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병매(149회) 불륜 8
그날 밤 한도국은 술이 취해가지고
고종사촌 동생인 응백작을 찾아갔다.
자기를 전당포에 취직시켜 주었고,
서문경과 가까운 친구이기도 한 그 동생을 찾아가 상의를 해보는 수밖에 없다 싶었던 것이다.
마침 응백작은 집에 있었다.
“아니, 형님 술이 취했네요. 웬 일이오?”
한도국이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터이라, 응백작은 싱그레 웃으면서 묻는다.
“그럴 일이 있어서...”
“무슨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죠?”
“좋은 일 같으면 얼마나 좋겠나. 정반댈세”
“무슨 일인데요?”
“아 글쎄, 나 참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니까”
한도국은 취중인데도 얼른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 듯 좀 망설인다.
“어서 얘기를 해봐요”
“저... 다름이 아니라 말이야,
한이란 놈이 글쎄 우리 집안을 망쳐놓았지 뭐야”
“망치다니, 한이가 뭘 어떻게 했는데요?”
응백작은 바짝 궁금해지는 표정이다.
“그 망할 놈이 형수를 건드렸다니까”
“뭐라구요?”
너무나 의외의 말에 응백작은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그게 정말이오?”
“오늘 난리가 났다니까. 그래서 내가 동생을 찾아 온 거라구”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좀 얘길해봐요”
“자세히고 뭐고 그 때려죽일 놈이 저거 형수를 강제로 범한 거지 뭐. 그러다가 이웃 사람들에게 들켜서 붙들려 제형소로 넘겨졌다는 거야”
“한이만 말입니까?”
“둘이 다...”
“음-"
응백작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뭐라고 말을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는 듯 무겁게 고개만 끄덕인다.
“동생, 이일을 어떻게 하면 좋지?”
“뭘 어떻게 해요. 그런 개 같은 것들은 벌을 받아야죠.
제형소로 넘겨졌으면 잘됐네요. 거기서 곧 바로 문초를 해서 벌을 내리겠죠 뭐”
“그건 그런데... 동생, 내 여편네가 벌을 받으면 난 어떻게 하느냐 말이야. 큰일이라니까”
“아니 형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럼 형수는 벌을 안 받아야 된다는 거예요, 뭐예요?”
응백작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한도국을 멀뚱히 바라본다.
"벌을 받을 놈은 한이 그녀석이란 말이지.
그 망나니 같은 녀석은 사형을 받아도 싸다구.
저거 형수를 강제로 범하다니, 그게 사람이야?“
“그렇지만 형수가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생길 턱이 없죠. 그 일이 어떻게 강제로만 되나요”
“아니야, 자네도 잘 알겠지만,
내 여편네는 결코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구.
시동생과 정을 통하다니 말도 안돼.
그녀석이 힘으로 때려눕힌 게 틀림없다구.
그 녀석 병정에 나가 육년 동안이나 있다가 와서 힘이 아주 장사라구”
“허허허...”
응백작은 그만 어이가 없는 듯 웃어 버린다.
일방적으로 동생만 몰아붙이고, 자기 여편네는 한마디도 나무라는 일 없이 오히려 극구 두둔하는 한도국의 심사가 아무래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물론 동생을 매도해야 되겠지만, 아무리 강제로 덤볐다 하더라도 끝내 뿌리치질 않고 남도 아닌 시동생에게 몸을 내주고만 자기 여편네도 함께 원망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어대야 할 게 아닌가 말이다.
이웃 사람들에게 들켜서 두 사람 다 제형소로 넘겨졌다면
오늘 처음으로 한이가 형수를 겁탈한 것 같지도 않았다.
만약 처음 겁탈이었다면 강제로 당한 왕육아까지
붙들어서 제형소에 넘겼을 턱이 없는 것이다.
한이가 병복을 벗고 돌아온 지도 벌써 보름이 훨씬 지났으니, 그동안에 이미 그런 일이 벌어져 남몰래 둘이서 그 짓을 해오다가 오늘 들통이 난 게 틀림없는 것 같았다.
첫 번째는 겁탈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다음부터는 화간이었을 게 뻔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사실을 왕육아가 남편에게 숨겼을 리가 없다. 처음으로 겁탈을 당한 직후에 이미 남편에게 알려서 한이가 집에서 쫓겨나는 소동이 벌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웃 사람들이 먼저 알고 붙들어 제형소에 넘긴 다음에 한도국이 알게 되었으니, 틀림없는 간통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렇게 생각한 응백작은 웃음을 거두고 정색을 하고서 묻는다.
“아니 형님, 처음에야 강제로 그렇게 됐다 치더라도,
어쨌든 시동생하고 놀아난 그 여자를 그대로 받아들여 다시 데리고 살 건가요?”
