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격려 기도엽서를 쓰며
기도엽서를 쓰며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으로 수능을 앞둔 고3들에게 격려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기도엽서를 쓰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다. 작년에 쓴 엽서가 약 300장.
금년에도 어김없이 그 때가 왔고, 나는 같은 방법으로 수능 한 달 전부터 고3아이들에게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금년에도 약 300장 가깝게 엽서를 써야 한다.
이 기도엽서는 앞면은 성경 말씀이 적혀 있고, 뒷면은 백지 상태다. 무엇에라도 의지하고 싶고 매달리고 싶은 수능 전의 고3들. 먼저 아이들에게 ‘저를 위해 아래 내용으로 기도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기도 요청문 양식을 만들어 나눠주었다. 아이들은 이 용지에 자신의 속마음을 한껏 털어놓고 있었다. 아이들이 쓴 것을 가지고 나는 아침 그리고 기도회 때마다 그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대학으로 인도하시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데 한 과정이 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했다.
아이들의 기도 제목의 대부분은 물론 대학에 관한 것이었지만 빠지지 않는 것은 가정에 대한 고민이었다. 특히 아빠와 엄마가 이혼한 상태로 고3을 지나는 아이, 알콜 중독 아빠로 인한 폭력적인 가정, 부모님이 편찮으신 경우, 대학에 합격하여도 물질적인 어려움이 있어 대학을 포기할까 생각하는 아이 등 우리 아이들의 기도 제목은 다양했고, 그럼에도 가장 민감한 것은 가정의 문제였다.
금년부터는 하나님께서 새롭게 한 가지 방법을 더 원하셨다. 기도엽서를 써서 그냥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 이야기를 충분히 나눈 후 얼굴을 보고 그것을 전달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더욱 아이들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고, 그냥 전해주는 것보다 더한 깊은 교제가 되었다.
아이들도 좋아했다.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내가 수업을 하는 아이들 모두와 만나고 싶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엽서를 전해 주며 또 격려하며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평강이 전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엽서를 썼고, 그것을 전달 받는 아이들을 볼 때면 내가 도리어 신이 났다.
아이들의 기도제목
아래는 은영이의 기도 제목이다.
“이제 보름 정도 남았는데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계속 짜증이 나고 엄마에게 짜증을 부려 엄마와 계속 싸우게 돼요. 앞으로 남은 기간 잘 지낼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리고 지금 열심히 하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양이 많아서 다 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잘 해 낼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언어를 풀 때 시간이 항상 모자라요. 시간 분배를 잘할 수 있도록 그래서 끝가지 제대로 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00대학 00과에 합격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요즘 들어 가만히 있는데도 속이 울렁거리는 현상이 자주 발생해서 별로 좋지 않은데 수능 시험 당일 날은 속도 편하고 마음도 편안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아이들의 기도 제목을 받고 모두에게 답장 기도엽서를 써서 전해주었다. 지금도 계속해서 쓰고 있는 중에, 아이들과 교실에서 만나는 시간을 이용해 면답하고 기도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마무리 자습을 하는 중에, 나는 교탁 앞에 의자 두 개와 책상을 가운데 두고 자리를 정리했다. 성구서표를 준비하고 아이들이 쓴 기도요청문을 앞에 두고 한 명씩 내 앞에 나오도록 했다.
힘들고 지쳐 있는 아이들, 시험 당일이 올수록 속에 있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엉뚱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속마음이 느껴질수록 나는 마음이 아려왔다. 하나님께서는 기도를 통해 이 아이들에게 힘을 주시리라는 확신이 왔다.
널 위해 기도하고 있어
은영이 차례가 되었다.
은영이는 약간 미소를 띠긴 했지만 핏기가 없는 얼굴이었다.
“은영아, 많이 힘들지?”
앉는 은영이에게 부드럽게 말을 건넸는데 은영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다시 한 번 은영이에게 말했다.
“선생님이 너 위해 기도하고 있어.”
그때였다. 천천히 고개를 드는 은영이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은영이는 이미 따뜻하고 부드러운 말 한 마디에 깊은 위로를 받고 있었던 것이다.
“힘들지? 기도하고 있어.”
이 짤막한 말에 그러한 힘이 숨어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다.
