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잘 생긴 옛 문협식구로부터 점심초대를 받았습니다.
낙지해물탕을 앞에두고 다섯 명이 추억을 공유하며 일상사를 주고받았습니다.
선배들은 노인복지관에 회원등록을 해서 점심 한끼 해결하는 걸 이야기했고
환갑 진갑 다 지난 우리는 금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요즘 '잘생기다'와 '못생기다'의 품사를 두고 갑론을박하나 봅니다.
두 단어를 포함해 '낡다', '잘나다', '못나다' 등 5개 어휘를 놓고 난데없는 논쟁이 인답니다.
논쟁은 국립국어원이 지난 1일 3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내용을 공개하면서 불거졌습니다.
국립국어원은 그간 일반인들이 문제를 제기해 온 효과의 발음으로 '효꽈'를 인정하면서
5개 단어의 품사를 형용사에서 동사로 변경했습니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형용사의 어간에 '-었-'이 결합하면 과거의 의미가 드러나는데,
이 단어들은 '현재 상태'를 드러내기 때문에 품사를 동사로 수정한다"고 설명했고요.
즉 '잘생겼다'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의미하므로 동사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일부 누리꾼들은
동사는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
형용사는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품사'라는 국어대사전의 정의를 근거로 들면서
'잘생기다'를 동사를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이들은 '잘생기다'가 형용사인 이유로
'잘생기자', '잘생겨라' 같은 청유형이나 명령형으로 쓸 수 없다는 점도 제시했다는 군요.
사실 '잘생기다'는 많은 사람이 형용사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전이 분류한 품사는 저마다 달랐습니다.
1990년대 이후 발간된 주요 사전 가운데 신원프라임이 펴낸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 사전'은
'잘생기다'를 동사로 표시했습니다.
'잘생기다'의 품사를 동사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은 이미 학계에서 제기됐습니다.
송철의 국립국어원장은 1990년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못생기다'와 '낡다'의 활용 양상이 일반적인 형용사와는 다르다고 지적했지요.
이후 국어학계에서는 '잘생기다'류 단어의 품사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요.
배주채 가톨릭대 교수는 2014년 내놓은 논문에서 그간의 논쟁을 정리한 뒤
"이 단어들의 특이한 활용 양상은 전형적인 동사나 형용사에서는 볼 수 없다"고 강조했지요.
이어 어미 '-는다/ㄴ다', '-었-', '-는'이 붙어 현재를 나타내면 동사이고,
'-다'가 붙어 현재를 의미하면 형용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잘생기다'는 "너는 잘생기다"가 아닌 "너는 잘생겼다"로 써야 하므로 동사라 햇지요.
국립국어원이 지난 15일 다시 배포한 ''잘생기다' 등 형용사의 품사 변경에 대한 안내' 자료에도
이 같은 설명이 담겼습니다.
국어원은
"동사와 형용사는 활용 양상의 차이를 기준으로 구분되지만,
용언 중에는 활용을 거의 하지 않아 품사를 구분하기 어려운 예가 있다"면서도
"학계에서 '잘생기다'와 '못생기다'를 동사로 보는 견해가 중론으로 자리 잡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잘생기다'처럼 두 단어가 결합한 어휘의 품사는
뒤쪽 단어의 품사로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늙다'와 '닮다' 같은 동사 또한 과거형 어미가 붙어도 현재를 나타낸다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활용 양태로 품사를 구분하려면
동사와 형용사의 정의도 바꿔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학계 관계자는
"'잘생기다'와 '못생기다'가 사물의 성질을 지칭하는 단어임은 분명하다"며
"국립국어원이 동사와 형용사를 구분하는 명확한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생물입니다.
곧 언중의 일상 속에서 살아남도록 각 분야의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