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있었던 유기견 입양자의 날에 우리 아이들이 가족을 만나 안겨있고, 재롱을 부리고, 또 엄마 아빠 있다고 의기양양해서 기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았습니다.
입양센터에 있을 때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돌보지만 역시 온전하게 한 가족에게 입양가서 사랑받는 것에는 비할바가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날 아이들이 가족 품에 안겨있기도 하고, 잔디밭에 뛰어놀기도 하고, 또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면서 문득 어린 시절에 수영장에 갔던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어떤 추억인지 한 번 말씀드려볼께요 ~
빡빡머리 중학생 때였습니다. 그러니까 1980년 ~ 81년쯤이었어요. 그 때 여름마다 친구들과 함께 가곤 했던 수영장이 있습니다. 그곳이 어디냐면 동국대학교 바로 옆에 있는 장충수영장이라는 곳이었어요. 그곳은 야외수영장이었습니다.
그 때 그 수영장 입장료가 지금도 기억나요. 우리 같은 중고생들은 770원 이었습니다.
그 당시 학생들은 버스를 이용할 때 동그란 작은 엽전같이 생긴 토큰을 썼는데 그게 한 개에 60원이었어요. 그 때 버스비 아끼려고 3km가 조금 넘는 통학거리를 늘 걸어서 다니곤 했었죠.
그러니까 수영장 한 번 가려면 입장료 770원에 왕복 버스비 토큰값 120원을 하면 890원이 드는 거였죠. 중학교 2~3학년 때는 1,000원이 무척 큰 돈이었었는데 수영장을 한 번 가려고 그 돈을 모으려면 보름 이상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1,000원을 마련해서 버스 토큰 2개를 사고, 당시 살던 성수동에서 수영장이 있는 장충동까지 친구들 3 명과 함께 놀러갔습니다.
저랑 친구들은 모두 수영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어서 그냥 대충 동네 자유형이라는 수영을 했어요. 자유형과 폼은 비슷한데, 한번 팔을 저을 때 마다 팔젓는 반대쪽으로 머리를 이쪽으로 저쪽으로 옮기는 동네 아이들의 자유형이었습니다.
그곳에는 5미터짜리 다이빙대도 있었는데, 밑에서 보면 5미터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는데 위에 올라가서 밑에 내려보면 무지 높아요. 하지만 그곳에서 다이빙하는 것은 아이들끼리는 나름대로 '깡' '용기' '배짱' 이런 것의 상징이라 서로 지지 않으려고 다이빙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5미터에서 다이빙을 할 때 나름 본 것은 있어서 폼을 제대로 잡고 뛰어드는데, 막상 물에 입수할 때가 되면 '철퍼덕' 하고 배치기를 합니다. 그 때 얼마나 아픈지 몰라요. 그래도 안아픈 척하고 물 밖으로 나오면 배가 벌겋게 자국이 나있곤 했습니다. 그럼 다른 친구녀석들이 배가 벌겋게 자국이 난걸 보고 놀려요. 그런데 그 놈들도 별수 없어요. 그 친구 놈들도 다이빙대에서 뛰고 나면 역시 벌겋게 자국이 나있죠. 그걸 보고 서로 깔깔 거리며 웃던 기억이 납니다ㅎㅎ ~
아무튼.. 수영장에 가는 날은 하루종일 수영을 하려고 맘먹고 가는 날이예요. 그러니까 아침 든든히 먹고 그곳에 도착해서 오전 10시에 수영장이 문열면 그 때 바로 입장을 합니다.
그래서 한 2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나면 무지 배가 고파요. 그럼 나름대로 그 때 챙겨간 도시락을 먹습니다. 그러면 허기가 가시는데 그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또 배고파져요. 중학교 2, 3학년 청소년기는 1년에 키가 10cm씩 쑥쑥 크던 때라 밥먹고 돌아서면 또 배고픈 시기쟎아요.
점심시간이 지나 오후 2시 ~ 3시가 되면 엄청 배고픕니다. 그 때 그 장충수영장에 핫도그 파는 매점이 있었어요. 한 개에 300원 이었습니다. 그 매점은 인기가 좋아서 사람들이 와글와글 했습니다. 그런데 같이 간 친구들이 다 똑같은 형편이었어요. 다들 1,000원씩만 갖고 온겁니다. 수영장 입장료 770원에 왕복 버스비 60원씩 120원을 제외하고 나면 1인당 110원 밖에 안남아요.
그걸로는 300원짜리 핫도그 한 개도 못사먹죠. 배는 무척 고픈데, 저 핫도그 하나 먹고 싶은데 돈이 모자란 거예요. 그 때 제 눈에는 가족들과 함께 온 아이들의 손에 핫도그 하나씩 들려져있는게 눈에 띕니다.
