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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에 서있는데 오늘따라 날씨가 꽤나 쌀쌀 맞았다. '이리 추운데 어찌 지내고 있을까?' 나는 그리 생각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30분을 기다려도 시청 방향 버스는 오지 않았다. 127번 버스 한대 지나 갔으나 그 버스는 빙 돌아 가므로 시간이 많이 걸려 타지 않았다.
30분 넘게 기다려 버스 한대가 왔다. 나는 그 버스를 타고 시청으로 향했다.
"이번 정류장은 시청역입니다"
자동 버스 안내기에서 안내 방송을 듣고 벌떡 일어나 내렸다. 어제 야간한 터라 피곤한지 버스에서 졸고 있었던 것이다. '어? 노숙 농성장이 어디 갔지?' 며질전 올때만 해도 있었던 비닐텐트 한동과 갖가지 투쟁 표지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었다.
남감했다. 나는 삼성SDI 부산공장이 어딨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저번에 왔을때 물었더니 대충 알려준 길만 어림짐작 할 뿐이었다. 집으로 되돌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나는 가야돼. 이걸 줘야해.' 내 손엔 그동안 모아놓은 각종 노조 유인물이 든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 그 유인물엔 삼성SDI 하이비트 노동자들의 소식도 들어 있었다.
나는 시청에서 공업탑가는 버스에 올랐다. '일단 언양으로 가보자. 거기서 다시 버스 갈아타면 된다고 했지.' 일단 버스 타고 공업탑 가서 언양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잠시후 시내 일반버스가 왔다. 그때가 09시 20분경이었다.
10시경 언양 터미널에 도착했다. "삼성SDI 어떻게 가요?"
나는 차표파는 안내양에게 물어보았다. 안내양은 1천원짜리 차표 한장을 내밀며 6번에 가서 기다리면 온다고 했다. 천원을 지불하고 차표를 받았다. 6번에 와서 잠시 기다리니 직행 버스가 한대 왔다. 밖에 안내판을 보니 분명 삼성SDI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오늘 꼬이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나는 버스타고 오며가며 계속 졸렸다. 09시 40분경 삼성SDI 가는 버스에 올러서도 계속 졸고 있었다. "신복로타리 내리실분 나오세요." 나는 졸다말고 그말에 벌떡 깼다. '뭐, 신복로타리? 그럼 다시 울산 온거 아녀?'
"아저씨 이거 삼성SDI 가는 버스 아녜요? 거기 가는줄 알고 탔는데..." 버스 기사 아저씬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 옆에 울산 간다는 글은 안 써있던가요?" 나는 더이상 아무 말없이 내렸다. 짜증났지만 먼저 어디 가냐고 안물어본 내 잘못도 있으니까 그때가 10시 30분 경이었다.
신복로타리 내려 다시 삼성SDI 가는 차편을 알아보았다. 거긴 모든 시외버스와 고속버스가 거쳐가는 곳이라 계속해서 버스가 오고 있었다.
"1723번이 삼성SDI 가요."
차표파는 분에게 물어보니 그렇게 대답했다. 그 버스는 직행버스고 언양을 거쳐 양산까지 가는 버스였다. 삼성SDI 부산공장은 언양과 양산가는 중간쯤 있었다. '이런 한번 타면 갈것을...참 어리석게도 하지.'
버스 시간표를 보니 울산발 11시로 되어 있었다. 나는 10시 30분경부터 귀가 시려울 정도로 추운 날씨에 버스가 도착하기까지 50분 동안을 기다려야 했다. '길을 모르면 물어라' 고 하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이게 무슨 생고생이람' 버스는 11시 20분에 왔다. 언양 터미널에 잠시 쉬었다가 출발하여 삼성SDI 부산공장 도착하니 12시가 다되었다.
'드디어 왔다.'
나는 도착해서 사진부터 찍었다. 내가 도착하여 기웃거리자 삼성SDI 경비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 쳐놓은 어느 현수막은 찢어져 펄럭 거리기도 했다. 그곳의 노숙농성장은 울산보다 더 잘 꾸려져 있었다. 안에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위에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아마 거기서 빌려준거 같았다
텐트 안엔 두 여성 노동자와 서너명의 금속노조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자 이거 심심하면 보세요."
나는 그동안 모아 놓은 노조소식지 등을 여성 노동자에게 주었다. 삼성 하청 여성 노동자는 내가 준 소식지를 꼼꼼히 읽어 보았다. "창기씨 아침 아니 점심 드셨나요?" 밥을 못먹었다고 하니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했다. 금속노조 간부들과 하이비트 여성 노동자랑 같이 가까운 식당에 갔다. 우리가 무리를 지어 움직이니 삼성 경비로 보이는 한 남자가 어슬렁 거리며 우리와 떨어져 우릴 따라오고 있었다.
"왜 따라오고 그래요. 신경끄고 가세요." 여성 노동자는 불쾌한지 큰소리로 말했다. "밥먹고 잠시 이야기 좀 듣고 싶은데요." 나는 밥먹다 말고 여성 노동자에게 부탁해 두었다. 언제 삼성에 입사했고 그동안 어떻게 지내 왔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밥먹고 다시 농성장으로 가서는 모두 약속이라도 한듯이 깊이 잠들어 버렸다. 나도 피곤해서 빈자리에 누웠다. 바닥은 차거웠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인지 임시 천막이 심하게 흔들리며 퍼그덕 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보다 더 큰 소리는 자동차 소리였다. 크고 작은 자동차가 지나갈때마다 자동차 엔진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왔다. 그 임시 천막은 길 옆에 바로 있었다.
"창기 동지 이제 갑시다."
예전에 같이 노동문화 활동을 한바 있는 금속노조 간부가 날 깨웠다. 그는 어제 그곳서 합숙을 했다고 한다. 삼성SDI 하이비트엔 남성 노동자가 없다. 여성 노동자만 있어 삼성 사측으로부터 더 노골적인 핍박을 받아왔다고 한다. 심지어 성폭력과 언어폭력이 예사로 이어져 왔다고 한다. 삼성 노무 관리자는 현장 노동자가 여성이라 더 무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같이 울산으로 가면서 궁금한거 몇가지를 물었다. 나침 그도 나랑 같은 곳에 살아서 집에 올적엔 편안히 올수 있었다.
"거기다 텐트 설치 할때 물리적 충돌은 없었나요?" "지금 삼성 비자금 등 큰 문제가 터져서인지 아무 저항이 없더군요." 그는 삼성SDI 투쟁에 결합하면서 삼성측에 대해 느낀게 있다고 했다. 그것은 '삼성은 지독하다'라는 것이었다.
삼성측은 노숙 농성중인 여성 노동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다.
"가로등 위에 카메라 있는거 보셨나요?" "아뇨, 그걸 어떻게 설치 했죠?" "모르겠어요. 우리가 미리 텐트 설치 할걸 알고 그랬는지 텐트 설치하기 전부터 카메라가 가로등 전등속에 설치되어 있더군요."
가로등 속에 있는 전구를 꺼내고 거기다 감시용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다는 것이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사진이라도 찍어 둘걸 울산 다 와서 금속노조 간부가 말했다. 다음에 갈적에 사진을 찍어 두어야 겠다. 집에 도착하니 15시경이 되었다. 내일(월요일) 부터 아침 출근이니 좀 자두어야지.
밤엔 더 찬바람이 불텐데... 그 여성 노동자들은 이 밤도 잘 지샐지... 하루 빨리 일터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
첫댓글 에구. 언제 저런 분들도 웃으면서 살수 있을래나.. 그래도 화이팅입니다요. 여성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