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늙으니까 아프다!
(최명원/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2010년 12월 말에 출판되어 벌써 10여 년이 지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아마도 그 제목에서 큰 성공의 유명세를 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단지 제목만을 마주하며 가졌던 나의 첫 인상은 솔직히 공감보다는 반감에 가까웠다. 제목을 듣는 순간 나는 내용은 제쳐두고, 근거 없는 반발심으로 책을 하나 써야겠다는 생각에, 그 제목을 ‘늙으니까 아프다!’로 결정하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은 쓰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청춘’의 시간을 지나 지금처럼 나이 들고 보니 정말로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쩔 수 없이 주변의 물건들이 녹슬고 닳아 해지는 것처럼, 사람도 늙어간다는 것은 조금씩 기력이 쇠하면서 쑤시고 아픈 곳들이 더해가는 것 같다.
그렇게 나이 들어서는 몸 구석구석에서 “약 좀 달라”는 소리가 터져 나온다. 무엇보다도 앉았다 일어설 때면 ‘어디 갈 것’도 아닌데, 왜 그리도 한숨어린 “아이고” 소리를 달게 되는지. 어렸을 적, 혹은 나도 한때였던 청춘 시절에 집에 계시던 할머니의 잦은 “에구구” 소리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나는 늙어서도 절대 저런 소리를 내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 번에 벌떡 앉고서는 것도 못하시고, 느릿한 움직임으로 어눌함에 얹어진 답답함 마저 주실 때, 그런 일들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일어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털썩 주저앉기는커녕 몸만 조금 구부렸다 펴도 ‘끄응’ 소리가 추임새 장단처럼 무심결에 흘러나온다. 몸의 움직임은 둔해지고, 어딘가에서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는 내 몸이 악기인양하시라도 협연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늙으니까 아픈 것이다. 하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 말에 익숙한 우리들은, 젊다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 시절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의 과정에서 의당 거쳐야할 고통의 통관 의례로, 아픔의 미학으로 승화될 가학적 전제로 받아들이라 한다. 그렇다고 아픔을 담보로 지내온 그 젊은 시절을 벗어난 지금, 그 아픔이 송두리째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청춘에 내어준 (당연한) 아픔 때문에 늙어서 얻게 된 지금의 고통은 무시되어도 좋다는 이상한 역설만 성립시키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누구나 살아가는 일생동안 아픈 일도 있고, 웃음으로 채워지는 시간들도 있으며,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슬픔에 온전히 자신을 내어주고 절망하는 때도 있다. 거기에 하루하루 시간을 지내며 속절없이 늙어간다는 것이 아픈 청춘을 디딤돌 삼아 지내오는 시간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게다. 그때그때의 나이에 겪게 되는 특유의 ‘성장통’ 같은 아픔이 있어 청춘들에게 자연스럽고 익숙한 아픔이라고 여겨지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이 청춘이라서 더 아프고 당연해야 한다는 진단은 그리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 삶이 다하게 되지 않는 한, 우리의 성장도 멈추지 않는다. 때문에 젊다는 것만으로 사랑의 아픔을 견디고, 성공을 향한 기로에서 실패를 맛본 좌절에 고통받을 특권을 가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어야 한다. 여느 TV 프로그램에서 “청춘이란?” 주제로 인터뷰 중 질문을 받은 한 어르신의 답은 명쾌했다. “안 죽으면 청춘이야!”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살아온 시간의 길이가 더해져서 그 안에 쌓여가는 경험의 폭이 넓어지고 다채로워질 수 있음을 말하고, 그것은 또 일상 속에 마주하는 부대낌에서 여유와 너그러움으로 대처하는 지혜를 얻게 된다는 것일 수도. 그렇다고 경험이 적은 젊은이들이 늘 어리석고 틀린 것만은 아니다. 나이 들어서도 ‘나잇값’ 못하는 어른들도 얼마든지 있고, 어린 나이이지만 속 넓고 사려 깊은 헤아림이 있는 젊은이들 또한 많다. 오히려 ‘젊다’ 혹은 ‘늙었다’는 편협한 틀 안에 생각을 가두고 서로를 향한 비난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일그러진 가치관으로 방향도 없이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지. 모두에게 한때였던 과거와 앞으로 겪을 미래의 모습은 결국 시간의 거울 속에서 서로를 비추고 있는 자신들의 모습일 텐데.
