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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꼬셔 올라간.. 소요산 산행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0-01-25/짝재기양말
겨울이란 핑계로 운동을 안 해도 너무 전혀 안하는 나.
아직 푸른 젊음인데 이러다 노땅이 되는가~
국가와 민족 걱정을 핑계 삼아 온종일 술이랑 같이 살아가나
아침에 눈뜰 때는 늘쌍 정확하게 새벽 5시40분..
아직 깜깜한 6시, 후암동 종점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보다 약간 우수한 컵우동에 열무김치로 새벽허기를 채우고,
마을버스에 몸을 실은 뒤 1호선 남영역에서 내린다.
남영역에서 북쪽종점 소요산역까지 가는 전철을 기다리는데 이른 시간인가 잘 안 온다.
청량리 지나 성북역 지나 의정부 지나 동두천 지나 소요산역.
서울 남산 기준 대략 45km 거리를 그리 달려갔다.
청량리역 땅속에서 땅위로 올라가 달릴 즈음 날이 밝아온다.
여기서 지상으로 소요산역까지 딱 1시간 걸린다.
8시가 약간 넘은 시간에 소요산 아랫도리, 역에 도착한 난
역 앞 포차에서 아침햇살 받으며 소주1병에 순대에 오뎅국물로 아침을 해결한다.
여긴 남영역보다 5도 쯤 춥고 바람이 까칠한 포천 전곡부근..
당초, 동네한바퀴 삥 돌고 돌아올 ‘새벽아침전철투어’로 작정한 나그네 길이었다.
동네를 배외하다 어느 집에 앉은뱅이 담장 아래로
웬 개대가리 주둥이가 삐죽 나와 있었다.
담장위로 살피니 개집에 개가 묶여있는데 나가고 싶어 안달 났음을 호소하는데..
개으 인상과 눈빛을 보니 간절한 갈망이 마음에 담겨있다.
말 못하는 짐승이 연극적 마임으로 표현하는 그 절절한 그 열망을 감지한 - 나!
본능적 humanity가 작동되어 개 줄에 묶인 개목걸이를 풀어줬다.
순간, 엄청난 도약으로 미친 듯 세상을 향해 뛰쳐나가는 한 동물으 동적 희열 글고 환희....
저렇게 좋아하는 걸~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왜, 묶어두는지..
여긴 서울도 아니고 촌스런 지방 소도시 아닌감~
그럼 촌스럽게 풀어 기르지.. 혹시, 보신탕 사냥꾼이나 요리사들 땜시롱 그런 건가?
그런 포식자에게 순순히 넘어갈 똥개는 아니고 좀 영리해 뵈는데..
노는걸 잘 보니 진돗개인데 원조는 아니고 짝퉁 품질 같다.
자길 풀어준 고마움에 내 주변을 돌면서 놀다 내게 다가와 감사의 뜻을 전하는 걸 보니..
이놈이랑 산 쪽으로 한참 올라가니 매표소가 나오는데 매표녀 왈~
'아저씨, 개 데리고 산에 올라가면 안 됩니다'
'아, 저년이요~ 제 개 아니에요. 제가 개 같은지 계속 따라 오네요'
'전, 서울에서 올라왔고 저 개는 이 동네 같은데 계속..'
매표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한 개랑 나는 눈길을 계속 한참 올라간다.
개집에 묶여 꼼짝 못하고 犬道(견도)나 닦았을 놈이
살판 나 성기발랄하게 날뛰다보니 숨차고 열 받고 목말라 눈 파먹으며 달린다.
눈을 음료수로 파먹어? 늑대으 후손인가? 야생성이 좋다.
매표소까지 올라온 만큼을 더 올라가니 일주문이 나타나고,
거길 지나쳐 한참, 백운암 자재암 창량폭포가 있는 곳, 약수물 받는 곳까지 올라갔다.
이 개는 산행할 맘이 없던 날 소요산 복판 아래까지 인도해줬다.
차~ 그놈 참 희한하고 요상하네~ 들개 흉내를 내면서..
좋아~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면 날 쳐다보는 소요산이 존나 섭섭하겠지..
오른 김에 올라가는데 산세를 보니 오르막길이 장난 아니다.
신발도 동네용 털신인데다 배낭이나 쌕도 없으며 물도 없다.
약간 갈등을 때렸지만 단순무식으로 올라간다.
가파른 각도는 거의 50도 이상, 두발 걷기보다 네발 기기인 계단에 쇠박이 로프길이다.
오대산 노인봉 소금강 쪽에서 오르다보면 이와 비슷한 길이 있다.
