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신뢰한다는 의미는?
로또 루키 ・ 2026. 10. 11.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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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을 믿는 회사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토스의 파격적인 경영 철학, 자율과 책임이 만드는 기업의 미래
회사가 직원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직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불필요한 결재 절차를 줄이며, 업무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 판단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판단이 만들어 낸 결과에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
한국의 핀테크 기업 토스는 이러한 질문을 생각하게 만드는 기업이다.
간편송금 서비스로 출발한 토스는 은행과 증권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토스의 성장 과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모았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을 어떻게 운영하고, 구성원에게 어떤 권한을 부여할 것인가라는 경영의 문제다.
특히 직원의 자율적인 비용 집행과 업무상 의사결정에 관한 이야기는 기업의 신뢰 문화를 생각하게 한다.
다만 이른바 ‘무제한 법인카드’라는 표현은 주의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직원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하거나 업무 관련 비용을 폭넓게 지원한다는 것과 모든 지출을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한다는 것은 다르다.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규정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운영 방식이 보여 주는 핵심은 분명하다. 직원을 단순히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회사의 가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책임 있는 주체로 볼 것인가.
이 질문에서 토스의 경영 철학을 살펴볼 수 있다.
1. 법인카드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에 대한 신뢰다.
전통적인 기업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비용을 사용할 때 여러 단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지출을 통제하고 예산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이지만, 모든 사안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면 의사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
반면 자율성을 중시하는 조직에서는 일정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한 뒤 실무자가 현장에서 판단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업 제휴를 추진하는 직원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고객과의 미팅을 준비하고, 적절한 회의 환경을 마련하고, 사업을 설명할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매번 사소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 정작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비용을 무조건 많이 쓰는 것이 좋은 성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출의 규모가 아니라 목적과 효과다.
회사가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그 직원이 회사의 목표를 이해하고, 필요한 자원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며,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는 의미다.
직원은 그 신뢰에 책임으로 응답해야 한다. 회사 역시 직원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보와 권한, 적절한 업무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관계가 형성될 때 법인카드는 단순한 복지 혜택을 넘어 권한 위임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2. 토스의 조직문화에서 주목할 개념, DRI
토스의 조직문화를 이해할 때 살펴볼 만한 개념이 DRI(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다. 특정 업무의 책임자를 명확히 하고, 해당 담당자가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동료들과 협의한 뒤 책임 범위 안에서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의 핵심은 모든 직원이 각자 마음대로 행동하도록 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누가 결정할 것인지, 누가 실행할 것인지, 결과에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분명히 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금융 앱의 새로운 기능을 개발한다고 가정해 보자.
담당자는 고객의 불편을 조사하고,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의견을 듣고, 보안과 법률상 위험을 검토한다. 그다음 정해진 책임 범위 안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실행한다.
모든 사안을 최고경영자에게 올려야 한다면 조직이 커질수록 의사결정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 반대로 책임자가 명확하다면 경영진은 모든 세부 사항을 직접 관리하는 대신 기업의 방향과 중요한 위험에 집중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원칙은 하나다.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도 있어야 한다.
자율성은 책임 없는 자유가 아니다.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판단하고, 결과를 검토하며, 잘못된 결정에서 배우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3. 왜 자율적인 조직이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을까?
기업의 경쟁력은 자본과 기술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조직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속도도 중요하다.
첫째, 고객의 불편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금융 서비스는 작은 사용성 차이도 고객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객이 송금이나 계좌 관리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다면 이를 발견한 실무자가 신속하게 개선안을 제안하고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시장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는 모든 결정을 상급자의 승인에 의존하기보다 현장의 정보를 가진 담당자에게 적절한 권한을 주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셋째, 직원의 전문성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직원이 단순히 지시받은 업무만 수행한다면 조직은 구성원이 가진 아이디어와 경험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반면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결정에 책임지는 환경에서는 구성원의 전문성이 사업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넷째,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모든 시도가 성공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무조건 감추거나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을 분석해 다음 시도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다만 자율성이 높다고 해서 언제나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명확한 목표와 충분한 정보, 공정한 평가, 적절한 내부통제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4. 신뢰를 기반으로 한 경영에도 원칙은 필요하다.
자율적인 조직문화가 성공하려면 회사와 직원 사이에 공통된 기준이 있어야 한다.
회사는 직원에게 권한을 부여하되 업무 목적에 맞는 비용 사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직원은 그 기준 안에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지출과 결정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금융기업은 일반적인 서비스 기업보다 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고객의 자산과 개인정보를 다루며, 금융 관련 법규와 보안 의무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자율 경영은 통제를 없애는 방식이 아니다.
불필요한 결재는 줄이되 고객 보호, 법률 준수, 재무 관리에 필요한 통제는 유지하는 방식이다.
또한 자율성이 일부 직원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직원 간 과도한 성과 경쟁을 유발하거나, 업무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변해서도 안 된다.
신뢰는 경영진이 직원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태도가 아니다. 회사도 약속을 지키고, 합리적인 기준을 적용하며, 직원의 의견과 전문성을 존중할 때 지속될 수 있다.
5. 토스의 미래, 금융 슈퍼앱을 넘어 AI 기반 플랫폼으로
토스의 사업 전략은 조직문화와 연결해서 볼 때 더욱 흥미롭다.
토스는 송금 서비스에서 출발해 은행과 증권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하나의 앱에서 다양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은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서비스 간 연결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앞으로 주목할 만한 성장 분야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통합 금융 경험의 강화다.
고객이 계좌를 확인하고, 투자하고, 신용을 관리하고, 결제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면 여러 앱을 오가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서비스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각 서비스의 품질과 고객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AI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의 고도화다.
AI는 금융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이상거래 탐지를 지원하며, 고객 문의나 직원의 반복 업무를 효율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개인별 상황에 맞는 금융 정보를 제공하는 데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금융 분야에서 AI를 활용하려면 개인정보 보호와 정확성, 편향, 설명 가능성, 금융상품 추천의 적절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셋째, 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의 확대다.
매장 결제와 사업 운영을 지원하는 서비스가 발전하면 개인 고객뿐 아니라 사업자와의 접점도 넓어질 수 있다. 이는 토스가 소비자 중심 금융 플랫폼에서 기업 고객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다.
넷째,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다.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면 국내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별 금융 규제와 결제 환경, 고객의 행동, 경쟁 구도를 이해해야 한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험을 장려하는 조직문화는 이러한 현지화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사업의 지속 가능성은 실제 고객 확보와 매출, 수익성, 규제 대응 능력을 통해 입증되어야 한다.
미국 증시 상장과 같은 기업의 장기 목표도 마찬가지다. 상장 가능성이나 목표 기업가치는 확정된 성과와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6. 토스의 경영 방식이 다른 기업에 주는 교훈
토스의 사례에서 배울 점은 법인카드나 휴가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각 기업의 규모와 업종, 재무 상황에 맞게 의사결정 구조를 개선하는 데 있다.
기업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