겨 매출에서 정보 · 기술(IT)기업 세계1위에 올랐고,영업이익은 GE를 처음 상회했다. 기아자동차와 LG화학은 창사 이래 처음 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지속으로 경영환경이 결코 녹록지 않았는데도 공격경영을 통해 이 같은 성과를 올렸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선도기업들의 이런 결실은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경쟁력 우위 확보,글로벌시장 점유율 확대 덕분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었던 삼성전자의 호실적이 돋보인다. 어려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로 삼아 혁신을 이뤄내는 우리 대기업 특유의 강점이 발휘됐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올해야말로 세계경제 불안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 요인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이미 신흥국들의 인플레이션 과열,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환율 불안,유럽 재정위기 지속,중국 긴축정책 강화 등 악재가 한둘이 아니다. 어느 때보다 기업들의 새로운 각오와 시장확대 전략이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결국 적극적인 투자확대를 통한 미래 신성장 산업 발굴과 글로벌 시장 선점이 최선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미국 ·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는 우리 기업들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가장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삼성,현대차,LG,SK 등 30대 그룹은 올해 113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의 투자확대는 우리 경제 최대 현안인 일자리문제 해결과 경제활력 제고의 전제조건이다. 정부는 기업의 공격적 투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규제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올 상반기 중에는 반드시 미국 · EU와의 FTA 국회 비준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10131월] 강경투쟁 노선은 추세에 역행하는 선택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잇따라 강경투쟁 방침을 밝히고 있어 올해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는 지난 27일 열린 금융노조 정기 대의원대회에 참석해 "복수노조 시대에는 강성노조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정부와 한번 붙어보자"고 대정부 강경투쟁 방침을 밝혔다. 또 "타임오프 철폐투쟁은 집단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단협을 통해 저항하고 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지도부는 현장에 찬물을 끼얹었지만 자신은 휘발유를 붓겠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그는 25일 위원장 당선 직후 투쟁을 포기하는 노조는 노조가 아니라며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선언했다.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반대 등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 위원장이 이같이 투쟁적인 노선을 밀고 나갈 경우 오는 7월 시행될 복수노조를 둘러싼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노조난립에 따른 선명성 경쟁과 다중협상 등 혼란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이 강경투쟁으로 돌아서면 노사관계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또 우여곡절 끝에 자리잡기 시작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제도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근로자 권익 증진이 노조의 역할이지만 강경투쟁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먼저다. 마지막 선택인 투쟁도 합리적이어야 한다. 최근 일선 노조의 움직임도 합리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분규 발생건수가 86건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적었던 점과 강경투쟁을 일삼는 민주노총을 이탈하는 개별노조들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파업보다는 타협, 이념보다는 실리 위주의 교섭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와 변화를 외면한 일방적 강경투쟁 노선은 여론은 물론 조합원들의 호응도 얻기 어렵다. 노조 스스로 입지를 좁게 만들 뿐이다. 이 위원장은 과거 위원장 때 "노조도 경제주체로서의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해 합리적인 노조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의 잇단 강경투쟁 발언은 이 같은 과거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국노총은 물론 근로자를 위해 강경투쟁의 득과 실을 잘 따져보고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이끌어주기를 기대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황호택 칼럼/황호택(논설위원)-20110131월] 중산층에 침투하는 복지 의존증 바이러스
1966년 1월 20일 제1야당 민중당의 박순천 대표최고위원은 국회본회의 정책 기조연설에서 “민중당이 중산층의 이익을 대변하고 노동대중의 권익을 옹호하며 양심적인 기업가를 보호하는 정당”이라고 선언했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를 출범시키면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을 메인 카피(main copy)로 사용했다. 이 카피는 선거전에서 상당히 먹혀 1997년 대선 승리에도 도움이 됐다. 지금의 민주당은 민중당과 국민회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최근 쏟아내는 공짜 시리즈 복지정책에서 중산층이라는 말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나라당은 2007년 대선에서 좌파 정권 10년을 비판하며 성장과 효율, 친(親)기업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집권 후 부자정당이라는 비판과 함께 지지도가 떨어지자 국정기조를 친서민으로 바꾸었다.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는 ‘서민’을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포괄하는 약 70%의 국민이라고 규정한다. 여야 공히 중산층을 서민에 흡수 통합해버린 꼴이다. 중산층은 중위(中位) 소득자라는 경제학적 개념이다. 서민은 경제적으로 중산층에 포함되지 못하고 권력에 접근하지 못하는 민초(民草)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통계청의 계층의식 조사에 따르면 상상 상하, 중상 중하, 하상 하하의 6가지 범주를 주고 ‘당신이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면 ‘중상’ ‘중하’라고 대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55.8%였다. 상류층이라는 응답은 2.2%, 하류층이라는 응답은 39%다. 과거에는 ‘중(中)’의 의식이 70∼80%에 이르렀으나 1997년 금융위기 이후 사회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중산층 귀속(歸屬)의식이 줄어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 가구를 가처분소득 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가운데에 있는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규정한다. OECD 기준에 따른 한국의 중산층은 63.2%다. 상대적 빈곤층은 15.2%. 중산층을 포함해 70%에 가까운 국민을 서민으로 규정하고 급식 의료 교육에서 무상 시리즈를 안기겠다는 정치공학은 나라의 곳간을 거덜 내고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치명적으로 손상시킬 것이다.
