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놓인 현재도, 곧 다가올 미래도. 다만, 바뀌기를, 제발 무언가 변화가 생기기를 기도 할 뿐이다. 정해지지 않은 먼 훗날에 찾아올 그 어떤 날을 희망해본다.
그가 나를 돌아봐줄 그 날을. 이젠 습관적인 일상이 되어버린 상상을 무의미하게 반복해본다.
“오늘은 아침 먹고 가세요.” “됐다.” “조금이라도 드시고 가세요.” “...” “부탁이에요.”
나의 존재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이다. 내가 말을 하던지 안하던지 그는 묵묵히 그의 일을 한다. 부탁이라는 말을 꺼내자 겨우 나를 쳐다본다.
“...됐어. 늦었으니깐 갈께.”
비록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가시가 되어 내 심장에 박혀도 나는 참아본다. 목이 메여 도저히 말을 이을 수 없어 애써 억지 웃음을 그에게 지어보인다.
“간다.”
현관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에 끝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자 입가에 걸어둔 미소를 내린다. 혼자뿐인 집안의 차가운 공기가 날 애워싼다. 텅빈 거실을 훑어보다 결국 힘겹게 쌓았던 둑이 무너져 버렸다.
잠시라도 좋으니 내 눈을 따뜻하게 봐줄순 없는건가요. 딱 한번만 먼저 한마디만이라도 걸어주면 안되나요. 지나가는 말이어도 좋으니 내게 밥은 먹었냐고 물어봐줘요. 그런 작은 말과 행동이라도 당신이라면, 난 행복할 수 있을텐데.
그에게만은 아무리 내보내도 마르지 않는 내 눈물이 원망스럽다. 옷 소매를 적시는 눈물이 이렇게 가슴 아플 순 없다. 언젠가 그를 떠올리면 눈물보다 미소가 먼저 떠오를 날이 올까. 매일 수백 수천번씩 희망을 지웠다 새겨넣었다 하는 이 일도 점점 지쳐가기 시작한다. 울다 지친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갔다. 당연히 그와의 방이 아닌 독방이다. 그의 방에는 걸려있지도 않은 우리의 결혼사진을 끼워넣은 액자는, 또 다시 내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어떻게... 이 때마저 웃지 않을 수 있었나요...”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나와 반대로 그는 너무나도 무표정하다. 너무 시리게 아려오는 고통에 내 빌어먹을 눈은 또다시 눈물을 부어버리고만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그의 예의 무뚝뚝한 표정이 옷과 너무 잘 어울려 미소짓고만다. 그는 내게 이런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같이 있으면 행복하지만, 그 배로 아픈 그런 사람.
그래도 내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사람, 하나뿐인 사랑.
“사랑해요... 사랑해요...”
이런 대답없는 사진 말고, 진짜 그가 내 옆을 항상 지켜주기를 바래본다. 사랑한다 속삭였을 때 사랑한단 대답은 아니더라도 그가 날 보며 웃음 지어내기를 기대한다.
선우겸 그가, 나 이채빈을. 사랑해 주기를 진심으로 소원한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녕하세요, 함은슬입니다. 지인의 소개로 가입한후 처음 올려보는 글이네요ㅎㅎ 이곳엔 너무 뛰어나신 분들이 많아 제글이 너무 부족해 보여요ㅜㅜ 그래도 용기를 내어 한번 연재하려합니다.
첫댓글 우미
프롤로그부터 슬퍼도 되는거에요? ㅜㅜ
업쪽접수.
앞으로 더 슬퍼질지도 몰라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우미!
흐잉ㅠ
채빈이 불쌍하네요,,ㅠ처음부터
업쪽접수.
저도 슬프기는 하지만 언젠가 채빈이의 진심을 알아줄 날이 오겠죠? ㅎㅎ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미
엘레간테의 뜻을 가르쳐주세요
업쪽접수.
엘레간테는 이태리어로는 우아하게 연주하다라는 음악적 용어입니다. 또 스페인어로는 우미하다, 즉 뛰어나게 아릅답거나 우아하다라는 뜻으로 쓰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