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1. 10. 23. 토요일.
가을하늘이 맑았다.
어제는 금요일. 오후에 아내와 함께 내과병원에 들러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아내는 은근히 아프다면서 갱신을 차리지 못하고, 나는 그렇게까지는 아니어도 은근히 지치고 힘이 들어서 오늘도 종일토록 아파트 방안에서만 머물렀다. 그냥 그냥...
오후에 베란다에 올려놓은 화분을 내려다보았다.
쪽마늘을 심은 지가 한 달 가까이나 되는데도 작은 화분 속에서는 전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작은 꽃삽으로 흙을 퍼내니 생마늘 밑이 반쯕 썩었고, 반쯤 남은 마늘에서는 흰수염같은 실뿌리가 길게 자랐다.
반쯤 썩은 밑에서는 작은 벌레가 잔뜩이나 꿈틀거렸다.
쥐며느리이다. 세상에나. 그 독한 생마늘을 갉아먹었다니...
작은 화분의 흙을 큰 화분 위에 쏟아내고는 티-스푼으로 쥐며느리를 눌러서 죽이다가는 아예 뜨거운 물에 삶아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방금 전에 부은 흙을 꽃삽으로 도로 파낸 뒤에 헌 밥통 그릇에 담고는 주방에서 물을 조금 부었고,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는 불을 피웠다. 흙 특유의 냄새가 나면서 냄비 안에서 뜨거운 김이 났다. 흙속에 있던 쥐며느리, 공벌레 등 작은 벌레들이 푹푹 삶아졌을 터. 양푼 속의 열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린 뒤에는 큰 화분에 조금씩 나눠주었다.
도시 아파트 안에서 화분을 올려놓고는 식물을 키운다는 게 무척이나 마땅하지는 않다.
화분 흙속에 애벌레 등이 생겼다고 해서 해충제, 농약을 사다가 뿌릴 수도 없고...
이따금씩 화분 흙을 덜어내서 양푼에 넣고는 뜨거운 가스렌지 불로 데워서 흙속의 벌레와 균을 죽여야 하는데도...
시골에 있다면야 까지것 농약도 치고, 장작불을 피워서 흙을 뜨겁게 삶아서 살균소독을 하겠지만서도 어디 아파트 안에서는 그만한 가치는 없을 게다.
작은 화분 100개쯤을 올려놓은 아파트 안.
가뜩이나 비좁은 아파트 실내에서 화초를 가꾼다는 게 그다지 권장할 일은 아니다.
화분 흙속에는 작은 벌레도 살고, 때로는 병균도 득실벅실거린다. 날마다 밤중에는 전등불을 켠 뒤에 베란다로 나와서 화분 속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혹시라도 징그러운 민달팽이가 기어다니는지를 확인하고, 제법 많이 잡아낸다.
민달팽이는 봄철에는 제법 많이 있었으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에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이따금씩 화분에서 발견하고, 화초 잎사귀 위에서도 보인다. 꽃삽을 대고는 벌레를 티스푼으로 떠담아 내야 한다. 꽃삽 위에 올려놓고는 티스푼으로 탕탕 내리쳐서 이들의 내장을 터뜨려야 한다. 역겨운 비린내도 나고 때로는 내장이 터져서 내 손등 위로 튕기기도 한다. 정말로 혐오스러운 생물이다.
'공벌레'는 어떤 위기가 닥치면 자기 몸뚱이를 동그랗게 또르르 만다. 공처럼 굴러가게끔. 꽃삽으로 흙을 퍼낼 때 자칫하면 이들이 굴러가면 찾아내기도 어렵다.
쥐며느리는 공벌레처럼 생겼으나 몸뚱아리를 둥그랗게 말지는 않는다. 대신 가느다란 다리가 많아서 금세 잽싸게 도망치기에 잡아내기도 어렵다.
오늘은 남의 집 며느리인 '쥐며느리'가 밉다.
이들이 들어 있는 흙을 밥 짓은 헌 밥통 속에 넣고는 물 부어서 뜨겁게 삶았으니 아마도 이들은 뜨끈뜨끈한 물로 한증탕을 즐겼을 게다. 지금쯤 다들 천당으로 가고 있으며, 또한 극락세계로 가서 더 좋은 명당자리를 잡으려고 애를 쓸 게다. 다들 복 받았으니까.
공벌레
이들은 습기가 많은 곳에서 3년간 생존한다.
그 작은 몸뚱이인데도 오래도 산다
식물학과 동물학은 물론이고 벌레들에 관한 자연지식을 더 넓혔으면 싶다.
생활에서 얻는 경험과 지식이 가장 정확할 게다.
내 마음은 시골 텃밭에 내려가 있는데도 현실은 서울 고층 아파트 꼭대기에서만 살고 있다.
풀냄새 흙냄새가 그립고, 텃밭에서 일하고 싶은데도 아파트 안에서만 사니.. 그냥 화분농사나 흉내 낸다.
'화분농사'보다 더 작은 '컵농사'. 농사기구라야 '꽃삽', 커피-물을 휘휘 내젓는 '티-스푼'이다.
나는 별난 농사꾼임에는 틀림이 없다.
나중에 보탠다.
2021. 10. 23.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