'다람쥐 눈물받이'라는 다람쥐도 울며 올라간다는 벼랑타기 길..
하염없이 발랄했던 개도 허바져서 기어서 올라간다.
얼마 전, 왕창 내린 눈이 얼어 흙길 돌길 틈마다 빙판..
돌틈 흙틈 사이사이 흙과 낙엽 덮여있어 마치 지뢰밭을 지나가는 긴장감인데..
오르막 바로 옆은 아슬아슬 살벌하게 깎아지는 낭떠러지다.
하염없이 올라가는 와중 개가 2번 미끄러지는데 나무나 암벽에 쳐 박혔다.
사람보다 덩치가 훨 작은 개몸집이고 유연하니 다친 덴 없고..
자식이 2번 실수했는데 한번도 안 미끄러지는 날 보고 그 조심스러움을 따라한다.
타고난 네발 달린.. 아이젠 사용법을 모르는 무늬만 들개인 집개다.
침팬지 앞발처럼 뭐든 잡히는 데로 잡고 오르는 내 두팔이 외려 낫다.
엄지가 없는 개 앞발은 뭘 쥐거나 잡을 수 없지 않은가~
허발나게 힘겹게 오른 정상인 듯한 곳은 하백운대(440m)..
뭐, 별 정상답지 않은 꼭대기.. 올라온 자의 자만심이 약간 상해 일렁거린다.
지척에 있는 중백운대(510m)랑 상백운대(559m)가 꼭대기답다.
거기서 이어 칼바위를 지나서 나한대(571m)가 있고 그옆 소요산 진짜 정상 의상대(587m).
그렇게 시계방향으로 삥 둘러 내려오다 공주봉(526m)이 있는 거다.
소요산은 이렇듯 500m 이상 5봉이 병풍처럼 둥그렇게 둘러쳐 논 형상이다.
어찌 보면 화장실 변기처럼 생긴 특이한 산행지로,
위성사진으로 보면 동쪽을 향한 말굽 같기도 하다.
하백운대에서 담배 한대 피고 잔설 찾아 개처럼 눈 파먹어 갈증을 달랬다.
기온은 영하 5도쯤, 평일 오전이니 오르는 인간이 거의 없다.
외려 이런 걸 맛있게 즐기는 외로운 늑대는 기분이 좋다~^^*
곁에 어쩌다 생긴 길동무 들개도 같이 있으니..
이산은 경기도 소금강이라 할 정도로 산세가 아름답다.
치솟은 봉우리 곳곳에 암반이 살짝살짝 숨겨져 있고 암벽도 드문드문 멋지다.
소요산은 逍遙(소요)란 말 그대로 이리저리 맘대로 걷기 좋다.
소요시간도 아침에 부지런 떨면 5봉 삥 둘러 돌고 내려와 여흥 즐감에도 딱 이다.
중백운대랑 상백운대까지 120m가량을 더 오른 뒤,
정상에서 굽어봄을 맛보고 오르던 길로 다시 내려와 하백운대에선
능선을 따라 팔각정 쪽으로 내려와 하산을 마감했다.
그때가 오후 2시쯤, 그제서야 떼거리로 올라가는 산행들을 본다.
개랑 같이 내려오는걸 본 그들은 희한하단 눈빛들..
일단 개를 비롯한 내 차림새로 ‘동네사람’으로 착각했을 터인데 모자에 바람개비가 슁슁 도니..
이런저런 사교적인 제스처를 표현하는데 대체로 존경하는 눈빛들이다.
어느 산을 가든.. 요런 분위기는 자동적으로 만들어진다.
바람개비모자란 강녀칸 아이콘이 작용하기에..
그래 솔로로 호젓하게 소요하는 나그네 길에서도 거의 심심하지 않은데,
오늘은 요놈까지 첨부터 첨가해 길잡이 노릇을 해주었다.
산에 가면 많은 종류의 원기를 되찾으니 힘이 솟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세계를 느끼는 정상이 있고 못 느끼는 환자가 있다.
사지유신 멀쩡할 때 존나 돌아다니란 말은(차로 어쩌구 말고..)
남산을 지척에 두고도 오르지 못하는 내 엄마가 평소 부르짖는 한 맺힌 절규이리라~
또 하나으 걸림은 생활으 여유를 못내는 우리으 고집스런 습관이다.
김민기 봉우리 - http://blog.daum.net/juriwon/13418997
산봉우리에서 ‘김민기의 봉우리’를 들으면 신선에 천국이 따로 없다.
http://www.otr.co.kr/column_board/index.htm?lsid=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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