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개장한 광화문광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시민들도 도대체 광장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의문을 쏟아낸다. 서울시는 어제 뒤늦게 “내년 2월부터 전문가·시민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세 차례 열어 광장운영 기본방향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5개월 동안 무엇 하다 이제 와서 운영 방향을 새로 모색하겠다는 것인지 딱하기만 하다.
광화문광장 개장을 맞아 우리는 광장이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휴식과 여가의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무엇보다 서울시가 공언(公言)한 ‘대한민국 대표광장’에 걸맞은 정체성과 운영 원칙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동안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었는가, 아니면 역사체험 학습장이었는가. 상설 이벤트 행사장이었는가, 아니면 꽃밭과 분수대 위주의 도심(都心)공원이었는가. 딱히 이도 저도 아닌 이미지가 뒤죽박죽 겹쳐지는 것은 광장 조성과 운영에 관한 원칙과 철학, 컨셉트가 서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잡하고 어설픈 데다 무언가를 가득 채워 넣어야 한다는 강박성(强迫性) 조급증마저 엿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도심 속 휴식공간으로서의 격조와는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동상 바로 뒤에 꽃밭을 조성하면서 영어로 ‘플라워 카펫’이라고 이름 붙인 무신경은 또 무엇인가. 전체적으로 여유나 여백의 미(美)와는 거리가 멀기에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을 제대로 된 명품 광장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바로 착수하라. 굳이 내년 2월까지 기다려 토론회를 열 이유가 없다. 북악산에서 광화문·육조거리·숭례문으로 이어지던 조상들의 격조 높은 공간 배치 철학과 미의식부터 배워라. 검토하는 과정에 어떤 정치 논리도 스며들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http://news.joins.com/article/964/3912964.html?ctg=2001
첫댓글 한글과 영문이 혼용된 어수선함이 정리되어 보기좋은 세종대왕을 위한 명품 광장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