“은영아! 네 기도 제목이 하나님께 다 올라간거야. 그러니까 너도 더 기도하고 이제 마무리 최선을 다하면 되는거야. 최고의 컨디션을 달라고... 찍는 것도 정답이 되게 해달라고... 하하하... 알겠지?”
눈에는 눈물을 달고 은영이는 웃으며 대답했다. 은영이와 이야기를 나눈 후에 손을 잡고 기도하는 순간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는 나와 은영이에게 힘과 격려를 더하여주고 계셨다. 기도를 마치고 일어서는 은영이의 표정은 환한 해바라기처럼 피어 있었다.
머리맡의 편지
지난 주, 고3기도회를 마치고 내 자리로 돌아오니, 예쁜 편지와 음료수 한 개가 책상에 놓여 있었다. 겉면에는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다. 학생이 쓴 것이겠거니 하고 펼쳐 보았다. 아래는 그 편지의 전문이다.
존경하는 최관하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소희예요. 우선 선생님, 편지 잘 받아보았습니다. 정말 한 명 만 명 챙겨 그렇게 편지를 쓰시는 선생님의 모습, 너무 감동스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이제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선생님같은 한 분 한 분 때문에 힘이 되고 기쁩니다. 이 편지 엄마에게 보여드렸었는데 저희 엄마가 선생님께 너무 감사하다고 꼭 답장을 쓰라고 당부하셨어요. 엄마가 편지를 읽자마자 언니를 보고 이제 교회에 다니자고 그러셨어요. 그러시면서 선생님 편지를 침대 옆에 두고 주무셨다니까요. 저희 엄마가 엉뚱하게 생각되실지 모르지만 저희 엄만 선생님께 너무 감사해가지고 그러신 거예요. 하하... 선생님 저는 아직 절실한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이제 선생님같은 절실한 기독교인이 될까 합니다, 선생님의 수업 기도하는 시간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올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마다 기도가 좋은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항상 작문 시간 때 잠만 자서 정말정말 죄송해요. 졸음 앞에 장사 없다더니... 아! 수업 시간만 생각하면 너무 죄송해서 얼굴 들기가... 이해해주실꺼죠? 헤헤...
선생님, 평소 울면서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면 선생님 눈속에서 진실함과 ‘아, 우리를 위해 진정으로 기도해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도 이제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선생님을 위해... 기도할게요. 히히...
감사함을 별로 베풀 길이 없어서 작은 편지 한 장 썼습니다. 마음만은 크니까 간직 꼭 해주셔용. 열흘도 안 남은 이 시점. 선생님 말씀대로 두려움은 없애고 큰 비전을 가지고 살아가겠습니다. 선생님도 아프지 않게 건강 챙기시고 기도(꼭 50억) 이루어지실거라 믿습니다. 아자! 선생님 못 잊을 겁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소희 올림
P.S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필요 없는 문장 등 국어 샘이라고 그런 거 눈에 보시는 건 아니죠???
은사대로 섬기며
무엇보다도 감사한 편지였다.
기도엽서를 통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으로 소희와 그 가정이 믿음의 가정으로 변모케 된다는 사실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특히 엄마가 그 엽서를 침대 곁에 두고 주무셨다는 사실은 그 엽서의 소중함 때문보다 하나님께서 만나주고자 하시는 간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 곧 글을 쓰는 은사를 주심을 항시 감사하고 있다. 시집을 세 권 발간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낭만적이고 세상적이며 염세적인 글을 주로 썼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주로 썼다. 하지만 이제는 하나님께서 그 글의 방향을 바꾸어주시며 격려와 위로, 힘을 부여하는 글을 쓰게 하신다. 하나님의 섭리와 간섭에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에게 주신 각각의 은사, 그것으로 우리가 할 일은 복음 전파다. 그것은 주님이 우리에게 부여하신 사명이기 때문이며 우리의 생존 그 이유 자체이기 때문이다.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하며 은사를 최대한 발휘할 때 성령께서 계획하시며 인도하시고 또한 이루실 것이 분명하다.
====================================================================
0. 은영이와 소희의 가정이 믿음의 가정으로 우뚝 서고 또한 우리 아이들이 이 과정을 통해 믿음으로 대학에 진학하며 큰 비전을 이루어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릴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0. 또한 영훈고의 수능 대박과 우리 아이들이 졸업하기 전에 예수님을 영접하는 대박은혜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소망하며 기도해주십시오. 샬롬!
영훈고 기독교사 최관하 올림(017-264-50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