부모님들과 함께 온 저 아이들은 핫도그도 먹고, 라면도 먹고 있는 모습이 정말 너무너무 부러워졌어요. 그러면 같이 간 친구들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 상태에서 서로 남은 110원씩을 합쳐요. 그러면 세 친구가 합치니까 330원이 되는 겁니다. 핫도그 하나를 사먹을 수 있는 돈이 되는 거예요.
그러면 핫도그 매점에 가서 300원을 내고 그 핫도그를 삽니다. 케쳡 많이 뿌려달라고 특별히 또 부탁도 하고요. 그래서 핫도그 하나를 사면 세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합니다. 얼른 먹고 싶어서요. 그러면 핫도그 하나를 공평하게 나눠 먹으려고 손으로 대충 너는 여기까지, 너는 여기까지하고 3등분을 나눠요.
그리고 딱 고만큼만 먹는데 먹고 나면 무척 아쉽죠. 한 개를 다 먹어도 모자란 중학생 청소년기 아이들인데 , 그걸 세 등분을 해서 나눠먹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핫도그 하나를 사서 나눠먹고 나서 다시 힘을 내서 수영을 합니다. 그렇게 아침 10시에 수영하러 가서 오후 5시 30분쯤 마치고 야외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요.
그 때 되면 저를 비롯한 친구들 배는 꼬르륵 꼬르륵 난리가 납니다. 얼른 집에 가서 밥먹고 싶은 생각 밖에 없어요. 그 때 가족들과 함께 온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웃으면서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희 부모님은 작은 칼국수 가게를 하느라 휴일없이 일할 때였거든요.
지금도 참 아쉬운 것은 그 때 부모님과 함께 장충수영장에 가서 수영 실컷하고 다른 아이들 핫도그 사먹을 때 나도 핫도그 한 개 통째로 다 먹어봤으면 하는겁니다.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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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입양자의 날에 엄마 아빠 품에 안겨서 재롱도 부리고, 기가 살아서 노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왜 수영장 갔었던 그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그 때 엄마 아빠랑 함께 온 아이들이 부러웠던 기억이 겹쳐서 그랬나봅니다.
유기견 입양자의 날은 제겐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그래서 죽음 직전까지 갔던 아이들이 이렇게 좋은 가족을 만나서 사랑 듬뿍 받으며 행복하게 지내는 그 모습을 보니 저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금은 입양센터에 있는 아직 입양가족을 못만난 우리 아이들도, 좋은 입양가족을 만나 내년에는 더욱 의기양양해서 입양센터 아이가 아닌 온전하게 한 가족의 아이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모낭충이 심한 채 경남 함안의 농수로에 버려져 누구도 입양하지 않던 그 상태에서 다행히 팅커벨에 구조되어 좋은 가족을 만나게 된 토리와 버치가 가족의 품에 안겨있는 사진과 송도영님이 DSLR로 찍어준 단체 사진 한 장 올리며 이만 맺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리와 버치와 입양 가족.
첫댓글 장충수영장의 추억,셋이서 300원 핫도그 한 입씩,
정말 추억 돋네요.^^
그런 중에도 엄빠랑 손잡고 온 아이들이 부러운. 유기견 입양가족의 날도 비슷한 풍경이었군요~
부모라는 울타리를 얻고 목소리 커지는 아기들.맨날 핫도그,라면 한개씩 먹고 의기양양해지는 걸가요?
내년에는 더 많은 아기들이 부모 손 잡고 놀이터에서 뛰놀면 좋겠어요.
저도 확실하게 느낀 건
입양 간 아이들이 너무 당당하고 예뻐져서 예전 모습들이 생각이 나지않았다는 겁니다.
집밥의 위대함을 절실히 깨달았어요.
입양센터 아이들도 이런 날이 빨리 왔으면하네요.
대표님 글을 읽으면서 원이네도 어릴적 소풍날 부모님이랑함께온 아이들이랑..그렇지못한 원이네의 위축된모습이 떠오르네요;;^^
우리센터아이들도 그날 입양가서 가족을 만난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웠을까요;;
아...찡해요...우리세대만이 알수있는 공감대가 있지요 만세 그날 보내고 먹먹해서 아무글도 못읽었는데 또 먹먹해지네요 아이들 구조돼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큰 기쁨입니다 수영장에서 돌아와서 실컷 드셨겠지요~^^
재미있으면서도 찡하기도 하고 한편의 동화책을 읽은듯 합니다.
토리와 버치 보면서 다른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우리 아이들 이제 가족들과 행복한 일만 남아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대표님의 먹먹하고 풋풋한 추억과, 신나게 물놀이 하다 가족 품으로 돌아와 핫도그 두 개씩 물고 있는 듯한 우리 입양간 아이들...속은 찬데 날씨는 더워 짜증나는 날에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주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