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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풍양속 이었던 전통 제례(祭禮)문화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완전소멸 될지도 모를 위기 처할 수도 있을것이다. 지난 2002년부터6년동안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전국 종가 27곳의 제사를 조사했다.이조사 에 참여했던김경선 교수는 <종가제례의 현황과특징>에서 조선중기 이래1970년대까지도 유지되던4대 봉사의 대수가 줄어들고 있고 1년에 여러 번 지내던 기제사를 한번으로 갈음하는 등 방식도 변화되고 있으며 이농현상 때문에 제수 준비에 어려움을 겪어 음식 용역업체에 주문하거나 인터넸 제사까지 등장하는 등 제례절차가 완전히 간소화 쪽으로 재편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종가의 제사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전통제례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속이나 민중의 집단놀이가 무형 문화재로 많이 지정된 것에 비해 국가통치이념인 유교의 실천윤리로서 전국민의 정신세계의 중심에 있었던제례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는 말이다. 역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조사에 참여했던 김상보대전보건대 교수는 <<사례편람(四禮便覽>><<사례집의(四禮集儀>>등의 예서(禮書)에나타난 제례음식과 현재 각 종가 제례 음식 과의 차이점을 짚는다.<<사례집의>>에의하면 신위로부터 제1행은 시접.잔반.초장.메.갱. 제2행은 국수.고기.적.생선.떡.제3행은 포.숙채.간장.식해.김치.제4행은과일을 차려야한다. 그러나 많은 종가의 상차림이 예서와는 다르게 진설됐는데, 한 종가는3행에 고기와 생선을 놓고4행에 식해와 포를놓는 등 원칙에서 크게벗어난 상차림을 보였다는것이다. 경북안동 퇴계(退溪)종가의17대 종손인 이치억(33)씨는<체험적 관점에서본제례의참여와보존> 이씨는"큰집주손(胄孫.맏손자)치고 가출 한 번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었을것이다"며 종손이 받는 스트레스를 털어놓는다. 한때 전통문화에 대해 반감까지 가질 정도였지만, 이제는 "종가의근본 의미란 조상을 잊지 않고 가까이에서 살아계신 듯 모시며 경건하게 살아가는 것, 그이상의 거창하고 특별한 무엇이 있는것도아니고 그이하도 아니다"는 생각을 지니게됐다고한다. 하지만 전통이란 결코 고정불변의 것은 아니라고 이씨는 주장한다. 예(禮)란 정감의 자연 스런 표출이 문화집단을 단위로 그시대적 상황에 맞게 정형화된 것이므로, 그형식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가변적인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떡 대신 케이크나 과자를 올리기도 하고, 조상이평소 좋아했던 보신탕을 제사상에 올리는게 반드시 지탄받을 일일까"라고 반문한다. 종갓집 제사에 대한 정부나지방자치단체, 문중의 지원은 그자체가 개인적 삶의 희생을 요구하는 또하나의 족쇄가 될 수 있으며,정말필요한 것은 그런 물질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젊은 후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라고 그는 지적한다.
문화재연구소 '전통제례 심포지엄'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