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정용기
이미 생의 중반을 훌쩍 지나버린 거야.
그러니까 수평이 무너진 거야.
엊그제까지는
오른쪽에만 주로 무게추를 올려놓았던 거
오른쪽만 따뜻한 아랫목에서 거두어왔다는 거
너는 알기나 하는 거야?
왼쪽을 늘 업신여기고 따돌려서 시르죽어 있었다는 거
왼쪽은 그늘받이에서 눈칫밥 먹으며 견뎌왔던 거
너는 알아챈 적이라도 있는 거야?
왼손으로는 이제 뒷주머니의 비밀도 꺼낼 수 없어.
머리 위로 치켜들어 희망을 부를 수도 없어.
차마 중심을 무너뜨릴 수 없어서 견뎌 왔던 결기가,
왼쪽 견갑골에 숨어있던 저 질긴 울분이
이제 기우뚱 트집을 잡는 거야, 파업에 든 거야.
한쪽을 보태거나 덜어내도 소용없어.
오른쪽과 왼쪽은 애초에 연대보증을 섰으니
갈아엎기 전에는 중심잡기 힘들어.
우리 삶에 세월이 자비를 베풀지는 않는 거야.
물그림자처럼 흘러가는 시간이란 없는 거야.
웹진 『시인광장』 2022년 12월호 발표
정용기 시인
2001년 ≪심상≫ 신인상 등단. 시집으로 『하현달을 보다』, 『도화역과 도원역 사이』, 『어쨌거나 다음 생에는』.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문학 답사』(창비, 공저)가 있음. 화요문학 동인. 충남작가회의, 세종시마루, 세종문학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