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짧은 글 당선작.
(천묘. 단시, 川柳. 短詩)
2024년 1월 19일 발표.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전구 다 쓸 때까지도
남지 않은 나의 수명.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다 까먹네.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은
"노환입니다"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자명종 울리려면 멀었나 일어나서 기다린다.
▪︎연명치료 필요 없다 써놓고 매일 병원 다닌다.
▪︎만보기 숫자 절반 이상이
물건 찾기.
▪︎몇 가닥 없지만 전액
다 내야 하는 이발료.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산다.
▪︎쓰는 돈이 술값에서
약값으로 변하는 나이
▪︎젊게 차려입은 옷, 자리를 양보받아 허사임을 알다
▪︎이봐 할멈!
입고 있는 팬티 내 것일세.
▪︎일어섰다가 용건을 까먹어 다시 앉는다.
▪︎분위기 보고 노망난 척하고 위기 넘긴다.
▪︎무농약에 집착하면서
먹는 내복약에 쩔어산다.
▪︎자동응답기에 대고
천천히 말하라며
고함치는 아버지.
▪︎전에도 몇 번이나
분명히 말했을 터인데
"처음 듣는다! "라고.
▪︎할멈!
개한테 주는 사랑
나한테도 좀 주구려.
▪︎심각한 건 정보유출 보다
오줌 유출.
▪︎정년이다.
지금부턴 아닌건
아니라고 말해야지.
▪︎안약을 넣는데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린다.
▪︎비상금 둔 곳 까먹어
아내에게 묻는다.
▪︎경치보다 화장실이
신경 쓰이는 관광지
▪︎손을 잡는다.
옛날에는 데이트,
지금은 부축.
▪︎이 나이쯤 되니 재채기
한 번에도 목숨을 건다.
% 참 현실적이고 사실대로
잘 표현한 내용들입니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