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에 흔들리며 대마도에 이르다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24
4월 23일(일), 아침 6시 20분에 가방을 챙겨 트럭에 실어 보낸 후 숙소를 나서 약 1.5km를 걸어 7시 경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대합실에 들어서니 여행사 직원이 출국에 필요한 여권 등을 챙긴다. 그 사이 일행들은 터미널 내 편의점에서 각기 고른 간편식으로 아침을 해결하였다. 당초 계획은 터미널식당에서 식사할 계획이었으나 어찌된 사정인지 문을 열지 않아서.
8시 반에 출발한 히타카스 행 쾌속선이 부산항을 벗어나 대한해협에 들어서니 높은 파도가 뱃전에 부딪히며 배가 크게 요동친다. 여러 번 대마도 행 쾌속선을 이용하였으나 처음 겪는 흔들림, 대부분의 승객들이 멀미와 구토로 힘들어한다. 두 시간여 항해 끝에 히타카스 항에 도착, 출국수속을 밟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높은 파도로 흔들리기 전의 평온한 모습들
출국절차를 마치고 대합실에서 간단한 환영행사, 쓰시마시청의 간부들이 일행을 맞아 시장의 환영사를 대신 전한다. 휴일인데도 일부러 먼 곳까지 나와 주어 감사. 시청 관광상공국장이 대신 읽은 시장의 메시지,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일행의 서울-도쿄 1,158km 53일간의 뜻깊은 여정을 축하하며 한국과 일본의 가교역할을 한 쓰시마 도착을 환영한다. 코로나 19로 중단된 일본여정에 이전보다 많은 인원이 참가한 것은 그만큼 이 행사의 의미가 큰 것을 입증한다고 여긴다. 서울에서 도쿄까지 무사히 완보하기를 빈다.’
엔도 야스오 일본 대표의 인사, ‘한국 팀이 일본에 들어선 것을 환영하며 높은 파도로 고생한 가운데 일본에 무사히 도착하여 다행이다. 쓰시마 – 도쿄에 이르는 동안 끝까지 사이좋게 걷는 여정이기 바란다.’
목적지 이즈하라까지는 버스로 두 시간, 12시 20분에 히타카스를 출발하여 쓰시마를 종단하는 주변의 풍광이 고즈넉하다. 이즈하라 시청 앞에 도착하니 오후 2시 20분, 곧바로 근처의 식당으로 향하였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들른 단골식당, 조선통신사연지협의회 회장이 먼저 와서 일행을 반갑게 맞는다. 미리 차려 놓은 식탁에 앉아 늦은 점심을 맛있게 드는 동안 기모노 차림의 여성이 대마도 전통 민요가락에 맞춰 흥겨운 춤사위를 벌인다.
오후 3시 20분에 시청에서 주선한 스케줄 따라 쓰시마박물관, 옛 가네이시성정원(舊金石城庭園), 쓰시마조선통신사박물관 등의 탐방에 나섰다. 박물관은 2022년 4월에 개관한 최신시설, 쓰시마의 자연과 역사 및 문화예술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종합박물관이다. 내부를 찬찬이 살핀 후 옛 가네이시성 정원에 들러 덕혜옹주 결혼기념비와 쓰시마 번주(藩主) 소(宗) 씨 가문의 거점이었던 만송원(萬松院)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결혼과 이혼, 은둔생활로 점철된 덕혜옹주의 사연이 애틋하고 막부의 실권자들과 교통하며 수백 년간 쓰시마를 통치한 가문의 역사가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쓰시마 조선통신사 역사관이다. 2년 전에 개관하여 한일우정걷기 일행들도 처음으로 찾은 곳, 조선통신사에 관한 충실한 자료와 10여분 영상으로 관람한 화면 등을 통하여 일본에 문화충격을 준 조선통신사의 본질을 이해하기에 유익한 탐방이 되었다. 두 시간의 탐방코스는 일반관광객에게도 추천할만한 내용, 여행을 통하여 배우는 삶과 문화의 생생한 표본이라 하겠다.
오후에 둘러본 쓰시마박물관, 옛 가네이시성정원(舊金石城庭園) 등이 있는 이즈하라 풍경
종래에는 이즈하라 행 쾌속선을 이용하여 약간의 시간여유가 있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이즈하라 편이 휴항 중, 조선통신사 일행이 묵었던 사찰 등 돌아볼 만한 곳을 다 살피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숙소에 돌아오니 오후 6시가 지난다. 여러 번 묵은 숙소는 숙박과 식사를 함께 하는 곳, 이어진 만찬이 정갈하고 푸짐하다. 맥주와 정종을 곁들인 성찬이 고된 항해로 지친 심신에 활력을 안긴다. 내일 일정도 새벽부터 강행군, 일행 모두 평안한 밤 보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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