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로 읽는 東洋古典
氣
五氣人
安秉煜
숭실대학교 명예교수 / 本연합회 顧問
理想的인 人間은 어떤 資質과 어떤 氣像을 갖추어야 하느냐. 世界化 시대와 地球村 사회에서 역사의 主動的 役割을 遂行하려면 어떤 性格과 能力을 지녀야 하느냐.
나는 五氣人을 강조한다. 우리의 몸에서 다섯 가지의 氣가 약동해야 한다. 未來의 韓國人은 마땅히 五氣人이 되어야 한다.
氣란 무엇이냐. 발랄한 生命力이요, 씩씩한 기운이요, 힘찬 에너지다. 氣가 부족하다, 氣를 살려라, 氣를 꺾어라, 氣를 쓰고 덤벼라 라는 말에서 보듯이 氣는 인간의 根源的인 힘이다. 그러므로 韓方醫에서는 補血과 補氣를 강조한다. 피와 氣를 補强하라. 그래야 힘이 생긴다.
첫째, 우리의 몸에는 勇氣가 充滿해야 한다.
용기란 무엇이냐. 씩씩한 것이요, 활발한 것이요, 積極的인 것이요, 능동적인 것이요, 進取的인 것이요, 勇猛한 것이다.
용기 있는 사람은 가난과 싸우고, 역경을 극복하고, 난관을 돌파하고, 유혹을 물리치고, 目標에 도전하고, 七顚八起하여 成功과 勝利를 획득한다. 용기의 반대는 비겁한 것이요, 無氣力한 것이요, 소극적인 것이요, 시들한 것이요, 축 늘어진 것이다.
용감한 韓國人, 이것이 새 時代가 요구하는 韓國人이다. 우리 나라의 자동차에 코란도라는 차가 있다. 코란도는 Korea can do라는 말의 壓縮語다. 「한국인은 할 수 있다.」 나는 코란도의 이 메시지를 좋아한다. 강한 自信感의 표현이다.
韓國人아! 가슴을 펴라. 앞을 보고 씩씩하게 걸어라. 과거에 우리는 너무나 消極的 民族이었다. 이제 우리는 積極的 民族이 되어야 한다. 元氣발랄·生氣躍動·活氣充滿·士氣昻揚·覇氣沖天, 그래야만 21세기의 당당한 主人公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이여! 民族的 自信感을 가지자. 투철한 자신감에서 발랄한 민족적 生動感이 噴出한다.
둘째, 우리의 눈에서는 精氣가 빛나야 한다.
우리의 눈은 水晶처럼 玲瓏(영롱)하고 샘물처럼 맑아야 한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눈동자를 보라. 눈은 마음의 창문이요, 얼굴의 그림이다. 눈은 人間의 太陽이다. 눈을 뜨면 天下萬物이 다 보인다.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인 괴테는 「눈은 感覺의 女王」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몸에서 가장 예리한 것은 눈이다. 우리는 맑은 눈을 가지고 事物을 바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깊은 눈을 가지고 사물의 核心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우리는 遠視的인 眼目을 가지고 民族과 歷史의 未來를 멀리 바라보아야 한다. 지금 여기만 보는 狹小한 眼目을 갖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視野를 世界的 規模로 擴大시켜야 한다. 우리는 慈悲의 눈을 가지고 모든 것을 따뜻하게 보아야 한다. 佛眼을 가지고 一切衆生을 보라. 그리스도의 눈을 가지고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보라. 孔子의 눈을 가지고 天下萬物을 仁慈하게 보라. 貪慾의 마음을 가지면 눈이 어두워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증오의 마음을 가지면 모든 사람이 다 나의 敵으로 보인다. 驕慢한 마음을 가지면 眼下無人의 放恣한 인간으로 전락한다. 어떤 눈으로 세계와 인생을 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눈이 있다고 보이는 것이 아니다.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바로 보인다.
우리는 明鏡止水와 같은 맑은 마음을 가지고 모든 事物을 公正하게 보는 正眼人이 되어야 한다.
셋째, 우리의 머리에는 聰氣가 충만해야 한다.
聰氣란 무엇이냐 聰明한 것이요, 슬기로운 것이다. 귀가 밝은 것이 聰이요, 눈이 밝은 것이 明이다. 총명이란 무엇이냐. 올바른 事理判斷力이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틀렸는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를 公正하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사물의 大小輕重과 先後本末과 善惡正邪와 是非曲直을 바로 分別하고 판단하는 능력, 이것이 총기다. 총기는 賢明하고 知慧로운 것이다. 머리는 理性의 자리요, 이성의 機能은 思考와 판단이요, 이성의 德은 公正이다. 우리는 총명한 인간이 되려면 많이 배우고 널리 讀書하고 깊이 思索하고 見聞을 넓히고 풍부한 經驗을 쌓아야 한다.