1968년 미국 대통령 민주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은 “과도한 복지혜택이 수혜자들의 시민적 능력을 타락시킨다. 복지가 수백만 명의 국민을 빈곤과 의존증의 노예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는 “빈곤 문제의 해결책은 가난한 계층이 ‘나는 이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한다. 나는 이 위대한 나라의 일원이다’라고 말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마이클 샌델 ‘왜 도덕인가’) 암살자의 총을 맞고 숨져 꿈을 펴지는 못했지만 그의 복지 관련 발언은 우리 정치인들이 되새겨볼 만한 금언(金言)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명저 ‘트러스트(Trust)’에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도덕률, 공동체에 대한 의무, 신뢰가 가미돼야 한다고 기술한다.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법률, 계약, 경제적 합리성과 함께 근면 정직 같은 미덕이 자본의 축적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 이유 중에는 금전상의 보수도 중요하지만 일이 가져다주는 지위와 사회적 인정에 대한 만족감도 들어 있다.
한국인의 중산층 윤리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인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의 자화상(自畵像)은 산업화와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공중도덕이나 질서를 잘 지킨다. 생활 정도에 비해 세금을 많이 내는 편이고 자녀 교육열이 강하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서민을 끌어올려 중산층으로 편입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중산층의 복지 의존증은 망국병 바이러스다.
무상급식의 대상을 늘리더라도 상대적 빈곤층(15.2%)의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세금으로 제공하는 급식은 부유층이나 중산층 아이들이 아니라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의 학생인권 주장도 전면 무상급식처럼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로버트 케네디와 마찬가지로 진보정당인 민주당 소속이었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아이들에게 족쇄를 채우라’는 선거운동을 펼쳤다. 청소년이 포르노를 보지 못하도록 컴퓨터에 V칩을 장착하고, 교복을 입히고, 무단결석과 미성년자 임신 흡연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왜 우리의 좌파 교육감들은 장발이 죄냐고 따지고, 교복을 벗기고, 학생인권 운운하며 미래세대의 방종을 역성들려는 것인가. 진보의 가치를 오해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세상일에 공짜 점심이 없고 자유에는 책임이 수반함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교육적 가치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10131월] 귀향
주역(周易)의 가르침 중 하나가 ‘모든 사물은 그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이 있다’는 거다. 바로 끌림 현상이요, 귀소(歸巢) 본능이다. 이런 자연적 귀소성을 인간에게 적용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 귀향이다.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하고,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것은 원초적 본능이란 얘기다. 유교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명절 때의 ‘민족 대이동’을 방불케 하는 귀향 행렬이 이를 일깨우는 증거다.
