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1(수) 사순절 일곱째 날 묵상(출애굽기 2:2-4)
저항과 신앙
그 여자가 임신을 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이가 하도 잘 생겨서, 남이 모르게 석 달 동안이나 길렀다. 그러나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어서, 갈대 상자를 구하여다가 역청과 송진을 바르고, 아이를 거기에 담아 강가의 갈대 사이에 놓아두었다. 그 아이의 누이가 멀찍이 서서, 아이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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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아이거든 죽이라’는 파라오의 명령을 거부한 히브리 산파들처럼, 한 아기의 어머니도 저항의 깃발을 듭니다. 이 어머니의 선택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결혼하였더라도, 갓 태어난 히브리 남자 아이는 모두 강물에 버리라는 명령이 있으니, 임신과 출산을 뒤로 미뤘어야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아이를 숨기다가 발각되면 자신을 비롯해 가족 전체에 큰 재앙이 닥칠지도 모르는데 위험을 감수하며 3개월이나 버팁니다.
여인의 선택은 무모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 마음이 바로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고 생육하여 번성하는 일은 하나님의 명령이자 사랑의 결실이요,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사람과 만나서 사랑을 하여 사람을 낳고, 그 사람은 사람 속에서 사랑을 받고 사람으로 자랍니다. 여인은 그 생명과 사랑의 힘을 믿고 혐오와 죽임의 세력에 맞서 저항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인은 꾀를 냅니다. 최대한 숨겨보자는 것입니다. 갈대 상자를 구해 역청과 송진을 발라 강가의 갈대 사이에 숨깁니다. 그런데 여기서 상자는 바로 노아가 만들었던 방주와 같은 단어입니다. 조타실을 따로 두지 않는 방주와 상자는 갈대 사이에 잘 머물 수도 있고, 정처 없이 강물을 따라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할 일은 다 했으니 하나님께 맡기는 것입니다. 노아는 방주를 만들면서 역청만 발랐지만, 어머니는 세심하게 송진까지 바르고, 이제 인류의 구원을 기대한 노아처럼 모세의 구원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훗날 이스라엘 백성은 갈대 바다를 건널 것인데, 이미 모세가 갈대 사이에서 구원을 받았으니 여기에 또 모종의 암시가 숨어 있습니다.
제 할 일을 다 한 인간은 하나님을 기다립니다.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나 가만히 지켜보아야 합니다. 인간의 유한성은 늘 초월을 향해 있고, 놀라움으로 다가오는 무한의 사건에 자신의 유한함을 맡겨야 하는 것입니다. 제 할 일을 다 한 인간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총은 선물이고, 축복입니다.
* 기도 : 주님,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게 하여 주소서. 너무 쉽게 굴복하지 않게 하소서. 사랑의 힘으로 용기를 지니게 하여 주소서. 생명의 힘으로 저항하게 하여 주소서. 그러나 멈출 자리에서는 멈출 줄도 알게 하소서. 주님께 맡기는 지혜를 주소서. 고요히 기다리며 주님께서 부어 주시는 놀라운 은총을 누리게 하여 주소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40일 평화 발자국 :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영상 보기
* 40일 탄소금식(26-3/4. 플라스틱 금식) : 테이크 아웃 음식 주문할 때, 용기 가져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