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서운할 수 있지만 상속세 1.4억에서 6천만 원 줄인 방법은?
중앙일보, 염지현 기자, 2024. 9. 14.
직장인 이모(55)씨는 요즘 홀어머니 부양으로 고민이 많다. 연로한 모친이 지난해 가을부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병원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씨의 어머니는 현재 거주하는 서울 아파트 한 채를 제외하곤 마땅한 수입이 없다. 더욱이 모친은 30년 가까이 살아온 집과 동네를 떠나기를 원치 않아 집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이씨는 “요즘 서울 아파트는 한 채만 물려받아도 상속세를 낼 수 있다는 얘기에 걱정이 많다”며 “간호비 등을 위해 빚을 내면, 주택을 상속 받을 때 공제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상속세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현재 상속세 체계에선 일괄공제(5억원)와 배우자공제(5억원)를 활용해도 집값이 10억원 이상이면 상속세를 내야 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2914만원으로 5년 전(8억3173만원)보다 48% 상승했다.
1. 재산과 빚을 함께 물려주면 세 부담 줄어든다.
전 재산이 집 한 채뿐인 고령층이 자신의 집에서 편안하게 노후를 보내면서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재산과 빚(부채)을 함께 물려주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사망)에 따라 상속인에게 무상으로 이전되는 재산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이때 피상속인의 부채는 공제(채무공제)된다. 이씨의 경우에도 모친의 생활비나 병원비가 부족할 때 대출을 받으면 주택 상속에 따른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채무 공제를 고려할 땐 주의할 점이 있다. 자녀보다 주택 소유자인 부모(피상속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야 채무 공제를 받기가 쉽다. 만일 자녀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 다시 부모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채무 관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세법에선 가족이나 친족 등에게 재산이 무상으로 이전되면 상속이나 증여로 보고 세금을 부과한다.
양경섭 세무법인 온세 대표 세무사는 “부모 입장에선 서운할 수 있지만 가급적 부모 통장(재산)에서 돈이 나가는 방식으로 해야 세금 상 다툼을 줄일 수 있다“며 “특히 현금이 부족할 때 부모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이씨의 어머니가 12억원 상당의 주택을 담보로 3억원을 대출받아 본인의 생활비와 병원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가정하자. 양경섭 세무사에 따르면 일괄공제(5억원)와 채무(3억원)를 공제한 3억9000만원(장례비용 제외)에 20% 세율을 곱하면 7800만원이 나온다. 누진공제와 신고세액(3%)을 적용하면 이씨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6596만원이다. 12억원 집을 그대로 상속받았을 때 내야 할 상속세(1억4259만원)의 46% 수준이다.
2. 생활비 챙기는 주택연금은?
노후준비가 부족했다면 주택을 담보로 매달 생활비를 챙기는 방법도 있다. 바로 만 55세 이상 부부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역모기지 상품(주택연금)이다. 가입 문턱도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가입조건인 주택 공시가는 9억원(시세 13억원 수준)에서 12억원(시세 약 17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지난 5월부터 주택연금 가입자가 실버타운으로 옮겨도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기존 주택엔 세입자를 구해 추가 임대소득을 누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른다고 주택연금을 무턱대고 해지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주택연금을 해지하려면 그동안 받아온 연금은 물론 이자를 모두 상환해야 한다. 또 가입자가 주택연금에 가입한 뒤 3년 후 해지하면 주택 가격의 1.5% 수준인 초기 보증료도 환급받을 수 없다. 금융교육 컨설팅 회사인 웰스에듀의 조재영 부사장은 “주택연금을 해지하면 3년간 동일주택으로는 주택연금 재가입이 제한된다”며 “해지 비용과 함께 소득 공백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생활비를 마련한 뒤 해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