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시간에 바이킹 라인은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북유럽에서 교통편의 시간지킴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유럽 땅이 넓다고 해도 버스편이 제시간에 도착, 출발하는 것을 보니 문화의 차이가 역시 존재하는 것 같았다.
바이킹 라인에서 내려서 며칠 전 예약했던 시티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6인실이었는데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했다.
옛날 건물에 카페테리아를 갖춘 고풍스런 모습에서 그런 첨단 시설을 보니...^^;;
짐을 대충 풀어놓고 지난 번에 돌아보지 못한 스톡홀름 주위를 돌아보기로 했다.
오후 일정은 감라스탄으로 확정지었기 때문에 우선은 스톡홀름에서 조금은 떨어진 박물관으로 향했다.
"여행의 원칙 1 : 왠만하면 걸어가자"는 주의이기 때문에 (사실 살을 빼야했다...^^;;) 언제나처럼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으며 두리번 거리니 어느 순간 스톡홀름과 맞닿아 있는 바다가 보였다.
다리를 통해 옆의 섬으로 가니 박물관을 표시하는 푯말이 여러개 보였다.
어디부터 볼까 하다가 배가 고파서 섬 입구에 있는 간이음식점을 들렀다.
보기에도 푸짐하고 맛있어 보이는 걸 사다가 (이름은 잊었음) 먹어보니 삶은 감자를 으깬 곳에 피클조각하고 소세지 등이 들어있는 것이었다.
값에 비해서 배도 불려주고 해서 개인적으로는 추천하는 음식이다.
이 음식을 들고 여기 저기 박물관도 기웃기웃 거리고 야외동물원도 기웃거렸지만, 사실 얕은 지식으로 인해 박물관에 큰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조금 지치기도 했다.
그 섬을 빠져 나와서 바닷가 근처 공원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너무나 여유로운 모습으로 햇살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약간은 질투를 느끼게 만들었다.
휴식으로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난 이후에 스톡홀음에서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는 감라스탄으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 그 지역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 뒤의 빌딩과는 다른 느낌이 와 닿았다.
성으로 둘러쌓인 감라스탄의 내부는 과거 유럽의 모습(물론 안 봐서 모르지만...^^;;)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듯 했다.
항상 지도와 추천명소만을 위주로 다니던 것을 바꿔보고자 지도를 가방에 넣고 무작정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도시 내부는 관광지의 모습을 지녔지만 옛날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좁은 골목,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들, 블럭들로 이루어진 거리...모든 것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왜 그런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약간은 햇빛이 센 날씨에 좁다란 골목길을 휘젓고 다니다 보니 맥주 생각이 나서 광장에 있는 Pub에서 맥주를 한 잔 시켰다.
흠...내가 생각해도 아이러니하군. 박물관은 취미도 없었지만 돈이 아까워서 안 가는 넘이 맥주라면 사죽을 못 쓰니...^^;;
맥주를 한모금씩 마시면서 수첩으로 일기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왠 한국 아주머니께서 얼굴을 들이미시더니 내 수첩을 읽으려고 하셨다.
깜짝 놀라서 수첩을 덮고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사시는 말씀...
"한국사람인 거 같은데 긴가민가해서 쓰는 글씨보고 알아볼라고..." 이러시는 것이었다.
이해는 되지만 무지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이었다.
그 자리에서 맥주를 두 잔을 마시는데 마시는 동안 3 팀의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보았고 모두들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감라스탄을 2~3바퀴 돌다가 다시 스톡홀름 시내로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서점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마침 책도 다 읽어서 스톡홀름에서 가장 크다는 서점으로 들어갔다. 서점은 교보문고처럼 다른 문구류도 같이 취급하는 게 아니라 단지 책들만이 4층(?)건물로 있었다.
두어권의 책을 사고 지하층으로 내려가니 마침 언어코너가 보였다.
북유럽, 특히 스웨덴에서 한국어는 어떤가 보았더니 그 모습은 많이 실망스러웠다. 중국어, 일어가 여러 칸을 차지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어는 단 2칸에 불과하고 책도 거의 없었다.
아직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못 미친다는 생각이 들어 약간 슬퍼졌다.
서점을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중심거리로 갔다.
배도 고팠고 마지막 저녁이라는 생각에 근사한 중국 부페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이제는 돈에 대한 관념도 사라지고 해서 그냥 질러서 배부르게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소화도 시킬 겸 거리를 좀 더 배회하다가 호스텔로 들어오니 많은 녀석들이 들어와 있었다.
침대 정리도 하고 피로도 풀 겸 샤워도 하고 난 후 소파에 앉아서 TV로 윔블던 테니스를 봤다.
마침 옆 소파에는 호주 아가씨가 있었는데 호주 출신 테니스 스타 (이름은 기억이...ㅡ.ㅡ;;) 에 열광했다.
이리저리 많은 대화를 나눴던 걸로 기억하지만 사실 내 영어실력이 호주 발음을 능숙하게 이해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다지 많은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호주 영어에 조금 시달리다가 그 아가씨의 수다스러움을 피해 거실로 향했다.
거기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말도 하지 못했고 마지막 날이지 싶어 그냥 의자를 끌어 대화에 끼어들었다.
다행히도 다들 좋은 사람들이라 나를 반겨줬다.
대부분 독일사람들로 학생, 영화감독, 심리학 박사 등 여러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하다가 카드놀이를 하기로 했다.
근데 여기서 놀란 점은 우리나라도 Go-Stop이 지역마다 규칙이 틀린 것처럼 독일 친구 사이에서도 나에게 카드 게임을 가르쳐 주면서 서로 규칙이 다른 것이었다.
어찌되었든 규칙을 통일하고 카드 게임을 하다가 걸린 사람이 벌칙을 하는 부분에서는 내 여행의 또 하나의 클라이막스를 찾았다.
꼴지한 사람이 벌칙을 받고 새로운 벌칙을 말하는 과정에서 여러 신기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 들로 거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고 한 2~3시간을 놀았을까 다들 웃음에 지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고 난 PC에 앉아 몇가지 사이트를 가 본 후 잠자리에 들었다.
P.S : 사실 이 날 밤의 추억이 기억에 아주 많이 남는다. 하지만, 표현력이 서툴고 이런저런 핑계로 그 상황을 다 이야기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첫댓글 잘 봤습니다. 스톡홀름의 한국어..안타깝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