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20주일 강론(나해)
한국전쟁 순교자, 진 야고버 신부!
한국 6.25 전쟁이 발발한 1950년 7월 4일에 성내리성당의 첫 번째 주임사제였던 진 야고보 신부(Rev. James Maginn 1911.11.15-1950.7.04)가 성내리성당에서 서쪽으로 십여리 정도 떨어진 자원동의 한 개울에서 공산당에 의해서 순교했다. 성내동 성당(주임 윤종민 신부)은 지난 순교일인 지난 7월 4일 진 야고보 신부님의 순교정신을 기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진신부님의 일생을 벽화로 장식하고 기념 동상을 세워 원주교구장 조규만 바실레오 주교를 초청, 축성식을 가졌다.
진 야고보 신부는 1911년 11월 15일 미 국 몬태나주 뷰트에서 태어났다. 1935년 성 골럼반 외방선교회 사제로 서품되어 1936년 일제 치하에 조선에 입국, 1949년 10월 7일 당시 삼척 성당에 초대 신부로 부임, 이듬해 1950년 6월 25일 전쟁을 맞이하게 되었다. 피난을 준비하던 신자들은 진 야고버 신부에게 피신할 것을 간곡히 곤했지만, 진 신부는 가톨릭 신앙으로 무신론에 맞서고 공산주의자들에게 하느님 신앙을 증거하기 위하여 최후까지 양들과 교회를 지켜야 한다며 완강히 거부하였다. 그러다가 7월 1일 공산당이 삼척시를 점령하고 7월 2일 진 야고보 신부는 주일미사 후 체포되었다. 그 이후 고문으로 배교를 강요당하고 모욕을 당하였다. 그러다가 7월 4일 밤중에 공산당에게 끌려 나가 그날 밤 자원동 소하천변에서 총살당하여 순교하였다. 그의 유해는 1951년 10월 춘천 죽림동 성직자 묘역에 안치되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오늘은 연중 제20주일입니다. 오늘의 말씀(요한6.51-59)도 지난주에 이어 성체성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가파르나움 회당에서 하신 오늘의 말씀은 그리스도께서 살아있는 빵이라고 하신 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살과 피를 주시겠다는 더욱 뜨겁고 강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통해 성체성사의 신비가 얼마나 깊은지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살과 피는 분명 인간의 총체적인 삶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명과 직결됩니다. 자신의 생명을 바쳐서 죄 많은 인간을 구원하시리라는 하나의 예언으로서 이 예언은 십자가상의 죽음을 전제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다른 이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베풀어줄 수 있다 하더라도 생명을 바쳐가면서까지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봉헌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불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우리들을 위한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 되시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상에서 몸을 바치고 봉헌하셨기에 그분의 몸 즉 살과 피는 성체성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들이 걸어 넘어진 것은 “저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줄 수 있단 말인가?” (요한 6.52) 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살과 피는 식인종이 아니고서야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뜻 하신 바는 자신의 죽음으로써 세상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그분을 ‘받아먹음으로써’ 그분과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며,아울러 그분의 모든 구원의 생명력과 능력이,그분의 생명 자체가 우리를 통해 드러날 수 있도록 우리 안에 부어지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분을 받아 모심으로써 그분이 부활하신 것처럼 마지막 날에 부활하게 될 것입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요한 6,54)라는 말씀은 우리가 그분을 통해서 새로운 삶으로 건너가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제가 강론 벽두에서 소개해 드린 순교자 진 야고보 신부는 예수님을 본받아 자기 양들을 위하여 몸을 희생하신 착한 목자가 되신 것입니다. 그분은 예수님의 희생을 본받아 공산당에 의하여 몸을 바친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되신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그분께서는 완전한 사랑을 드러내셨고 이 까닭에 “친구들을 위해서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신 것입니다. 여기서 나타나는 성체성사의 신비는 생명의 신비요 승리의 신비입니다. 그분께서 당신의 죽음을 통해서 주시는 살과피는 참된 양식이요 음료이기에 영원히 배고프지 않고,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것으로서 천상으로 가는 노자인 것입니다. 이 살과 피는 곧 성체 성사를 통해서 우리 안에 현존하게 되어 예수께서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하셨듯이 우리도 예수와 일치하게 되고 사랑의 친교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성체성사 안에 하나 되는 삶은 지혜의 잔치에 참여하는 삶으로서 그분의 잔치 상에서 먹고 마시는 슬기로운 길에 나서는 삶입니다. 아울러 이는 에페소서의 사도 바오로의 말씀(에페 5,21-32)처럼 이 시대의 뜻을 헤아려서 술 취하는 데서 오는 방탕한 길에 들어서지 않고 성령으로 충만하여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생활을 하는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즉 그분의 살과 피를 받아먹고 마심으로써 그와 같은 하느님 사랑으로 충만한 새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