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청장들 고맙고, 국회의원들 밉다
편집국장 고하승
6.2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구청장 가운데 무려 21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는 한나라당의 우세로 나타났지만, 필자는 그런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않았다.
그리고 ‘젊은 표심에 의한 민주당의 압승’을 예견했고, 결과적으로 필자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실제 필자는 지방선거 직전 칼럼에서 “지금 곳곳에서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20~30대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며 “20대와 30대의 청년층에서 급박하게 표결집이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필자가 예견하고, 바라던 대로 민주당 후보들이 대거 구청장에 당선됐다.
물론 당선된 구청장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은 기대 이상으로 나무나 잘해 주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주고 있다.
실제 지난 21일 헤럴드공공정책연구원과 데일리리서치가 19세 이상 서울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신뢰범위는 95%, 오차한계는 ±3.1)를 실시한 결과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에 대한 긍정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특히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잘함' 83.4%, '못함' 16.6%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잘함' 80%, '못함' 20%로 긍정 평가가 80%대에 달했으며,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잘함' 75.9%, '못함' 24.1%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잘함' 73.6%, '못함' 26.4%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잘함' 73.6%, '못함' 26.5%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잘함' 72.3%, '못함' 27.8%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잘함' 70.1%, '못함' 29.9%로 이들 역시 긍정 평가가 70%대를 훌쩍 넘어섰다.
이밖에 ▲차성수 금천구청장 '잘함' 65.6%, '못함' 34.4% ▲성장현 용산구청장 '잘함' 65%, '못함' 35% ▲이성 구로구청장 '잘함' 62%, '못함' 38% ▲문충실 동작구청장 '잘함' 63.9%, '못함' 36% ▲노현송 강서구청장 '잘함' 60.1%, '못함' 39.9% ▲박홍섭 마포구청장 '잘함' 60.8%, '못함' 39.3%로 긍정평가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이제 취임 겨우 4개월도 안 된 시점이다. 그런데도 이토록 긍정평가가 높게 나타난 것을 보면 매우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에게 그저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제 반성해야 한다.
‘만약 국회의원 선거가 내일이라면 현 국회의원을 찍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다시 안 찍는다’는 응답이 무려 42.4%에 달했다. 반면 ‘다시 찍는다’는 응답은 고작 26.6%에 불과했다. 물‘잘 모르겠다’는 부동층은 31%였다.
결국 서울시민 4명 중 불과 1명 정도만 한나라당 의원들을 재신임한다는 뜻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당선되지 이제 몇 개월밖에 안된 구청장들에 비해 형편없는 점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 재신임도가 10%대에 그친 의원들도 상당수에 달했다.
특히 중구 나경원 의원의 경우는 비참할 정도다.
나 의원을 ‘다시 찍는다’는 응답이 12.3%에 그친 반면 ‘다시 안찍는다’는 응답자는 무려 56.8%에 달했고, 모름 30.9%였다.
서울 48개 지역구 국회의원들 가운데 ‘다시 안 찍는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이다.
성동갑 진수희 의원과 성동을 김동성 의원도 ‘다시 찍는다’는 응답자는 12.0%로 매우 낮았다. ‘다시 안찍는다’ 28.6%, 모름 59.4%였다.
또 금천 안형환 의원은 ‘다시 찍는다’ 12.8%, ‘다시 안찍는다’ 28.5%, 모름 58.7% ▲강동갑 김충환 의원과 강동을 윤석용 의원 역시 ‘다시 찍는다’ 18.4%, ‘다시 안찍는다’ 45.4%, 모름 36.2%로 이들 의원들 모두 재심임도가 10%대로 사실상 낙제점이다.
이들 이외에도 ‘다신 찍겠다’는 응답이 20%대로 재신임도가 낮은 국회의원들도 용산 진영 의원 등 부지기수다.
한마디로 민주당 소속 서울 구청장들은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자가 수두룩한 반면,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가운데서는 낙제생들이 즐비한 셈이다.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서울 구청장들의 수준을 따라잡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엇비슷한 수준은 돼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부터라도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분발해, 지역주민들의 삶의 애환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