공정한 사리판단을 하려면 私利私慾을 버리고 偏見에서 解放되고 我執에 사로잡히지 말고, 獨善에 빠지지 않고, 公平無私 不偏不黨해야 한다. 세상에 公明正大의 정신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올바른 판단에서 올바른 행동이 나오고 올바른 행동에서 올바른 結果가 나온다. 잘못된 판단에서 잘못된 행동이 나오고 잘못된 행동에서 잘못된 결과가 발생한다.
인간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일에 대하여 올바른 事理판단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사에 公正한 判斷者가 되어야 한다.
넷째, 우리의 마음에는 義氣가 빛나야 한다.
의기를 德氣라고 해도 좋다. 義氣란 무엇이냐. 義로운 精神이요, 명확한 正義感이다. 「定義는 社會生活의 基本原理」라고 철학자 아리스토탈레스는 갈파했다.
우리는 무슨 일이나 바로 해야 한다. 바로 말하고, 바로 생각하고, 바로 행동하고, 바로 생활하고, 바로 나라를 다스리고, 바로 일처리를 하고, 바로 去來하고, 바로 經營해야 한다. 무슨 일이나 바로 하지 아니할 때 否定이 생기고 非理가 발생하고, 腐敗가 싹트고, 갈등과 투쟁이 일어난다. 「仁人心也 義人路也」라고 孟子는 갈파했다. 어질고 착한 것이 인간 마음의 근본이요, 정의는 사람이 가야 할 옳은 길이다. 또 맹자는 말했다.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라고 외쳤다. 天下의 옳은 자리에 서서, 천하의 大道를 가라. 正의 자리에 서서 義의 길을 가라. 이것이 양심의 命令이요, 理性의 指示다. 우리는 모든 일을 順理와 正道에 맞게 해야 한다. 이것이 사회가 바로 서고 나라가 富强해지는 근본이다.
옛날 소돔과 고모라 城은 義人 열 명이 없어서 멸망하고 말았다. 나라의 義가 무너지면 그 나라는 早晩間 망하고 만다. 不正한 나라가 번영하는 일이 없고, 不義한 사회가 발전하는 일이 없다. 正은 우리가 설 땅이요, 義는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끝으로 우리의 얼굴에는 언제나 和氣가 넘쳐야 한다.
和氣란 무엇이냐. 따뜻하고 和睦한 기운이요, 밝고 훈훈한 마음이다. 옛날 우리의 先人들은 對人關係의 基本 原理로서 다음 여덟 자를 강조했다.
春風接人 和氣滿面
봄바람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을 對하고 얼굴에는 平和스러운 표정이 넘쳐야 한다. 우리는 平和世界를 건설해야 한다. 모든 한국인의 얼굴에 훈훈한 기운이 넘쳐야 한다. 모든 한국인의 가정에 和氣가 滿堂해야 한다. 한국사회에 따뜻하고 和睦한 공기가 충만해야 한다.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요, 행복한 社會의 表情이요, 번영하는 민족의 모습이다.
우리는 世界化 시대에 살고 있다. 地球村의 市民이다. 세계의 여러 국민과 자유롭게 만나서 거래하고 往來하고 對話하면서 살아야 한다.
우리는 世界市民으로서 넓은 마음과 밝은 표정과 誠實한 人品과 예의바른 태도와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모든 사람과 和睦한 人間關係를 맺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훈련과 교양을 쌓아야 한다. 우리는 世界人과 같이 살아가는 共生共榮의 새로운 倫理를 배워야 한다. 21세기의 時代精神은 世界市民精神이요, 共存共榮의 哲學이다.
21세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意識, 새로운 敎養, 새로운 人生觀, 새로운 道德, 새로운 世界觀을 요구한다. 우리는 좁은 民族의 울타리를 넘어 넓은 세계의 새 울타리 속에 들어가야 한다. 人類의 역사는 開放化, 民主化, 多樣化를 향해서 쉬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이것이 未來의 역사의 方向이요, 進路다.
1987년 「大國의 興亡」이라는 名著를 쓴 21세기의 碩學인 예일대학의 폴 케네디 敎授는 수년전에 한국에 와서 강연을 하고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지혜로운 메시지를 남겼다.
"21세기의 새로운 역사의 主役을 담당하는 민족이 되려면 다음 세 가지의 資質을 갖추어야 한다.
높은 수준의 民主主義와 높은 수준의 生産力과 높은 수준의 道德的 生活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時代에 가장 適切한 敎訓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새시대의 새로운 한국인은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느냐.
몸에는 발랄한 勇氣가 약동하고
눈에는 맑은 精氣가 빛나고
머리에는 밝은 聰氣가 넘치고
마음에는 투철한 義氣가 충만하고
얼굴에는 따뜻한 和氣가 감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