우리의 설이 중국에선 춘절(春節)이다. 흩어져 있던 가족이 모이는 때다. 음력 새해 첫날이란 상징성뿐 아니라 고향에 가서 혈연을 찾는다는 의미가 크다. 그래서 올 춘절엔 중국 인구의 2배가 넘는 연인원 28억여 명이 각지로 이동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귀향하는 농민공(農民工)들로 중국 대륙 도처가 말 그대로 인산인해(人山人海)가 돼 몸살을 앓을 터다. 열차·버스표를 못 구한 사람들은 길게는 1500㎞ 이상 떨어진 고향을 오토바이를 타고 5~6일씩 걸려서라도 간다고 한다. 모두 떠나니 춘절 전후에는 도시의 음식점이나 공장에서 새로운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란다. 고향의 힘이요, 귀향 본능이 빚은 현상이다.
베트남에서도 최대 음력 명절은 떼뜨(설)다. 타향에 나가 사는 수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는 것도 이때다. 인구 네 명 중 한 명꼴이 넘는 2000만여 명이 대이동을 한다고 한다. 외국에 체류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모국 방문을 많이 하는 때도 설 명절 기간이다. 귀향길 선물은 꼭 챙긴다. 평소 자린고비란 소릴 듣던 사람도 설 귀향 선물엔 돈을 안 아낀단다. 10명 중 6명이 월 소득의 70%를 선물 비용으로 쓴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귀향과 피붙이에 대한 정(情)이 낳은 소산물(所産物)이다.
한국의 설 풍경이라고 크게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올해는 그렇지 못할 모양이다. 구제역 여파 탓으로 귀향이 여의치 않아서다. 정부와 지자체는 연일 담화문·서한문을 동원해 설 연휴 귀향 자제를 호소하느라 난리다. 향우회가 나서 출향민들에게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편지를 내기도 한다. 전북도애향운동본부가 출향민 350만 명에게 보낸 편지 내용은 애달플 정도다. 오죽하면 “고향이 걱정되고, 고향을 사랑한다면 고향을 더욱더 멀리해 주는 것만이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해야 할 지경이 됐을까.
퇴계(退溪)와 성균관 동기였던 하서(河西) 김인후가 설에 귀향하지 못하고 성균관에 홀로 남았을 때 심정은 이랬다. “쓸쓸하기가 들판의 스님과 꼭 같다네. 고향집 동산을 꿈속에 그릴밖에.” 하루빨리 구제역이 퇴치돼 설 귀향 못한 이들의 안타까움을 달래주면 좋으련만.
[경향신문 캍럼-여적/감택근(논설위원)-20110131월]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
여자들이 아줌마 소리를 들으면 거울부터 찾는다고 한다. ‘국군아저씨 한테 위문편지를 쓰고, 분홍빛 답장을 받은 것이 어제 같은데 아줌마라니….’ 그러나 세월은 무심하여 주름과 삼단 복부, 이중 턱을 만든다. 콩나물 값을 깎고, 지하철 빈자리를 보면 몸을 던지고, 파마머리를 하고, 아무 데서나 수다를 떤다. 어느 순간 아줌마가 되어버린다. 세상에 무서운 것이 없고, 처음 만나도 1시간만 지나면 형님 아우 사이가 되고, 가족을 잘 챙긴다고 해서 조직폭력배에 빗대기도 한다. 그러나 세파를 온몸으로 헤치고, 세월을 버무린 친화력으로 지혜를 얻고, 그렇게 해서 내 가족을 소중하게 지켰다.
한때 아줌마라는 말 자체를 혐오했던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줌마란 말이 편하게 유통되고 있다. ‘아줌마’라는 드라마가, 대중노래가, 술집이 등장했다. 아무도 아줌마라는 호칭에 시비를 걸지 않는다. 하기야 약자들이나 호칭에 신경을 쓸 뿐이다. 호칭은 같지만 그 옛날의 아줌마가 아니다. 그 옛날의 어머니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내주고 홀로 울었다. 지금의 아줌마들은 그런 어머니의 눈물을 먹고 자란 사람들이다. 함께 울면서 다시는 어머니처럼 울지 않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강해졌다. 이제 그들의 눈 밖에 나면 누구도 견딜 수 없다. 우리 시대는 이미 신모계사회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주도권이 속속 여성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아나기)’이라는 여성단체가 있다. 새 천년으로 넘어가기 직전인 1999년에 출범하며 “한발은 가정에, 다른 한발은 사회에 딛고 아줌마들이 나라를 이끌고 있음”을 천명했다. 요즘 아나기 회원들은 아줌마들이 뭉쳐서 지구를 구하자는 원대한 꿈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과 일본의 아줌마들을 불러 모아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일 아줌마 지구 살리기’ 모임을 발족하기도 했다.
