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갑자기 축사의 처마나 지붕을 확장한 것은 가설건축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무허가축사 양성화 대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축사 처마를 확장한 육우농가의 모습.
◆전체 축사의 절반가량이 ‘무허가 굴레’=2012년 말 환경부의 전국 축사 전수조사 결과 전체 9만5848개소 중 무허가·미신고 시설은 약 5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설 전체가 무허가·미신고인 축사는 2만531개소로 약 21.4%에 달했으며, 일부를 불법으로 증·개축한 축사는 약 28.6%로 추정됐다.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의 합동 조사에서도 전국 축사면적의 49.4%가 불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무허가축사는 정부나 지자체의 축산 장려책에 의해 허가를 받은 후 기존 시설을 약간 늘려 가축을 사육하거나 처마·지붕을 확장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창고·퇴비사 등으로 허가받은 것을 축사로 용도를 바꾼 것도 상당수에 달한다.
경기 여주의 한 한우농가는 “한우를 사육하는 게 유리하다고 여겨 허가를 받은 기존 축사 지붕을 넓히고 그 밑에 소를 사육한지 20년 가까이 됐는데, 이제 와서 무허가축사라고 범법자 취급을 받게 돼 억울하다”고 답답해했다.
◆도처에 깔린 축사 규제 법=현재 축사를 규제하는 법은 건축법,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수질환경보전법, 한강 등 수계 물관리 및 주민 지원법률,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농지법, 산지관리법 등이 대표적이다.
축산업계는 군사보호구역·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등에 무단으로 신축 또는 증·개축한 축사라면 마땅히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하겠지만 법과 제도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부득이 법을 어긴 경우는 구제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정부도 모든 무허가축사에 대해 현행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범부처 공통으로 양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문제는 무허가 상태의 축사들을 어떻게 양성화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정부는 개정 가축분뇨법 시행 전인 2013년부터 ‘범부처 무허가축사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전국 축산농가들을 대상으로 4회에 걸쳐 순회설명회를 연 바 있다.
또 2014년 11월에는 여·야·정 협의체 합의를 통해 ▲지자체별 건폐율 운영 개선 ▲가설건축물 적용대상 확대 등이 담긴 ‘무허가축사 개선 세부실시요령(안)’을 마련해 권역별 순회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이 안에 따르면, 건폐율의 경우 일부 지자체는 20~50%로 하향 설정돼 있는 것을 국토계획법 시행령에 따라 60%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으며, 가설건축물 재질도 완화(갈바륨도 50% 이내 인정)된다. 또 흙바닥에 사육 중인 닭·오리의 경우 축사 바닥에 왕겨나 톱밥을 도포하면 축사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농식품부는 이런 개선대책(안)을 마련하고 세부실시요령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 축산단체를 대상으로 의견수렴에 나섰다.
◆새롭게 떠오른 ‘변수’=무허가축사 양성화 추진과정이 이처럼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으나 최근 변수가 발생, 축산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축사와 축사를 연결하거나 축사 처마를 확장해 이용하는 경우는 양성화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지난해 11월 ‘무허가축사 개선 세부실시요령(안)’ 권역별 순회설명회 때만 해도 이 두 경우를 포함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었는데 최근 국토부의 담당자가 바뀌며 수용 불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에 대해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전국적으로 50%가량의 축산농가가 무허가축사를 보유하고 있고, 이들 중 대부분이 두 경우에 해당한다”며 “정부는 애초 약속했던 개선 대책을 반드시 시행하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파문이 커지자 농식품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를 포함한 범 부처 차원에서 합의한 사항이 이제 와서 파기될 경우 무허가축사 양성화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게 뻔해서다.
천행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 친환경축산팀 주무관은 “축사 지붕끼리 연결하거나 처마를 확대해 가축을 사육하는 경우는 당초 합의안대로 가설건축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토부와 계속 의논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본지는 국토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담당자와 수차례 전화연락을 시도했지만 불발에 그쳤다.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