“아 글쎄, 놀아난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놀아난 게 아니라면 왜 이웃 사람들이 둘을 다 제형소로 넘겼겠어요. 형님은 참 알 수가 없네요. 자기 여편네가 남도 아닌 자기 동생하고 붙었는데 그 여자를 두둔하다니, 알을 찬 남자가 그럴 수가 있나요?”
한도국은 얼른 뭐라고 대꾸를 못한다.
사실 응백작의 말이 지당한 것이다.
“나 같으면 그런 여자 다시는 거들떠보지도 않겠어요.
세상에 흔해 빠진 게 여잔데, 새로 하나 골라서 장가를 들면 될 거 아니냐 말이에요”
“새로 장가를 드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자네 말도 옳기는 옳지만, 난 말이야 그 여자가 없으면 안될 것 같애. 자네도 알다시피 그동안 정말 나무랄 데가 없는 여자였거든. 나한테 얼마나 잘했느냐 말이야.
그런데 그 빌어먹을 놈의 새끼 때문에 한 번 실수를 저질렀다고 나 몰라라 하고 차버리면 얼마나 억울하겠는냐 그 말이라구. 애저를 위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
이번에는 응백작이 뭐라고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고종사촌 형이 정말 불알을 안찬 것인지, 아니면 차도 아주 큰 것을 차고 있는 건지, 어느 쪽인지 잘 분간이 되지가 않는 듯 새삼스럽게 가만히 눈여겨 바라본다.
“그래서 말이야,
난 내 여편네에 대해서만은 없었던 일로 하고 싶다구”
“그래요? 음-”
응백작은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묻는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어요?”
“빼내야지 뭐”
“그게 쉽게 될까요? 이미 제형소로 넘겨졌는데...”
“아 이사람아, 서문경이 있잖는가.
부전옥인데 그까짓 일쯤이야 마음만 먹으면...”
“하기야 그렇겠죠”
“그래서 동생을 찾아온 거라구.
동생은 그 어른하고 친한 사이니까 부탁하면 안 들어주겠느냐 말이야”
“형님도 그 집 전당포에서 일하니까 잘 알거 아니에요”
“난 그 집 고용인인데, 상전한테 그런 부탁을 하기가...
자네가 얘기하는 게 훨씬...”
“하기야 형님은 그런 말을 꺼내기가 몹시... 허허허...”
“웃지 말라구. 지금 내속이 어떤 줄 알고...”
“예, 좋아요. 내가 얘기해 보죠”
“그럼 동생, 가자구. 일어서라구”
“아니, 지금요?”
“쇠뿔도 단김에 빼야 된다잖아. 이런 일은 서둘러야 된다구.
난 이대로 집에 돌아가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자, 어서... 나하고 같이 가서 부탁을 하자구”
“서문경이가 밤에 집에 있을까...”
내키지 않으면서도 마지 못하는 듯
응백작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집을 나서 밤거리를 둘이 같이 서문경의 집을 향해 걸으면서 응백작이 불쑥 입을 열었다.
“형님, 형수씨를 없었던 일로 해준다면 한이도 용서해줘야 되는 거 아닐까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 녀석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구”
한도국은 단호하게 자르듯이 말한다.
응백작은 좀 머쓱해진다.
한이가 병정에 나가기 전에도 일 년 동안 옥살이를 했는데, 병복을 벗고 돌아오자마자 또 징역을 살아야 되다니, 고종사촌 형으로서 어쨌거나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시동생이 형수를 겁탈한 걸로 결말이 난다면
그건 인륜을 저버린 파렴치한 죄목(罪目)이기 때문에 중벌(重罰)을 받을게 뻔했다.
“그런 망나니 같은 놈은 단단히 혼이 나야 돼. 그런 놈을 용서해 주다니, 미친개를 집안에 다시 들여놓는 거와 마찬가지라구.
그놈이 제 형수를 가만히 둘 것 같애?
계속 괴롭혀댈게 뻔하다구”
“용서해줘도 다시 한 집에서 같이 살아서는 안되죠”
“난 이제 그놈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가 난다구.
이번에 영원히 내 앞에서 없어져 버렸으면 속이 시원하겠어”
마치 동생과 무슨 철천지원수라도 진 사람처럼 매정하게 뇌까린다.
여편네에게는 관대하기 이를 데 없으면서 반대로 동생한테는 비정하기 짝이 없질 않는가. 그런 양극단의 성품을 동시에 지닌 묘한 사람이로구나 하고 응백작은 지금까지 몰랐던 고종사촌 형의 내면을 처음으로 알고서 혼자 대고 고개를 끄덕이며 걷는다.
서문경은 집에 있었다.
제형소의 부전옥이라는 감투를 쓴 뒤로는 기방 출입을 가급적 자제하고, 밤으로 집에서 점잖게 술을 마시는 습성을 들이고 있었다.
