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오후에 떠났기에 40리 (16km) 밖에 가지 못한채 날이 저뭅니다.
나는 어느 조그만 동네에 왔기에 내가 잘곳을 찾으러 다닙니다.
어느집 헛간도 좋고 마루나 부엌도 좋습니다.
내가 여기저기를 기웃거리자 한 청년이 나를 붙잡고 대뜸
"너 간첩이지?"
라고 하는게 아닌가?
"저는 무극 삼촌집에 가는길인데 날이 저물어 잘곳을 찾으러 다니는 중이예요"
"거짓말 마 너는 간첩이지"
리고 또 간첩이라고 합니다.
동네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이때 어느 할아버지께서 나타나시자 사람들이 모드 예를 갖추고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니
양반 같습니다.
"왜들 그러느냐?"
"얘가 동네를 살피고 다니는데 간첩인가봐요"
"아녜요, 날이 저물어 잘 곳을 찾는 중이예요"
"거짓말 마 너는 간첩이지?"
또 청년이 다그치자 할아버지께서
"어린애 간첩도 있다더냐?"
라고 하시며 나를 보시고
"따라 오너라"
고 하시는데 모두 꿈쩍도 못합니다.
내 어린 생각이지만 작년에 일어난 6.25로 인하여 인민군들에게 몹시 시달린 것 같습니다.
이 조그만 동네는 초가집이 10채정도로 작은 동네인데 할아버지 집만은 기와집입니다.
할아버지는 나를 안방으로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나에관하여 이름과 가족상황을 물으시는데 내가 당한 작년의 6.25전쟁 이야기를 하자
몹시 안타까워 하시며 나의 왼쪽 팔에 총 맞은 상처를 보시고 어루만져 주십니다.
"고생이 많구나"
라고 하십니다.
할머니가 저녁 밥상을 들고 오시는데 식구가 두식구 밖에 안 보입니다.
우리 셋이서 겸상을 하는데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양반과 겸상은 어려울 때입니다.
그런데 거지꼴 같은 내가 같이 저녁을 먹는다는게 너무 미안합니다.
"어서 먹어라"
할아버지가 말슴 하시는데 하얀 쌀밥입니다.
나는 배가고파 밥 한톨 남기지 않고 다 먹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인사를 늦게 드리는데
나는 엎드려 절을 하며
"저녘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드리자
"오냐"
라고 합니다.
밥상을 치우고 할머니가 비단 요를 깔아주고 비단 이불을 펴 주시며
"자거라"
고 하십니다.
"예? 저는 그냥 자도 괜찮아요"
라고 하자 할아버지께서
"괜찮다 어서 들어가 저거라"
고 하십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비단 요와 이불을 거지꼴의 내가 덮고 잔다니 !
아마 자식을 결혼시키면 보내질 침구 같은데 자식들이 전쟁에 다 죽은것 같습니다.
나는 가만히 이불을 들치고 들어가 피곤하여 금방 잠이 듭니다.
(계속)
첫댓글 정말로 힘든 시기였어요.
어서오세요 똘망똘망님 감사합ㅁ니다.
그때는 전후라서 모두 고생이지요.
에고 눈물납니다. ``
방긋님 오셨어요? 싱글벙글 인사드립니다 하하하 감사
정말 대단하시네요 고난격고이렇게멎지게살아계시니 감사드려요
해바라3님 감사합니다, 그때는 고생 안 해보신 분들이 없었어요
고생하셨네요~비록글이지만 세월의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끼네요
어서오세요 삶의향기님 감사합니다.
거짓 눈꼽만큼도 없는 진실 그대로 쓰고 있어요.
좋은 밤 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