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 Nostalgia』_ 양혜정, 이원철 사진전
■ 일정 : 2007. 10. 5 (금) ~ 10. 27 (토)
■ 장소 : 갤러리가인로,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75 가오닉스빌딩 지하1층
■ Opening : 2007. 10. 5 (금), PM 5:00
■ 참여작가 : 양혜정, 이원철
갤러리가인로에서는 예전에 어디선가 마주했던 적이 있는 듯한 또는 앞으로 그럴법한 자연의 풍경과 경치를 사진작업으로 옮기는 양 혜정, 이원철 두 작가의 전시를 기획했다. 감탄을 연발케 하는 웅장한 풍경이나 외국의 이색적인 공간은 아니지만, 두 작가의 풍경사진은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본능적으로 감지된 구조감각과 사진 속 풍경들의 조화, 그 순간의 분위기가 모던하면서도 직설적인 화법을 통해 표현되었다.
작가 양혜정 은 주로 시골의 논과 밭, 들의 농촌풍경을 사진에 담는데, 젊은 세대에게는 낯설고 기성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자란 작가에게는 그리움과 어린 시절의 풍요롭던 기억의 재현이며, 동시에 점차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이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에는 많은 스토리들이 담겨있다.
점점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나의 기억 너머 저편에는 봄 햇살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는 나의 ‘논’이 존재한다. 새참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던 내 할머니의 그날은 그 뒤를 졸래졸래 따르는 어린 아이가 메아리소리에 장단 맞춰 연신 홍알홍알 노래를 불러대고 있다. 그렇게 그 아이에게 논의 메아리는 거대한 바다의 파도 소리 같은 존재였다.
이슬비가 촉촉이 내리기라도 하는 날, 논두렁은 온통 질퍽했지만 아이에게는 싱그러운 여름날의 숲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작열하는 태양 사이로벼꽃이 한참이나 익어갔고 멀리서 퍼져오는 탈곡기 소리가 멈출 때쯤이면 아이의 논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는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이던 날 아침에는 조반도 마다한 채 일찌감치 썰매를 가지고 달음박질 했다.
어느새 그 아이는 사라지고 논 앞에 누구인가 서성이고 있다. 마치 나의 삶을 지속시켜주기라도 하는 듯 다가왔던 어린 시절의 ‘논’은 정착하지 못하는 삶 가운데서 늘 잊지 않고 머릿속에 함께 움직이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 <논語> 작가노트 중에서
양혜정 의 사진들이 외부풍경의 단순한 사실적 재현에서 벗어나 내면의 기억과의 결합을 통해 시각적 언어로 발전시킨 서사적 이미지라면, 이원철 의 풍경은 정지된 고요한 이미지를 통해 좀더 인류 공통의 원초적인 기억과 향수에 접근한다.
해가 진 후부터 일출 전까지의 밤 풍경을 컬러사진으로 담은 ‘The Starlight’ 시리즈와 최근의 흑백사진 시리즈 등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바다와 하늘은 원경에서 장시간 셔터를 열어 촬영하였기에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 고깃배, 등대, 파도와 같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작은 사물들을 자신의 일부로 화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마치 진공상태와 같이 적막하고 고요한 풍경은 하늘과 땅, 그 외에는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던 태초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김진영 의 평론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그것은 마치 신의 존재를 온몸으로 체득하게 하는 에피파니의 풍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풍경에는 이름을 붙이기가 힘들다. 하지만 굳이 명명하자면 나는 그 풍경을 ‘에피파니의 풍경(Epiphanie-Landscape)’이라고 부를 수 있다. ‘신의 현현’이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신의 얼굴을 직접 육안으로 목격하는 종교적 엑스타시를 일컫는 에피파니 체험의 특성은 무엇보다 독자성(sovereignty)이다. 다시 말해서 오로지 나만이 볼 수 있는, 그래서 그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우연한 이미지와의 만남이 에피파니의 체험이다.
— 김진영, 예술철학
노스탤지어—
이 한 단어에는 우리의 감성과 그리움을 한껏 고조시키고 자극하는 힘이 있다. 이미 변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담긴 양혜정 의 시골 사진과 인간의 오랜 이상향을 떠올리게 하는 이원철 의 사진이 지닌 공통매개는 바로 이러한 감정일 것이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고 또한 닿을 수 없는 내면의 풍경이기에 더욱 아름답고 애틋한, 묘하게 벅찬 복합적인 감정을 만들어낸다. 가을이 한껏 무르익는 10월, 젊은 두 작가의 ‘아름답고 서글픈’ 역설적 이미지의 작품전시를 통해 잊혀진 기억과 조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작가 약력 및 작품>
양혜정 (Yang, Hye-Jung)
1973년생
인천재능대학 사진영상과 졸업
한국여성사진가협회(KOWPA) 운영위원
□ 개인전
2006 <논語> 갤러리룩스, 서울
□ 단체전
2007 <노스탤지어> 갤러리가인로, 서울
2007 <감성 혹은 직감에 대하여> 나우갤러리, 서울
2007 <Spring comes> 갤러리가인로, 서울
2006 <한국의 부부像> 이형아트갤러리, 서울
2006 <사진콜렉션 – 사진작가보물전> 아트앤드림갤러리, 서울
2006 <오•칠전, 사진을 말하다> 갤러리브레송, 서울
2005 <오•칠전, 시대에 말하다> 갤러리브레송, 서울
2004 <新가花만사성> 덕원갤러리, 서울
2002 <옵스큐라> 인천문화예술회관, 인천
그 외 다수
이원철(Lee, Won-Chul)
1975 서울생
1999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졸업
2002 Royal Melbourne Institute of Technology (R.M.I.T.), Bachelor of Arts (Photography)
2007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사진디자인 전공 졸업
□ 개인전
2007 <The Starlight-경주> 갤러리 진선, 서울
2006 <Epiphanie Landscape> 가나포럼스페이스, 서울
2005 <교차하는 시선 (2인전)> 대림미술관, 서울
2004 <The Starlight> 갤러리 룩스, 서울
□ 그룹전
2007 <노스탤지어> 갤러리가인로, 서울
<자연교감 & 공간공감> 데코야, 서울
2006 <ART OF FOCUS> SOKA Contemporary Space, 북경
<도시유목_Good ‘Buy Incheon’>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
<2006 Korea Photo Fair> Art N Dream, 서울
<Fantasy in Nature> Gallery Now, 서울
2005 <PORTFOLIO 2005> 서울청년미술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바다 네 품에 안기다> 갤러리 라메르, 서울
<광복 60년 기념사진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POST PHOTO EXHIBITION>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The Park> 서울올림픽미술관, 서울
2004 <at the first site…> 제11회 젊은사진가전, 동구문화체육회관, 대구
<POST PHOTO EXHIBITION> 관훈갤러리, 서울
2002 <profile(d)> Viscom9 Gallery, 멜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