비취헌에서 아들 관가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이병아 앞에 앉아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서문경은 응백작이 찾아왔다는 하녀의 전갈에 기꺼이 이곳으로 안내하라고 했다.
응백작이 한도국과 함께 들어서자
서문경은, “어서 오게나. 마침 잘 왔네.
나 혼자 한잔 하는 참인데...” 하고 반긴다.
그리고 한도국을 멀뚱히 바라본다.
누군지 얼른 모르겠는 모양이다.
전당포 일을 맡기기는 했지만, 낮으로 서문경은 제형소에 나가있는 터이라 거의 대면한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
“대감 나리, 안녕하신지요?”
한도국은 두 손을 앞에 모아 쥐고 깊이 머리를 숙여 공손히 인사를 한다.
“이게 누구지?”
서문경이 그를 빤히 바라보자,
이병아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얼른 알려준다.
“우리 전당포에서 일하는 한씨잖아요”
“아, 그런가. 난 또 누구라고...허허허...”
서문경은 웃어 버린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주인어른이 못 알아보는 게 자기 잘못이라는 듯 한도국은 또 고개를 굽실거린다.
“실은 말일세 자네한테 뭐 좀 부탁할 일이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밤중에 이렇게 찾아왔네. 그것이 우리 형 일인데...”
응백작이 말하자,
“아, 그래? 자, 앉게. 우선 한잔 하고...”
서문경은 시원시원하게 응대를 한다.
응백작은 이병아가 안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그놈 잘 생겼다. 전번 축하연 때보다 훨씬 더 큰 것 같은데...”
하면서 의자에 앉는다.
“그런가? 허허허...”
자기 자식 칭찬을 해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없다.
서문경은 좋아서 껄껄 웃는다.
이병아도 미소를 짓는다.
한도국은 상전 앞이고, 또 긴한 부탁이 있어서 찾아온 터이라, 의자에 앉을 생각을 않고 그대로 두 손을 앞에 모아 쥐고 서있다.
이병아는 자기가 아기를 안고 앉아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듯이 일어나 슬그머니 자리를 비키듯 나가버린다.
“자, 자네도 앉게”
서문경이 한도국에게 말한다.
“괜찮습니다”
“앉으라니까”
“예”
그제야 한도국은 황송한 듯이 또 한번 굽실 머리를 숙이고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궁둥이를 내린다.
두어 잔 마시고나서 응백작이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부탁이란 다름이 아니라,
저... 오늘 말일세 이 형네 집에 난리가 났지 뭔가”
“난리... 무슨?”
“얘기하기도 창피하네만, 이 형 동생이, 그러니까 내 고종사촌 동생이지, 한이란 놈이 있는데, 글쎄 그녀석이 저의 형수를 범했다는 거야”
“형수를?”
“응”
“시동생이 형수를 범했다... 그놈 참 고이얀 놈이로구먼”
서문경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그 얼굴에는 조금도 고얀 놈이라고 생각하는 기색이 떠오르질 않는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약간 웃음기를 내비친다.
* 계속 150회~~
첫댓글 연재하시느라 수고가 많네
이런 글 쓰려면 작가 엉덩이는
땀띠로 범벅이 되니까
가끔 쉬어 가며 글 쓰시게나
땀띠에 좋은 분가루 발라가며 합니다 감사합니다
과연 서문경이가 어떠게 판결을 내릴지 굼굼 합니다
그러면서 꾹ㅡ
저도궁금요
감사합니다
얄궂게 사건 결말이 날 것 같으넹
한이늠한태만 빡시게 죄을 묻을 듯...
천하난봉꾼 서문경 지가 저질런 죄처럼
얼키고 설킨 이상한 판결을 내릴 듯
그래도 잼있네요
추천은 꾸욱~
즐거운 주말 되시옵소서
감사합니다
추천누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메 징혀~~
참말로 오살나게 징혀~
잉간들..
뭐여 누가 오빠집 문도 안두드리고 쳐들어온거여?
서문경이 담당 되면
뻔할뻔 ㅎ
또누가 뭐라 카겠다 ㅎ
추천꾹
큰누님 안녕?
감사합니다
화성인 내외와 지구인 부부가 서로 짝을 바꾸어 잠자리에 들었다. 요즘말로
스와핑을 한 것이다. 이리 되면 우주 전체가 다 이웃인 셈이다. 화성인의 거
시기가 너무 작은지라 지구 여자가 실망이 컸다. 화성인이 귀를 만져보라고
시켜서 그대로 했더니 방망이처럼 크게 부풀어 올라 모처럼 극환(極歡)을 누
릴 수 있었다. 아침에 남편이 아내에게로 돌아왔다. 자세히 보니 화성 여자
가 남편의 귀를 밤새 얼마나 심하게 잡아 당겼는지 귀 볼에서 피가 철철 흐
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