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사도 1,15-17.20-26. 복음 : 요한 15,9-17.
오전에는 전북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어제 3구역 김윤덕 스테파노 형제님의 모친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고 권경하(73세) 자매님은 평소 당뇨로 고생을 하셨는데 갑자기 폐혈증이 와서 입원한지 3주 만에 선종하셨다고 합니다. 유가족들이 원하면 빈소를 방문할 때 고인을 위한 위령미사를 집전할 수 있다고 알렸더니 희망하셨습니다. 그래서 오전 11시 8명의 유가족과 함께 하느님의 자비 속에서 고인이 평안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원하며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본당에 처음 부임했을 때는 고인이 신자가 아니면 장례를 다 치룬 뒤에 부고 소식을 접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늦게라도 미사 때 지향을 두고 기도하곤 했었는데요.
이제는 교우들이 제 마음을 아는지 먼저 소식을 전해주셔서 다른 지역이라도 가능하면 빈소를 방문하려고 노력합니다. 때론 힘들 경우, 본당 미사 때 지향을 두기도 합니다. 한편 요즘은 서울의 한 아파트 경비원의 안타까운 죽음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젖어 있습니다. 그러니 미사 중에 이 분에게도 하느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저도 어제 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을 읽어봤는데요. 올 초 새로 입주한 여성이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무려 30만 명이 넘는 동의가 있었습니다. 동시에 저는 얼마 전에 읽었던 ‘시사인’이라는 잡지에 실린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대기업을 퇴직하고 아파트 경비원으로 10년 근무한 분의 체험입니다.
그는 <임계장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수첩에 기록한 내용들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임계장이란 말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을 줄여서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호칭이라고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노동 현실의 변화가 절실해 보입니다. 우리가 매일의 일상 안에서 만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그런 분들입니다. 아파트 경비원뿐만 아니라 수많은 청소 노동자들과 간병인들, 그리고 택배를 비롯한 대리, 배달 기사님들, 음식점, 카페, 마트, 편의점 등의 종업원들은 어쩌면 여러분의 가족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친분은 없지만 매일 오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대하듯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 보세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그리고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는 말씀처럼 제1독서는 오늘 기념하는 마티아 사도가 어떻게 열두 사도단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전해줍니다. ‘마티아’는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뜻이랍니다. 사도들은 자신들처럼 예수님의 공생활 시작부터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과 승천을 모두 체험한 이들 중에서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비뽑기를 통해 마티아 사도가 유다 이스카리옷의 빈자리를 채우게 됩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사도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