‘아나기’ 회원들이 지상파 방송 <퀴즈쇼 사총사>에 출연하여 프로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우승했다. 실력도 놀랍지만 거액의 상금을 NGO 봉사활동 기금으로 쾌척하여 더욱 놀라게 했다. 역시 우리네 아줌마의 힘은 대단하다. 전 지구적 아줌마연대를 구성한다면 위기의 지구를 살릴 것이다. 어느 광고처럼, 지금 버스보다 빨리 아줌마들이 달리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칼럼-특파원 칼럼/장광익(워싱턴 특파원)-20110131월] 美의원 괴롭히는 저승사자
미국 연방 하원 의회윤리국(OCE)은 의원들 부정행위를 조사하는 기구다. 2008년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국민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지난해까지 국장을 맡았던 검사 출신 레오 와이즈 국장은 메릴랜드주 연방검사로 자리를 옮겼고, 지금은 9ㆍ11테러 배후혐의자인 오사마 빈 라덴 운전사에 대한 전범재판을 맡았던 공군 법무감 출신이 맡고 있다.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 윤리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보고는 하지만 엄연히 독립적이다.
윤리국은 의원들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범위와 시기에 관계없이` 조사에 나설 수 있다. 조사 결과는 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만들었지만 지난 3년간 조사를 받은 의원은 민주당 쪽이 더 많았다. 의원들은 윤리국을 `저승사자`라고 부른다. 걸렸다 하면 가차 없었다.
올해 1월 초 전ㆍ현직 의원 6명이 윤리국에 걸렸다. 외국출장 경비 중 남은 돈을 반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앨시 해스팅스 의원(민주당ㆍ플로리다)은 2008년 유럽 등 4개국을 다녀온 뒤 459달러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 모두 9회에 걸쳐 남은 경비 2811달러(약 316만원)를 반납하지 않았다. 로버트 아더홀트 의원(공화당ㆍ앨라배마)은 아들 티셔츠, 인형, 엽서, 지갑 등을 출장 경비에서 샀다. 이런 식으로 의원 6명은 30회 출장에서 모두 7575달러(약 848만원)를 공적인 업무 외에 사용했다고 공개했다. 윤리사무국은 2008년부터 3년간 하원 의원들이 외국출장에서 사용한 경비 내용을 모두 뒤졌다.
지난해 9월에는 의원 3명이 윤리국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개혁법안에 대한 투표를 앞두고 후원회를 열었다는 이유다. 톰 프라이스(공화ㆍ조지아), 존 캠벨(공화ㆍ캘리포니아), 조 크롤리(민주ㆍ뉴욕) 의원 등 3명은 모두 재무위 소속이다. 이해 상충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개최한 후원회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윤리국 판단이었다.
부적절한 기업 후원 출장과 부동산 임대 의혹 등으로 하원 세입위원장 중도 하차는 물론 `징계`라는 망신까지 당했던 20선 거물 찰스 랭글 의원(민주ㆍ뉴욕)도 윤리국에 걸렸다. 2008년 9월 당시 남편과 재무부 관리 간 면담을 주선하고, 이를 통해 남편이 근무 중인 은행이 구제금융을 받게 했던 10선인 맥신 워터스 의원(민주ㆍ캘리포니아)도 윤리국 감시망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3년간 윤리국은 끊임없이 의원들을 압박했다. 흑인 의원들 모임에서는 자신들이 유독 조사를 많이 당했다며 이 기구를 폐지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말은 하지 않지만 다른 의원들도 윤리국을 상당히 불편해한다. 그런 만큼 미국 국민은 윤리국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 18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는 지난해 말 현재 안건 50건이 상정됐지만 징계를 받은 의원은 한 명도 없다. 미국 의원들이 스스로를 옥죄기 위해 윤리국을 만들었듯 우리 국회도 이런 조직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