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 시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연탄 한 장 - 노래 안치환
http://www.youtube.com/watch?v=rG4DNjNBcyw
구름 몰려와도
뜨거움을 식히지 못한다
열돔에 갇힌 듯
뜨겁기만 하다
아래밭에 내려가 참깨대를 베었다
이슬이 많이 내리지 않아 베기가 좋았다
집사람이 내려오더니 아직 잎이 파란 것은 좀더 놔두었으면 좋겠단다
하루 이틀이라도 놔두면 씨가 더 여물게 된다고
난 오늘 다 처리해 버리려 했는데...
놀 짱한 것과 씨가 쏟아지는 것만 골라 베었다
집사람은 벤 참깨대를 언덕으로 날라다가 잎을 딴다
참깨대 잎을 따 버리고 말리면 참깨가 더 빨리 마른단다
벨만한 참깨대는 다 베었다
나머진 다음 월요일에나 베어도 될 것같다
동생 전화
특별한 일 없으면 점심이나 같이 하자고
정읍 태인에 떡갈비 맛집이 있으니 가 보잔다
그도 괜찮겠다니 점심 무렵 오겠다고
집사람이 잎을 따 정리해 놓은 참깨대를 위로 나르는데 한번에 나르기 어려워 두 번으로 나누어 날랐다
집사람이 일단 포장을 깔고 밖에서 말리잔다
비만 오지 않으면 햇빛에 말리는게 가장 좋은데
자꾸 소나기 쏟아지니 안심이 안된다
저녁무렵엔 하우스 안에다 넣어두어야겠다
가정용 태양광 발전이 안되는 것같다
햇빛 좋은데도 에러가 떨어진다
태양광 인버터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발전이 될 때는 보통 인버터에 윙소리가 나고 불이 깜빡이는데 요 며칠 그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태양광 설치한지가 만 칠년째인데 벌써 고장이 났나?
지금은 가정용 태양광 설치하는데 3-400 정도면 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엔 무려 700을 넘게 주었다
잘못 설치되어 옮기느라 300가까이 들어가 천여만원정도 든 태양광
아직 본전도 뽑지 못했는데 벌써 고장이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고쳐써야지당시 설치한 업자도 이젠 알 수가 없고
어떻게 하지
아침 한술을 먹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러서일까?
밥이 쉬 넘어가질 않아 찬물 말아 후적후적
물말아 먹으니 술술 들어간다
재관동생에게 전화
재관동생은 사업용 태양광을 가지고 있다
혹 태양광 서비스에 대해 알고 있을 것같다
물어 보니 매달 한번씩 점검하러 온 업자가 있단다
전화번호를 줄 수 없냐고 하니 메시지로 보내주겠다며 물어 보란다
아는 후배가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다
후배에게 전화해 태양광이 고장 난 것 같다며 어떻게 수리 부탁하냐고 물어 보니 처음 설치한 업자에게 문의해 보란다
오래되어 그 사람을 잘 모른다고 하니 그럼 태양광 옆에 전화번호가 있을 거라며 그 회사로 전화해 보란다
자기도 수리 문의가 들어오면 그렇게 하고 있다고
고맙다
내려가 인버터에 있는 전화번호를 보려고 했더니 이미 오래 되어 지워져 버렸다
인터넷에서 인버터 회사를 찾아 보려니 존재하지 않은 사이트란다
이거참
재관동생이 보내준 번호를 보고 전기 업자에게 전화
상황을 말하니 그럼 오늘 와서 보아주겠단다
내가 점심땐 약속 있다고 하니 오후 두시 넘어 오겠다고
선선히 응해주니 참 고맙다
일단 태양광 전기 안전 담당이니 상황을 보면 해결 방법이 나오겠지
내 생각엔 인버터가 고장난 것같다
예전 내가 태양광을 인수할 때 인버터가 잘 고장 난다며 10년 정도 지나면 교체해야할거라는 말을 얼핏 들은 것같다
만 칠년째이니 그게 고장나지 않았을까?