청춘이기에 아파야 한다는 억지스런 강변보다는 그저 우리가 살아가는 그때그때에 걸맞은 ‘우리다운’ 모습들을 찾아 스스로를 비춰 보일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젊은이는 젊은이답고, 노인은 노인답고. 그렇지만 나에게 걸맞은 “나다움”을 찾는 것 또한 결코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하는 것처럼 ‘나를 나답게’라는 이렇게 자연스럽고 당위적인 논리의 항진명제가 왜 또 이토록 어려운 것일까?
-지인이 보내준 톡에서-
💜 몸은 전셋집이다
https://m.cafe.daum.net/dreamt/TFjc/16261
구름사이로 내리꽂는 뜨거운 태양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
나뭇잎 까딱 앉는 늦여름 한낮
밤사이 천둥번개치며 요란하게 비내리더니 아침되니 좀 잦아 든다
이제 다 내렸나?
집사람은 오늘도 비온다는 예보 있단다
장마는 끝났다는데...
장마철 같이 비가 내린다
비 때문에 일년 휴가 망칠 것같다
동물 챙기기
모이들을 두바가지씩 주었다
잘들 먹고 빨리들 크거라
뻥이에겐 밥그릇 가득 사료를 주었다
이렇게 주어 놓으면 지가 먹고 싶은 만큼만 먹는다
물만 잘 떠다 주면 끝
오늘은 특식으로 달걀 하나를 주었더니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솔이에겐 매일 한바가지 사료를 준다
오늘은 된장국 말아 밥을 좀 주었다
아침 한술
된장국과 깻잎김치 묵은 갓김치 지짐으로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치과예약일
이를 뺀지가 3개월 지나서 임플란트를 해야한다
아침 일찍 진료 받는게 좋을 것같아 다녀 오겠다고 하니 집사람이 같이 갔다오잔다
혼자 다녀 올 수 있다해도 임플란트 하게되면 운전하기 어려울거라며 따라 간단다
나야 그러면 고맙지
집사람이 운전하니까 내가 할 때보다 더 빨리 도착
중흥교회안에 주차를 하려는데 교회안에 차가 만차
주변에 아파트를 신축하고 있어 일하시는 분들이 차를 다 주차하신 것같다
어떤 분이 관계자들만 주차를 해야된다고 하니 집사람이 금방 일보고 오겠다며 주차 좀 하자고 하니 그렇게 하란다
이제 여기에도 주차하기 힘들 것 같다
치과에 가니 진료준비를 하고 있다
여긴 9시 30분에 첫 진료 시작
이를 뺀 곳 엑스레이 촬영을 한 뒤 진료를 받았다
뺀자리가 잘 아물어 바로 임플란트를 심을 수 있겠단다
그런데 내 고혈압약에 아스피린이 들어 있어 며칠간 끊고 난 뒤에 하는게 좋겠다고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 건들면 피가 많이 난단다
그렇게 해달라고 하니 약을 끊고 다음주 월요일 오후에 나오란다
임플란트는 보험처리가 된다고 한다
65세 이상이면 두 개까지 보험으로 처리해 준단다
나이들면 이관리가 문제
결국 모두 임플란트하거나 틀니를 해야할건데...
제 이를 간직하지 못하는 것
건강관리를 잘못했다는 증거겠지
오다가 가스 충전하고 마트에 들렀다
이번주에 큰애가 휴가 받으면 집에 온다고 했단다
손주들 먹게 장조림을 해야겠단다
이것저것 꽤 사왔다
사 온 물건을 정리하고 나니
벌써 점심때가 다 되간다
시간 참 빨리도 간다
날씨 더우니 점심은 나가서 먹잔다
김가네 가서 감자탕을 시켰다
여기에 난 막걸리 한병 곁들였다
감자탕이 참 맛있다
탕이 맛있어 남은 국물을 따로 담아 왔다
일하고 난 뒤 막걸리 마실 때 술안주해도 좋겠다
돼지뼈도 얻어와 뻥이와 솔이에게 한그릇씩
녀석들 맛있게도 잘 먹는다
얼큰한 취기 올라 낮잠 한숨
누우니 스르르 잠이 온다
일어나니 4시가 다 되간다
구름이 약간 벗겨지며 햇빛이 난다
나가서 일을 좀 할까?
