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떠나자, 충남 공주 레트로여행
[김이삭 기자]
공주시는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백제의 왕도로 자리매김하면서 무령왕릉과 공산성과 같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만큼 중요한 유적들을 남겼다. 이는 지금도 수학여행을 가는 많은 학생들이 '잠깐이나마' 이 도시를 지나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그런 공주가 최근 들어 다른 의미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필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구 공주읍사무소'를 위시한 근대문화유산처럼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명소들이 원도심을 가로지르며 흘러가는 제민천 주변에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들어 공주시는 원도심 일대를 또 하나의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필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지난 3월 11일에 찾아갔다.
원도심으로 향하는 출입구이자 금강을 가로지르는 통로, 금강철교
공주 시내를 가로지르는 금강을 잇는 다리는 3개가 있는데, 금강교와 백제큰다리, 공주대교가 바로 그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는, 바로 과거 조상들이 만들었던 나무다리와 배다리를 대체한 금강교다.
이 다리는 1932년 공주에 자리잡았던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함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지어진 것으로, 6·25 전쟁으로 인해 안타깝게 파괴되었다가 다시 지어진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트러스 구조의 상현재를 아치 형태로 굽힌 모습이 인상적인 금강철교는 기차가 지나갈 법한 이름과는 다르게 자동차와 자전거가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비록 오랜 세월을 자랑한다지만, 둘로 나뉜 시가지를 하나로 이어주는 통로이자 북쪽에서 남쪽의 원도심으로 가는 출입구처럼 여겨진다.
공주의 근대역사를 한눈에, 옛 공주읍사무소
우리가 흔히 백제의 수도로 인식해 왔던 것과는 별개로, 공주는 충청감영이 설치된 조선시대 중반 무렵부터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옮겨진 일제강점기까지 무려 30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충청도의 수부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를 증명하는 대표적인 장소가 바로 2층 규모의 옛 공주읍사무소이다. 출입구가 있는 정면에 드러난 4개의 원기둥이 좌우 대칭의 균형미가 드러나는 전형적인 근대 관공서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처음 지어졌을 때는 충남금융조합연합회의 회관으로 사용되었으나, 충남도청이 이전한 후인 1934년부터는 공주읍 사무소로 전환되었다. 그렇게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주를 대표하는 곳이었음을 입증하듯, 지금은 근대 건축물이자 공주의 역사뿐 아니라 과거 읍사무소의 모습까지 재현된 전시문화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자세히 바라보면 더 아름다운 곳, 공주 풀꽃문학관
충남도청이 공주에 있던 시절에는 금융조합 건물(옛 공주읍 사무소) 주위로 각종 관청과 금융기관들이 자리잡으면서 지금의 '행정타운'과 비슷하게 하나의 중심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우리에게 있어서 크나큰 아픔의 역사나 마찬가지인 일제 헌병대장 관사도 그중 한 곳이었다.
이렇듯 우리 민족의 탄압에 가장 앞장섰던 일본군 헌병대장이 살았던 집은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공주를 대표하는 문인인 나태주 시인의 문학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14년에 문을 연 이곳은 풀꽃보다 더 아름다운 문학에 대한 시인의 애정이 잘 드러나 있어서 전국 각지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 운수 좋은 날에는 직접 문학관에 상주하시는 시인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더구나 문학관 근처에는 시인의 대표적인 작품 '풀꽃'을 비롯한 각종 시와 벽화, 예술작품들로 꾸며진 골목이 조성되어 있으므로 문학관을 방문한 후, 풀꽃을 바라보듯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 참고사항 ※
- 옛 공주읍사무소, 풀꽃문학관 모두 매주 월요일에는 휴관한다. 공주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점을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공주행 고속/시외버스를 타고 여행 온 경우, 도보로 금강교를 건넌 뒤 앞서 소개한 곳들을 둘러보는 걸 추천한다. 색다른 느낌의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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