이리저리 알아보고 전화하다 보니 시간이 꽤 되었다
동생네가 왔다
모처럼 주석이도 같이
오랜만이다
건강해 보이니 좋다
주석이가 운전해 태인으로
태인면에 백학정이라는 떡갈비 식당
허영만의 식객과 김영철의 동네한바퀴에서도 소개된 식당이란다
식당 규모가 아주 크다
아직 점심전인데도 예약 방은 이미 다 차있다
안쪽 큰 방으로 안내 한다
방 벽에 다녀간 사람들의 음식 맛에 대한 평 한마디씩 붙어 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사람들의 평 한마디가 음식맛을 짐작케 한다
음식이 나왔다
한상 가득 차려 둘이서 들고 왔다
반찬과 나온 떡갈비를 보니 여느 떡갈비 식당보다 더 특색있게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오나
이름이 나면 호기심에서라도 한번씩 찾게 되겠지
고택찹쌀생주가 있어 한병 시켰다
보통 막걸리병인데 가격은 무려 만원
막걸리 도수가 12도란다
일반 막걸리는 6도인데 배가 높다
이건 숙성한 후 일체 물을 넣지 않는 막걸리란다
마셔보니 새콤하면서도 달달
들어가는 맛은 순한데 좀 있으니 취기가 오른다
도수가 엄청 높아 금방 취해 버리는 것같다
떡갈비에 막걸리까지
동생 덕분에 맛있게 잘 먹었다
집사람이 깻잎 좀 따다 해먹으라고
난 주석이가 왔길래 보신하라며 닭한마리를 잡아 주었다
뭐든 있으면 서로 나누어 먹으면 좋겠지
깻잎을 따 간추려 가지고 갔다
태양광 전기 기사님 전화
동네 왔다길래 제일 윗집으로 올라오라고
올라와 여기저기 점검해 보더니 이건 인버터 고장이란다
수리하는거나 새로 교체하는거나 가격이 비슷할거란다
그럼 기사님이 새로 구입하여 교체해 달라고 했다
내가 어떻게 구입하는 방법도 모르고 설사 구입했다해도 설치하려면 기사가 와야하기에 부탁하는게 낫겠다
그렇게 하겠다기에 그럼 오늘 출장비도 그 때 함께 계산하자고 했다
이것도 오래 쓰니 고장나나 보다
우리들 몸도 마찬가지
아끼고 달래가며 고쳐서 사용해야지
참깨대를 묶었다
하우스 안에 들여 놓고 바둑 두러 가는게 좋겠다
집사람이 나와서 같이 도와 준다
먼저번에 베어다 걸어 놓은 걸 일부 털어 세워 놓고 그 자리에 새로 묶은 참깨대를 건다
그도 참 좋은 방법
집사람은 아이디어가 좋다
왜 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할까?
관점이 다른지 모르겠다
요즘 대통령하겠다는 윤모 최모씨도 평범한 우리들과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
그 들의 입장에선 맞는 이야기인데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에라이
밖에 나온 닭과 기러기를 가두고 나니 땀으로 범벅
다시 샤워하고 바둑 두러 간다니 일찍 들어오란다
제발 약속 좀 지키라고
난 약속한 적 없는데...
그래 좀은 미안
혼자 있기 싫어하는데 내 멋대로 굴고 있으니
참 알 수 없다
바둑휴게소에 가니 조사장과 김샘은 바둑 한판을 지금까지 두고 있다고
무려 두시간 넘게 둔단다
세상에나
우리가 프로도 아닌데 그리 오래 생각하며 두어야하나
그게 즐거움이라는데 할 말 없지
전소장과 한판
자기 집을 지키면 백이 어려운 국면
그런데 뛰어들어 온다
그 때부터 흑을 추궁하며 집을 만들어 가니 흑의 비세
결국 흑대마까지 잡아 버리니 투석
묘하단다
분명 자기가 더 나은 바둑이었다고
흑이 잘못 둔 수를 몇 개 지적
공격하려면 일관성이 있어야한다고
도중에 안되면 과감히 손을 돌려야한다고
이미 쓸모없는 돌을 끌고 나오면서 바둑이 헝크러져 버린다고
그런 자릴 정확히 모르겠단다
그래 맞는말
나도 상수와 두면 그런 자릴 찾기 어렵다
그래서 바둑에 급수가 있는가 보다
조사장이 바둑 끝나고 들어가 보아야 한다며 막걸리 한잔 하잔다
마침 재봉 승훈동생도 나왔길래 같이
뒤늦게 김사범님도 참석
오늘은 내가 사겠다고
맨날 조사장이 사버리니 미안
서로 번갈아 내는 맛이 있어야지
오늘 주담의 주제는 건강
나름의 건강비법 한가지
평소 내가 알고 있는 것들
난 수돗물도 괜찮으니 물 많이 마시라는 이야기
나이들수록 수분부족이라고
난 의도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술한잔 마셨으니 편바둑 한판 하잔다
난 재봉동생과 두었다
중반전의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내 돌이 잡혀 투석
여물지 않은 바둑이라 조그마한 실수에도 판을 그르친다
다른 사람은 아직 중반전
다시 한판
이 판은 내가 주도권을 잡아 우세
다른 사람들의 판이 끝나고 감사장이 오니 저녁식사나 하고 와서 두잔다
저녁은 김사범님이 사겠단다
바둑을 두다말고 판을 접고 산촌어부 가서 알탕에 저녁
8시가 이미 넘었다
집사람이 늦어도 8시까지는 집에 오라던데...
모르겠다
모두들 편바둑 한판 더 두고 가자고 해서 슬그머니 주저 앉았다
김사장과 둔 지 오래되어 난 김사장과 두겠다고
김사장은 간단히 이기는 바둑인데
연거푸 두판을 나가 떨어졌다
술한잔 마셔서 판단 미숙일까?
참참참
별 수 없다
안되는 건 안되지
어느새 아홉시가 넘었다
난 먼저 집에 가겠다며 일어서니
다른 분들은 한 수 더 두고 간단다
대강 하루 정리하고 바로 잠자리로
구름이 붉게 물들어 온다
님이여!
오늘은 입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네요
기승부리던 더위도 이제 곧 주춤해지리라
풍성한 수확을 기대하는 가을
늘 건강하시고 기분 좋은 일들만 가득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