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는 출장 다니는 와중에도 잠시나마 자연을 벗 삼을 짬을 낼 수 있었지만 지난 금요일 욕실 리모델링하며 시작된 가을맞이 집안 구조변경은 이 가을을 온전히 즐길 자유를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서가를 정리하고, 가구의 배치를 바꾸고, 필요한 물품을 사고, 커튼을 새로 사서 달고, 싱크대를 고치고 버릴 것들 버리고 마지막엔 밤늦은 시간까지 아내의 경상북도공무원교육연수원 강의용 PPT파일을 만들어주고 보니 밤 11시가 다 되었습니다. 그래도 정리를 마치고 보니 집이 예전보다 안락해지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을 분위기를 더 살릴 수 있었음에 기분이 마냥 좋습니다. 아내가 제 도움으로 강의자료를 멋지게 만들었다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더욱 기분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대 작업을 마치고 나온 버릴 것들을 처리하다가 작은 나무문짝 2개를 처리하기 위한 폐기물 스티커 비용을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150cm X 60cm 정도의 크기였는데 문 한 짝에 폐기비용이 5천 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폐기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비용이 지나치게 과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도 간접세의 성격이라 볼 수 있을 터인데 우리가 내는 세금에 대한 불만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격이 되었습니다. 잔존가 200만 원 하는 자동차세가 50만 원인데 시세 1억 원짜리 집에 대해 내는 재산세가 20만 원도 안 되는 등등 세법, 세금제도의 형평, 균형이 맞지 않는 예는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건강보험도도 그렇습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전담교수직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오니 며칠 안 되어 공단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부과점수 방식으로 보험요율을 계산하다보니 상당한 금액이 청구되었습니다. 공단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못 내겠다고 하였더니 최소금액으로 89500원을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청구 금액의 1/2도 안 되는 액수였지요. 이렇습니다. 소득이 아닌 부과점수 방식으로 하다 보니 서민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현상이 다반사로 생기는 거지요. 납세자연맹 등 많은 단체에서 이러한 부조리를 개선하고자 하고 절세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짝 2개를 버리는데 만 원이나 쓸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리 저리 고민하다가 처리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문을 반으로 절단하여100l 용량의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버리게 되면 봉투 가격이 2,500백 원에 불과할뿐더러 다른 쓰레기도 함께 버릴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싶었습니다. 기분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서민들이 비율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내고, 간접세가 세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늦게까지 집안일을 하다 보니 주말편지 쓰는 것도 늦어졌고 새로 맡은 일 관련 자료 준비하는데도 시간을 거의 못써 뒤가 당기긴 하지만 결과가 보이는 일을 마무리한 만족감과 함께 지난 한 주 즐겼던 가을 풍경이 주마등처럼 지나가 늦은 밤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현헌 신흠 선생의 ‘세 가지 즐거움’을 무시로 즐기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중에 짬을 내어 즐겼던 가을의 풍경을 아래 모셔왔습니다.
http://blog.naver.com/bornfreelee/220517394308
세 가지 즐거움(모셔온 글)===============================
문 닫아 걸고 마음에 맞는 책 뒤적이기,
(閉門閱會心書)
문 열어 마음에 맞는 벗 맞이하기,
(開門迎會心客)
문을 나서 마음에 맞는 경치 찾아가기,
(出門尋會心境)
이것이 인간의 세 가지 즐거움이다.
(此乃人間三樂)
-----신흠의 야언(野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