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의 새 시중은행, 저축은행 M&A... ‘5대 은행 과점’ 깬다
정부, 은행업 문턱 낮춰 경쟁 촉진
김지섭 기자 입력 2023.07.05. 20:29 조선일보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지주 회장 간담회’에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 김기홍 JB금융 회장, 빈대인 BNK금융 회장, 김익수 NH금융지주 부회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날 간담회에선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등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이 발표됐다. /장련성 기자
정부가 20년 넘게 이어진 은행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은행 산업의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국내 최초 지방 은행인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고, 지방 은행, 인터넷 전문 은행, 특화 전문 은행을 늘려 시중은행과 경쟁하는 ‘메기’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이런 내용의 ‘은행권 경쟁 촉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 과점 깨기 위한 ‘신규 인가’ 카드
시중은행이 새로 생기는 것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1년 만이다. 대구은행은 최소 자본금(1000억원), 지배 구조(산업자본 보유 한도 4%), 대주주 위법 여부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해 금융위 심사가 속전속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시중은행 외에 지방 은행이나 인터넷 전문 은행, 특화 전문 은행에 관심 있는 사업자에게 은행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 종전엔 인가 방침을 발표한 후 잠재적 후보군에서 신청을 받고 심사를 했다. 하지만 앞으론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 가능한 사업 계획이 있으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문이 열렸을 때만 제한적으로 신청받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문을 열어두고 누구나 두드려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날 전국 130만 소상공인에게 경영 관리 서비스(캐시노트)를 제공하는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소상공인 특화 은행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구은행 본점 전경./대구은행 제공
새로운 은행 인가에 인색하던 정부가 ‘신규 사업자’ 카드를 꺼낸 것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가 고착되면서 소비자 혜택이 줄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에선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1999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2001년), 신한은행과 조흥은행(2006년)의 합병 등을 거치며 은행 과점 체계가 확고해졌다. 현재 5대 은행이 은행권 대출·예금의 63.5%, 74.1%를 차지할 정도다. 대형 은행들이 과점 체제에 안주하다 보니 금리 경쟁은 실종되고, 비슷한 금융 상품만 우후죽순 출시하는 등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내 은행이 손쉽게 수익을 내면서 국제적 금융회사로 발전하려는 변화 노력은 부족하다”며 “무엇보다 시장의 힘에 의한 경쟁 촉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시장의 힘’은 앞으로 등장할 신규 은행들이다. 1968년 설립돼 55년 업력을 가진 대구은행은 당장 5대 은행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은행은 비록 5대 은행에 비해 덩치는 작지만, 올 1분기 기준 외국계인 SC제일은행(45조원)보다 대출 규모(약 50조원)가 크고, 수협은행(52조원)보다 자산(약 67조원)이 많다.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 순이익률(ROA)도 지난해 0.56%로 NH농협은행(0.46%), SC제일은행(0.35%)을 앞섰다.
그래픽=김성규
◇”은행 판도 변화 쉽지 않을 것”
금융위는 신규 사업자를 허용하는 것 외에도 은행의 세부 경영 상황과 임원 보수 등의 비교 공시를 강화하고, 은행이 비이자 이익을 늘리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조치로 은행권 경쟁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또 저축은행의 영업 권역 제한을 완화해 자연스러운 인수·합병으로 부실 은행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은행에 견줄 수 있는 초대형 저축은행이 출현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은행 진입이 늘면 은행권 판도가 흔들리고 경쟁이 촉진될 것이란 기대가 높다. 하지만 2017년 이후 큰 기대를 갖고 출범한 인터넷 전문 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존재감이 아직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대구은행을 비롯한 신규 은행들이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인터넷 은행 3곳의 은행권 예금과 대출 점유율은 각각 2.6%, 2%에 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은행들도 뾰족한 수가 없어서 지점망으로 이자 장사나 하고 있는데, 신규 은행들이 어떤 경쟁력으로 그 틈바구니에서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기술력과 참신한 서비스로 무장했다고 해도 인터넷 은행처럼 새 은행들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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