그제 어제 일하지 않았더니 몸이 근질
집사람은 먼저 나가 풀을 뽑고 있다
닭들을 솔밭에 풀어 주었다
고양이 무서워 놀이터에서만 놀도록 하려고 했는데 밖으로 나오려고 문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짠하게 보인다
오늘은 내가 밖에서 일하고 있으니 좀 내보낼까
문을 열어주니 기다렸다는 듯 쏜살같이 밖으로 나와 풀을 뜯어 먹는다
닭과 기러기는 풀을 좋아한다
이들은 사료만 먹는 것보다 풀을 먹어야 더 건강해지는 것같다
참깨밭에 내려가 보니 참깨가 벌어진게 많이 있다
이대로 놔두었다가는 소나기 내리면 깨가 다 떨어지겠다
리어카 와 낫을 가지고 내려가 익어 벌어진 참깨를 베었다
열매가 벌어진 것과 깻대와 열매가 노릇한 건 금방 벌어질 것 같아 같이 베었다
깨가 떨어져 아주 조심조심
벤 깻대는 비닐포대위에 놓았다
바닥에 놓으면 깨가 쏟아져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노열동생이 올라왔다
아직 대가 파란 것은 베지 말란다
대강 노릇해진 것만 베라고
이제 며칠 안있으면 참깨를 다 베어야할것같단다
매일 살펴 보며 벨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겠다
리어카 가득 베어다가 하우스 안에 넣어 두었다
불과 한시가정도 일했는데 땀으로 목욕
비 그치니 습도 높아 더 후덥지근하여 땀이 많이 난다
노열동생에게 막걸리나 한잔 하자고
소세지 안주로 베란다에 앉아 막걸리 한잔
갑자기 먹구름 몰려오며 시원한 바람 불어오더니 소나기가 내린다
장마철도 아닌데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린다
내리던 소나기가 그치고 다시 해가 뜬다
산그림자가 마을로 내려갔다
산그림자가 복흥 뒷산까지 물러가려면 시간이 좀 남았다
에라 예초기 한번 돌리자
집사람은 조금만 베고 오란다
솔밭 한쪽을 베기로
한시간 가까이 하고 나니 다시 땀으로 목욕한다
힘도 팔려 더 이상 하기 어렵다
조금만 더 베면 한쪽은 다 벨 수 있겠는데...
아이구 그래도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하자
무리해가며 일할 필요있겠나
닭들을 불러 가두고 올라왔다
집사람은 석축사이 풀을 매고 있다
이제 그만 하자고
집사람도 일을 하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한다
괜히 우리가 그런 무리를 할 필요 있냐니까 집사람이 일어선다
산그림자는 이미 복흥 뒷산을 넘었다
샤워하고 막걸리 한잔 들고 베란다로 나가니
또 술이냐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며 제발 그만 마시란다
땀 흘리고 베란다에 앉아 노적봉 위로 흘러가는 구름 바라보며 한잔 하는게 난 힐링인데...
집사람은 그 마음을 알까?
괜히 대꾸했다간 나만 손해겠지
말없이 홀짝거리고 있으니 집사람도 나와서 한잔 달란다
자연을 벗삼아 막걸리 한잔으로 하루를 마감
이렇게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특별한 삶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내 삶에 만족해 하는 것이 행복 아닐까?
오늘 저녁은 막걸리로 때우고
집사람 부황 떠 준 뒤 잠자리에 들었다
자욱한 안개가 조양뜰을 삼켰다
님이여!
들쑥 날쑥한 날씨
건강관리 잘하시면서
오늘도 몸과 마음이 시원한 하루 만들어 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