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체가 딱딱할 겁니다... 제 블로그에 올렸던걸 그대로 복사했거든요 헿 ㅈㅅㅈㅅ)
사전투표를 마친 자에게 선거 당일은 꿀같은 휴일이다.
임시공휴일인 만큼 강의도 없었기에, 나는 그동안 고대하던 영화를 관람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영화는 바로 DC의 신작 <더 배트맨 The Batman> (2022).
감독은 혹성탈출 시리즈로 유명한 맷 리브스,
주연 배우는
로버트 패틴슨, 조이 크래비츠, 콜린 파렐, 폴 다노.
때마침 CGV에서 아이맥스 관람객에게 포스터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아이맥스관인 광교 CGV, 오전 10시 20분 회차로 예매하였다.
우선 <더 배트맨>에 대한 감상평을 논하기 전에 나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해보고자 한다.
일단, 나는 마블을 싫어하고, DC를 응원하는 입장이다.
마블의 전성기가 계속되면서 DC의 영화들이 말그대로 폭망하는 걸 지켜보는 팬 입장에선
속이 너무나도 쓰릴 수 밖에 없었다.
훨씬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가지고 왜 저런 영화들 밖에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러한 나의 슬픔은 2019년에 개봉한 <조커> 덕에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DC가 낳은 최고의 빌런으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였다.
아마도 이 영화 이후로 DC는 그들만의 노선을 정한 듯 싶다.
오락성을 극대화한 마블과 반대로, 묵직하고 다크하고 철학적인 히어로물로 방향을 정한 듯 싶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마블 영화가 캡틴아메리카 윈터솔져인가 보다.)
다크한 히어로물이라는 특징에 제대로 부합하는 영화가 드디어 나왔다.
그렇다고 오락성과 대중성을 포기했는가? 그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공격적으로 말하자면, 마블의 테마파크 영화에 익숙해져버린 대다수의 관객들의 취향이
마블풍의 히어로물에 고착화되어서 이런 아쉬운 평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런닝타임이 무려 3시간에 달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로서는 3시간 내내 몰입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전에 리뷰했었던 <어나더 라운드>와 <리코리쉬 피자>는 스포를 최소화하고자
수박 겉핥기 식으로 리뷰한 것 같아서 이번에는 좀 노골적으로 스포일러를 첨가해보려고 한다.
영화의 스토리 전개의 큰 틀을 한 줄로 정리하면
"정의로워 보이는 사회의 질서에 물음표를 던지는 리들러에 맞서 싸우는 배트맨"
정도로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배우들의 연기와 캐스팅 부분은 넘어가겠습니다
블로그엔 썼는데 너무 길어지고 사족 같아서요 ㅎㅎ)
영화 내내 리들러는 수수께끼(riddle)을 내고 배트맨은 추리하면서 빌런을 쫓는 내용이다.
극 중 배트맨은 자경단이면서 뛰어난 탐정이지만, 아직 히어로로서의 경력이 2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정이다.
그래서인지 시종일관 리들러가 배트맨을 갖고 노는? 그림이 그려지고, 실제로 리들러가 짜놓은 판대로 고담 시티는 붕괴되기 일보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리들러가 던지는 수수께끼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커다란 의구심을 던지고,
이러한 수수께끼들 중 하나가
브루스 웨인의 아버지의 과거를 겨냥하자
배트맨(=브루스 웨인)조차 혼란에 빠지게 만든다.
사실 수수께끼 자체는 영화에 큰 메시지를 주지 않는다.
다만 수수께끼를 풀면 풀수록 되려 꼬여버리는 실마리.
리들러는 이런 수수께끼들을 통해 고담 시티의 가면을 벗겨(unmask) 질서를 무너뜨리고자 하였다.
이런 수수께끼들로 인해, 극 중 사명감을 가지고 선역을 자처하는 브루스 웨인조차
자신이 진정한 정의를 위해 나서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극 중 마피아 조직과 엮여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하지만 이러한 내적 혼란을 뒤로 한 채, 충성스러운 조력자인 알프레드의 도움으로
그의 신념을 유지한 채 끝까지 나아간다.
이렇게 보면 아직은 미성숙한 히어로의 성장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안한 내면 심리, 트라우마, 독고다이(?)로 똘똘 뭉친 그의 내면 심리가 일련의 사건들로 성숙해가는 그런 성장물.
아직 초짜 히어로인 배트맨이 성숙해져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그가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훌륭하게 그려냈고,
이는 트릴로지의 출발점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한다.
