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7-26 17:06:36, 조회 : 621, 추천 : 195 |
綠 房 深 處 下 雨 夜, 록 방 심 처 하 우 야
愈 惺 愈 寂 玄 又 妙; 유 성 유 적 현 우 묘
擬 是 秘 園 密 嚴 國, 의 시 비 원 밀 엄 국
曉 光 照 庭 鳥 啼 了. 효 광 조 정 조 제 료
녹음 우거진 깊은 암자 밤비 축축히 나린다, 또렷할수록 고요해지니 그윽하고도 묘함이여, 밀엄국의 비원인가 새벽 빛 도량에 내리니 새가 울고 있구나.
성북동 길상사, 법정스님이 열반하신 곳-행지실(行持室). 스님께서 일 년에 몇 차례 있는 법문을 하시러 산골 오두막에서 내려 오시면 행지실(行持室)에 머무셨다. 평생 하룻밤도 길상사에 주무시지 않았다는데 열반에 든 몸으로 하룻밤을 이 방에서 지내셨다고하니... 마침 일요법회에 초청받아 여기에 묵게 되었다. 7월 장마에 물을 먹은 나무들의 품새가 풍성하다. 녹색의 향연이다. 절 도량에 푸른 정기가 가득히 흐른다. 길상사의 맨 끝자락에 살그머니 자리잡은 행지실은 따로 떨어진 암자와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밤비가 나린다. 객스님의 마음은 비에 젖는다. 수풀을 때리는 빗소리. 처마의 물받이를 밟으며 지나가는 비의 발자국 소리...소리 소리가 방울처럼 떨어진다. 떨어지는 소리방울. 깊이 모를 고요한 밤 공간속에 한 소리가 또렷하게 소근대며 사라진다. 찰나의 또렷함이 또 다시 아득한 침묵 속으로 스며든다. 마치 언제 그 소리가 있었느냐는 듯이... 침묵의 옷을 입은 거대한 어둠이 소리, 소리 방울, 소리의 흐름을 삼킨다. 흔적도 없이... 있는 듯 없음이요, 없는 듯 있음이다. 또렷함이 적적하니, 惺惺이 寂寂하고, 고요함이 또렷하게 깨어있나니, 寂寂이 惺惺하다. 惺이 寂하니 색즉시공(色卽是空)이요, 寂이 惺하니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 일체가 그러하니 진공묘유라-완전한 텅 빔 가운데 나타날만한 것은 모두 다 나타나는 오묘함이여, Wonderous Being in the ultimate Emptiness! 아득한 진공(玄) 속에 묘(妙, 渺)하게 존재한다. 세세하고 내밀하게 장엄된 극락세계(密嚴國)의 속 깊은 한가운데 있다는 비밀의 정원(秘園)인가, 빛의 정원 속에 투명한 그림자가 '지금 여기'에 현전한다. '빛나는 그림자'와 '어둠에 싸인 빛'이 서로 손을 잡고 빙빙 도는 가운데 지금 여기 마당위에 아침놀이 떨어진다. 지난 밤의 비흔적이 다 씻겨졌다. 새가 울고 지나간다. 모든 것이 이토록 분명하다. 아무 일이 없다. 明了명료함이여, 지금은 효광(曉光)-새벽빛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