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산업 4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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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나 봐볼까.”
사람들은 일이 안 풀릴 때,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흔히 이렇게 읊조리곤 한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은 본능과도 같은 것. 사방이 깜깜할 때 본능은 더 꿈틀댄다. 그래서일까. 불황을 업고 운세 비즈니스가 날로 번창하고 있다. ‘2조 규모다’, ‘아니다, 4조다’ 설왕설래도 많다.
어쨌든 웬만한 첨단산업 뺨치는 대단한 수준임에 틀림없다.
신정과 설날이 한꺼번에 들어 있는 1월, 어느 때보다 거침없이 뻗어나가고 있는 운세 비즈니스의 ‘운명’을 <한경비즈니스>가 감정해 봤다.
취재 = 박수진·권오준·전영수·이효정·변형주 기자
사진 = 서범세ㆍ김기남 기자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와 중국의 편작은 의술의 최고 경지에 다다르자 환자의 얼굴만 보고 몸 안의 상태까지 꿰뚫어 봤다. 이 ‘망진(望診)법’은 역술의 관상학, 인상학과 맥이 닿아 있다.
신라 선덕여왕은 첨성대를 만들어 별자리를 관찰하도록 했고 스스로 특이한 자연현상을 풀어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했다. 또 성웅 이순신 장군은 큰일에 앞서 직접 점을 치고 판단의 근거로 활용했던 기록을 후대에 남겼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는 ‘명과’라는 분야가 있었다. 중인들이 보는 잡과 중 하나로, 점술을 뜻한다. 지금으로 보면 점술가 자격제도나 다름없다. 유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점술이 어엿한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 역사적 사실을 들지 않더라도 고대로부터 뛰어난 점술가는 영웅의 지근거리에서 브레인 역할을 했다. 점술에 능한 영웅 또한 적지 않았다. 그들은 별자리의 변화를 보면서, 상대방의 얼굴과 손을 보면서 앞날을 예측했다. 점술은 위대함을 배가시키는 차별화 기술이었던 셈이다.
상황이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20세기 접어들면서부터다. 역사 속 점술가 이야기는 판타지처럼 변하고 점술은 어두침침한 직업세계가 되면서 그늘 속으로 숨어들었다. ‘점집 = 무당집’이라는 인식도 생겨났다. 동양철학의 범위 내에서도 점술, 역술은 인정받지 못했다. 답답한 인생의 해답을 구하는 창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분야보다 경시하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또다시 분위기가 뒤집어지고 있다. 역술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다. ‘운세 비즈니스’라 이름을 단 역술 관련 산업은 밝은 곳으로 한발짝 걸어나와 젊은 세대의 소비상품으로 운명이 바뀌고 있다. ‘가볍고, 재미있고, 싸고, 손쉬운’ 게 요즘 운세 비즈니스의 특징이다. 대한민국 대변혁의 전환점인 IMF 위기 이후 뚜렷해진 현상이다.
우선 인터넷에서 운세 비즈니스의 폭발력이 대단하다. PC통신 시절부터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쏠쏠한 수입을 거둬가더니 어느새 수백개 전문업체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주식, 섹스, 만화, 쇼핑 등과 함께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콘텐츠로 부상,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 업계에서는 올 1월 한달에만 수십억원이 인터넷 역술 사이트 사이를 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프라인 점집들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미아리뿐인 줄 알았던 점집 밀집지는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한복판에도 생겼다. 이곳에선 세련된 차림의 ‘젊은 도사’가 서양의 구슬점, 보석점, 타로카드점과 동양의 사주, 궁합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거침없이 ‘인생 솔루션’을 제시한다. 대졸 역술인은 물론, 박사 역술인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것도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문화센터와 학원가에서도 달라진 열기가 느껴진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역학 강좌는 대표적인 인기 강좌로 이름이 높다. 역학학원에서는 예비 역술인들의 학구열이 뜨겁다. 한국역술인협회 부설 동양역리철학학원에선 현재 77기생 40명이 목하 수학 중이다. 이 학원에서만 3,000여명의 역술인이 배출됐다.
상황이 이쯤 되자 콧대 높던 대학가에서도 역술을 ‘실용학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립 공주대학교가 일반대학원에 역리학과를 만든 데 이어 올해부터는 원광디지털대학이 얼굴(인상)경영학과를 개설했다. 경기대, 서라벌전문대학 등도 역술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주선희 원광대 얼굴경영학과 주임교수는 “‘운’이라는 영역으로 경시했던 얼굴, 인상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최초의 학과”라고 소개하고 “서비스업 강사, 경영인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밝혔다. 실제로 입학생 중에는 석ㆍ박사 출신이 적잖다는 후문이다.
기업들도 연초 대목을 운세 마케팅에 올인했다. 특히 오가는 고객들을 잡아끌어야 하는 유통가에서는 무료 운세 봐주기 이벤트로 좋은 효과를 올리고 있다. 신세계 영등포점에서는 신년 첫째주 나흘 동안 사주카페를 운영, 열띤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운세 비즈니스는 다각도로 가지치기를 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백운산 한국역술인협회장은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 운세 비즈니스의 명운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고대로부터 인간이 자신의 운명과 미래에 호기심을 가졌듯이, 앞으로도 그 본성은 변치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운세 비즈니스를 또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육성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2002한ㆍ일월드컵 4강 진출을 예언해 스타 역술인 반열에 오른 조규문 점&예언 대표는 “운세 비즈니스는 뛰어난 문화산업 아이템”이라고 강조하면서 “사주풀이만 하더라도 해외수출을 통해 또 한번의 한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운세 비즈니스 전망은 아주 밝다”면서 “카운슬링 서비스를 한국적 문화상품으로 다듬는 게 관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댓글 이제 21조로 육박했다고 합니다,운명가여 화이팅^^!!
아이들 적성을 부모님이 만들어준 선천사주로 통한 아이큐도 특허가 나왔답니다.
아마도 발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공주대학교 역리학과 어떤 강의를 하는지 매우 궁금하네요^^ 역학과 접목하여 12지를 이용한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