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박사, 생각에 대한 생각
〇 10년 전 거액을 주고 분당 인근 공원묘지에 햇빛이 잘 들고 흙이 좋은 묘지를 매입해서, 8년 전 어머니가 운명하신 뒤 지방에 있는 아버지의 산소를 이장해서 합장했습니다.
- 최근에 아내와 형제들이 충청도에 있는 장인 · 장모의 산소를 파묘하여, 화장을 한 뒤 성남시가 30년간 무료로 제공하는 납골당으로 모시는 엄청난 일을 했습니다. 아내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산소도 그렇게 하자고 나를 설득했습니다. 이유는 우리가 죽고 난 후에 우리의 자식들이 공원묘지에 찾아가지도 않을 것이고, 매년 공원묘원에 납부해야 하는 관리비도 납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논리이었습니다. 필자가 반대한 논리는 부모님 묘지가 번듯하고 있는 것이 좋고, 화장에서 납골당으로 모시는 비용이면 10년 치의 관리비가 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 장인과 장모님을 납골당으로 모시는 것이 보고,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의 산소도 납골당으로 모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대하던 주장을 바꾸는 것이 자존심이 상해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한 달이 지난 뒤 납골당으로 모신 것이 좋아 보였다고 실토하고, 동생들을 설득하자, 아내는 즉시 절차를 밟아서 부모님의 유골을 11월5일 납골당으로 모셨습니다.
-처음에 거절하다가, 좋아 보였으면서도 즉시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지 못하고, 한 달이 지난 뒤 말한 나 자신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싶어서 2002년 노벨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쓴 『생각에 관한 생각』 (원제: Thinking, Fast and Slow)를 정리했습니다.
- 기존의 경제학은 인간을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로 가정하여 조금이라도 더 이익이 되는 선택을 면밀하게 따져보고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고 보았습니다. 저자는 심리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사람을 불완전한 존재로 전제하여 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해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반영한 ‘행동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탄생시켰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생각의 오류를 최소화하여 선택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〇 내용요약
- 이성적인 인간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라고 믿는 전통적인 생각을 부정하여, 제한된 정보로 합리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 전제한다. 인터넷으로 수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여전히 판단과 오류를 범하고 있는 요인은 인간의 사고체계에 있다.
- 인간의 사고체계는 시스템1의 직관을 뜻하는 ‘빠르게 생각하기(fast thinking)'와 시스템2의 이성을 뜻하는 ’느리게 생각하기(slow thinking)'가 있다. 시스템1은 저절로 작동하고 매우 직관적이며 별 다른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결정하는 것으로 80%를 차지하고, 편향이 있다. 시스템2는 깊은 생각을 하거나 문제를 풀기 위해 복잡한 계산을 하는 과정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20%를 차지한다.
예) 시스템1은 달려오는 자동차를 피하는 것, 시스템2는 수학 문제를 풀거나,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 지 고민할 때 작동한다. 이 두 개의 시스템은 종종 충돌하기도 하고 교류하기도 하지만, 주로 시스템1이 주도한다.
- 시스템1이 시스템2를 지배하면 오류에 빠진다. 경험을 통해서 내면에 깊이 새겨진 인지 편향 때문에 어림짐작과 같은 실수를 알면서도 쉽게 고칠 수는 없다. 뇌는 2%이지만 20%를 사용하기 때문에 칼로리를 적게 사용하는 시스템1을 사용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엔커링이란 배를 정박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첫인상이나 긍정적인 것을 보면 나머지를 긍정으로 보는 편향이 있다. 예) 백화점 1층에서 고가의 물건을 본 뒤 윗층의 물건을 보고 저렴하다고 판단한다.
- 직관적인 시스템 1은 경험이 제공하는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우리가 내리는 수많은 선택과 판단을 은밀하게 조종한다. 이 책은 대부분 시스템 1의 작동 방식, 그리고 시스템 1과 시스템 2 사이의 상호 영향을 마치 두 명의 등장인물이 나오는 한 편의 사이코드라마처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 ‘통계적으로 생각하기가 왜 그토록 어려운’ 이유는 연상 능력도 좋고, 비유적으로 생각도 잘하고, 인과관계를 생각할 줄도 알지만, 통계적 사고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어서 직관적으로 해석한다. 직관적 판단이 위험한 이유는 우리는 믿음을 과신하고,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불확실한지 인정하지 않는 반면, 세상을 이해하는 우리 능력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 미국에서 중소기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성공확률을 묻자 60% 라고 대답했지만,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은 35%이었다. 즉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긍정으로 생각하는 것이 낙관적인 편향으로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위험을 과소평가하여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 우리는 ‘경험 자아’를 만족시키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정작 재미있는 것은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오직 사진만 열심히 찍어댐으로써 ‘기억 자아’만 만족시키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훗날 어떤 일을 되새길지 선택할 때 자연스럽게 기억 자아의 지도를 받는다. 이때 자신의 경험 자아를 불필요한 고통에 노출시키기도 한다.
- 낙관과 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① 직관에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한번 더 생각해야 지뢰밭은 빠져나갈 수 있고, ② 자신의 판단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〇 느낀점
- 300년 전통경제학의 프레임을 뒤엎은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대니얼 카너먼의 첫 대중교양서!라는 평가답게 소화하기 어려워서 오히려 짧게요약하였습니다.
- 저자가 말하는 시스템1은 지금까지 살면서 배우고, 경험한 누적이다. 자신의 경험의 누적안경을 쓰고 판단하면 오류를 범하기 쉽고 발전이 없으므로,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생각을 내려놓고, 더 내려놓고 결정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얻었습니다.
- 부모님 산소를 납골당으로 모시자고 하는 의견을 반대한 것은 시스템1의
결과이었고, 기존주장을 변경한 것은 시스템2의 결과이었습니다. 앞으로는 결정적인 판단을 하기 전에 한번더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 합리적으로 설득하면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한다고 스스로를 평가하지만, 돌이켜 보니 필요 없는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 합리적인 길을 포기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지엽적인 일에 빠지지 말고 본질적인 것을 붙잡으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 계속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은 생각을 확장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첫댓글 대니얼 카너먼 저자(글) · 이창신 번역,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