결국 그는 그의 길이 옳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고
(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는 개인적인 복수심을 억제하지 못할 뻔 하기도 했지만.),
시종일관 어두운 색조를 유지하던 영화는
그가 진정한 히어로로서 성장을 하고 나서야
빛과 밝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 배트맨과 캣우먼이 갈림길에 서서 헤어질 때도, 그는 오른쪽(right) 길을 선택한 것도
배트맨의 의지와 지향점을 어쩌면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소 아쉬운 빌런들의 활용, 메인 빌런의 명분 부족, 뜬금 없는 로맨스로 약간의 감점이 있을 수 있겠으나,
3시간 동안 영화적 장력을 잃지 않은 채
플롯을 이어가는, 한 히어로의 성장물로서
이 영화는 트릴로지의 훌륭한 시발점인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별점 - ★★★★☆ (4.5/5)
한 줄 평 - <조커>가 제시한 DC코믹스 영화의 방향성을 제대로 이어받은 웰메이드 히어로물이자 성장물.
...
...
...
+) 여태 관람한 배트맨 영화들의 개인적인 선호도(작품성 X)를 따지면
배트맨 리턴즈 = 배트맨 > 다크나이트 > 더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라이즈 > 배트맨 비긴즈
+) 너바나의 노래가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 꽤 많은 영화로부터 영감을 얻은 듯하다. 그 중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는 데이빗 핀처의 <조디악>.
조악한 글솜씨임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첫댓글 저도 이번 주말에 드디어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서 배트맨을 봤네요.
개인적인 감상평 대신에 제가 좋아하는 라이너의 영화평 링크를 남기는게 나을것 같습니다.
https://youtu.be/Bv6_ig3jgdc
굉장히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평을 주로 하는 스타일이라 제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일반적으론 독자나 시청자 태클이 무서워서(?), 또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특히 한국 작품에) 소프트한 평을 하는 평론가들이 대부분인데 이 사람은 그런거 없이 자기 생각을 그냥 스트레이트로 꽂아버리는 점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근데 배트맨은 영상 막판에 몇개 아쉬운 점 지적 말고는 칭찬일색입니다.
PLAY
저는 조커를 보고, 재미없는 영화라는 한줄평이 나왔으니 더배트맨도 비슷하겠군요..ㅠ
어제 보면서 계속 느낀 점이지만 영화가 세븐, 조디악, 본콜렉터처럼 히어로 영화가 아닌 연쇄살인추리물처럼 느껴지더라구요. 배트맨이 왜 최고의 탐정인지 말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아캄시리즈 게임하는 느낌이었어요.
다만 시종일관 어둡고 비오는 톤의 영화라서 굉장히 피곤하고 흐름이 끊기네요. 중반이후 몇번 졸뻔했어요
제가 배트맨에 별점 준거랑 비슷하네요 ㅎㅎㅎ 저도 완전 재미나게 봤습니다. 전 벌써 극장에서 2번 봤어요 ㅎㅎㅎ 일부 평론가들이 히어로 영화치고 너무 루즈하다, 우울하다 이러면서 혹평을 하던데 저는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진정한 배트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중요한게 이제 배트맨 활동한지 겨우 2년차 초짜 배트맨이고 그게 영화의 중요 포인트인데, 그거는 감안하지 않고 평을 하는게 너무 거슬리더라구요~
그죠. 다크나이트 시리즈에 익숙해서 그게 정통 배트맨인줄 아는 사람이 많나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ㅎㅎ 애초에 DC의 약자가 Detective Comics이니...
초짜 배트맨인걸 잘 모른채 중2병이다, 미숙하다 이런 평가를 내리는 사람도 있더라고요...ㅜㅜ 이건 본인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걸 드러내는 방증이죠 뭐
@Quentin Tarantino 심지어 평론가라는 인간들이 그렇게 평을 하니 답답하더라구요 ㅎㅎㅎ 그나마 이동진 평론가님께서 맥락을 잘 집으신거 같던데 역시 인기많은 평론가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더군요 ㅎㅎㅎ
아예 19금으로 가는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중반까지 다크하게 가서 좋았는데 뜬금 고양이 누나랑 키스신 나오고 뭔가 한국식 신파로 흘러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부분 가서 리들리는 왜?? 이런 느낌이들고... 아예 딥 다크하게 선혈이 낭자했으면 하는 아쉬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