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이빨
김광기
여전히 새 시곗줄은 내 손목보다 크다.
중학교 다닐 때쯤부터일 거다.
한 칸 한 칸 안쪽으로 핀을 옮기면서
시곗줄과 손목을 맞추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어쩌다 맞게 되더라도 한쪽만 줄인 불균형으로
시계 몸체는 저만치 밀려나 있고
째깍째깍 시간을 깨물고 있는 듯한
가지런한 금니 치열의 시곗줄에만 신경이 쓰인다.
그렇게 며칠을 차고 있다가
벼르고 별러서 들르게 되는 시계포다.
주인이 뚝딱뚝딱 몇 번 만지고 나면
앓고 있던 충치 뽑히듯 시원하게 시계이빨이 몇 개 뽑혀
손목에 딱 맞는 시곗줄이 된다.
그때마다 시계포 주인은 빼낸 시곗줄을 비닐봉지에 싸서
다음에 필요하면 쓰라고 건네준다.
그것을 다시 쓸 일은 없다.
책상 서랍 구석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어떻게 치워졌는지도 모르게 없어지게 된다.
오늘도 시계포 주인은 어김없이 시계이빨을 싸준다.
다음에 필요하면 쓰라는 말은 세월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다.
나는 망설임도 없이 버리라고 한다.
그래도 시계포 주인은 아까운 듯
아무 쓸데도 없는 것을 한쪽 구석에 밀어둔다.
웬일인지 충치 뺀 것을 버린 것처럼 시원치가 않다.
그냥 쓸데없는 거지만 서랍 한쪽에 두었다가
예전처럼 그렇게 버리는 방식이 좋았을 것 같다.
쓸데없다고 함부로 버리지 않았던 것을
그렇게 냉큼 잘라서 버린
마디 깊은 어디 한쪽 없어진 것이
삶의 나머지 부분들을 깨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