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이서빈 외, {덜컥, 서늘해지다} 이 책에 대하여
『덜컥, 서늘해지다』는 “금강산 제1봉인 신선봉 흐르는 물에/ 혼을 갈아 쓴” 시집이며, “금강산 봉우리마다 깃든 정기精氣 받아/ 세계의 산이 푸르러질 때까지/ 대칭이 비대칭의 임계점을 넘어서/ 식물이나 동물 생태계 웃음이 푸르러지기를/ 염원한 기도”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세상 가득한 환경쓰레기 말쓰레기 독재쓰레기 불법쓰레기 쓰레기로 숨이 막힐 때
어둠 가출한 달 나뭇가지 걸려 얼음장보다 찬 공중 흔들고 있을 때
하루치 노동 끝내고 헛간 시렁에 걸린 다 닳은 호미 웅크리고 잠들 때
밭 한 뙈기 택배 받아 펼치자 고들빼기 씀바귀 미나리 도라지 더덕 저마다 눈빛을 맞출 때
마음 흔들려 나무 보러 가면 나무가 더 슬픈울음으로 흔들리고 있을 때
캄캄한 밤, 허물어지는 시간 간신히 떠받치고 먼 중생대 반딧불이처럼 깜빡이는 별 빛 볼 때 ― 이서빈, 「덜컥, 서늘해지다」 부분
허공에 사다리를 놓고 돈바람 잡아 하늘을 호령하려는 손짓을 말뚝에 묶어 놓으려는 바람
바람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유리벽에 부딪혀 짹, 하고 죽는 새를 보며 바람은 파랗게 생각에 잠긴다 ― 이진진, 「바람눈썹」 부분
고운이슬처럼 써 내려간 방울새 상큼한 표지 글 박새 감미로운 대화체 소설 촉새 콩나라 팥나라 콩새 쇠박새 진박새 오목눈이 딱따구리 악단들 숲속 식솔들의 나라 구봉산 마루에 휘파람 고였습니다 ― 정구민, 「새소리 까페」 부분
남과 다른 시 쓰기는 같은 기차표를 배정받고 짐을 꾸리는 여행객들이다
짐 속엔 지구를 닦아 줄 헝겊과 진통 해열제 상비약이 들어있다
기차가 닿는 곳마다 지구 가족들에게 나누어 주며 지구를 살리자 외칠 것이다
앓고 있는 지구가 병석을 박차고 온전히 지구생물과 하나 될 때까지 남과 다른 시 쓰기는 안아주고 보듬을 것이다 ― 고윤옥, 「남과 다른 시 쓰기」 부분
세계 곳곳 이상기후 사하라 사막 모래 언덕 눈 쌓이고 나이아가라 폭포 꽁꽁 얼어붙었다 강풍, 혹한 폭탄 사이클론 미국 120년 만의 최악 겨울 러시아
해류와 대기 순화로 지구 온도 조절하는 지구 에어컨 북극에 빨간신호등 켜졌다 ― 우재호, 「지구 떠나야 한다] 부분
메뚜기 떼가 케냐 인구 전체가 먹을 하루 치 식량 먹어치우고 산 들 나무 동식물 오염으로 염색하고 있다
균들은 서로 협조해 인간을 공격할 것이다 인간이 쓰고 함부로 버린 대가 균들이 태어날 환경을 만들고 있다 ― 이정화, 「몽상가의 몽상」 부분
밤새 대지를 뒤흔드는 천둥 번개
윗집아기 울음소리 삼키고 초목 꺾고 지축 흔들며 지구 신음까지 삼켜버릴 듯 아우성치는 집중호우
확, 쓸어가라 환경오염 온난화 핵무기 다, 싹 쓸고 떠나거라. ― 글빛나, 「건널목」 부분
휘청휘청 잣나무 꼭대기 휘어잡으며 바람 일으키는 청설모
이 빠진 잣송이 툭, 떨어진다 쪼르륵 산돌 밑 여기저기 저장한 양식 까마귀 까치에게 털리고 깜깜하던 청설모 창고에 봄이 싹튼다
청설모꼬리 붓이 되어 총보다 더 강한 무기되어 세상 지면을 휘어잡는다 ― 글로별, 「숲 키우는 청설모」 부분
바람이 장미향기를 쓸고 있다
향기에 취해 새떼가 날아오른다
물배추 부레옥잠 물고기 지느러미 한 겹 한 겹 꽃물결로 출렁일 때 똘방한 눈알 떼록떼록 굴리며 봄을 곱게 물들이는 것들
턱을 괴고 물 멍하다 보면 보이는 것은 다 꽃이 된다 ― 이옥, 「장미향기를 쓸다」 부분
— 남과 다른 시 쓰기 동인 시집, 덜컥, 서늘해지다, 도서출판 지혜, 값 12,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