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중 『 황금의 지배자、』-8편-

[♡달기쿠키♡]

『 황금의 지배자、』

―너는 가주를 보필해야만 한다. 그것은 쉘른가의 피를 이은자의 숙명이다.

―금발과 금안이 적통이니, 포기하거라.

너에겐 능력이 없잖느냐.

쉘른가의 황금의 지배자는 네가 아닌 아르웬이다.

―포기하십시오. 로엔님께서 뛰어나신건 분명하나, 가주가 되시는건 불가능합니다.

―…

어릴때부터 지겹도록 들어온 말이었다.

친족들은 물론기어니와, 가신들에게까지 반복되어진 말은 이제 세뇌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납득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같은 쉘른가의 핏줄인데, 어째서 금발과 금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가주가 되는거지?

심지어 나는 동생인 아르웬 보다는 4살이나 많았다.

처음엔 그저 막연히 미웠다.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아이가 그렇게나 샘이나고, 부러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훗날 어린동생의 가신밖에 될수 없는 내가 그렇게나 한심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내가 9살이 되던 해.

화창한 날이었다.

구름한점 보이지 않은 맑은 하늘과, 가지각색의 꽃이 활짝 피어난 정원.

따스한 바람이 머무는 봄.  그날 나는 처음으로 5살난 이복동생을 만났다.

“안녕 오라버니.”

“내 이름은 아르웬. 오라버니 동생이야.”

혀짧은 말투로 자신을 아르웬이라 소개하는 아이는, 정말 눈부시도록 선명한 금발과 금안을 가지고 있었다.

아버지와 똑같은, 하지만 또 다른.

한참을 멍하니 동생을 응시하다 왠지 모를 부아가 치밀어올라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럼에도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다시 내게 말을 붙였다.

그래서 한마디 했다.

“-시끄러워. 귀찮게 굴지 말고 가버려.”

…뒤이어 빼액 하고 울음이 터졌고, 나는 그 소란스러운 소리에 인상을 팍 구길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우리의 첫만남이었다.

*

여태껏 아르웬과는 같은 저택에 머물고 살았지만, 우리는 단 한번도 마주친적이 없었다.

내 어머니인 [레스]부인과, [엔테]부인이 서로를 경계하느라 조치를 취한것이었다.

심지어 가족끼리 만남을 가질때에도 별의 별 핑계로 다 피해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두분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아르웬과 나는 하루종일 얼굴을 맞댔다.

아니 정확히는 아르웬이 일방적으로 쫓아다니는거지만.

대체, 내가 있는곳은 어떻게 찾아내는지 참으로 의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 5살난 꼬맹이가 정말 귀찮았다.

말도 안통하고, 제 성미에 안차면 툭하면 울고

책이라도 볼라치면 심통난 얼굴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게다가 심심하면 내 방으로 찾아들어서(그것도 멋대로) 나를 귀찮게하는데,

그러다 지쳐 잠이들기라도 하면 침구를 모조리 더러운 침으로 적셔놓았다.

후계자로 귀히 여겨지는 아이를 때릴수도 없고 그렇다고 화를 낼수도 없고

…한마디로 처치곤란했다.

어느날은 호수뒤쪽에서 낮잠을 즐기고 있는데 아르웬이 너무 끈질기게 쫓아오는 바람에

내 옷자락에 매달리는 그 손을 매정하게 뿌리쳐버렸다.

“쫓아오지 말라니까! 귀찮…”

“아?”

-풍덩!

발을 헛디뎠는지 아니면 내 힘이 과했는지, 아르웬은 균형을 잃고 호수에 빠져버렸다.

호수는 어린아이가 서기에는 제법 깊었다.

게다가 아르웬은 고작 5살. 그 짧은 다리와 팔로 헤엄을 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주위에 사람은 없었다.

아르웬이 신경질을 부리며 시종이고, 호위며 다 쫓아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팔을 허우적거리며 물속으로 가라앉는 아르웬을 향해 손을 뻗다가,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에 잠시 멈칫했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그래서 아르웬이 죽어버리면, 가문의 후계는 …내가 되지 않을까?

능력이 없으면 어때. 어차피 가문을 이을 수 있는자는 나 밖에 없는걸.

아버지도 건재하니까 쉘른가(家)가 무너질일도 없을것이다.

그런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저 멀리 쫓겨났던 호위기사가 그래도 걱정을 떨쳐낼 수 없었는지 슬금슬금 이쪽으로 오다

아르웬을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호수에 뛰어들었다.

-첨벙.

호위기사는 아르웬을 빠르게 아르웬을 구해내고, 기도를 확보했다.

이내 아르웬이 물을 토해했다.

“아르웬님! 괜찮으십니까?!”

“쿨럭, 쿨럭-!!”

파랗게 질린 얼굴로 잔디위로 눕혀져 숨을 헐떡이고 있는 아르웬을 보고나서야 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동시에 내가 그런 추악한 생각을 했다는것에 놀라 주춤했다.

겁이나서 차마 아르웬과 시선도 마주하지 못하고 도망가려는데, 뒤에서 아르웬이 잔뜩 쉬어버린 목소리로 날 불렀다.

“오, 오라버니. …가지마. 쿨럭.”

“…난….”

“괜찮아. …아르웬은 괜찮으니까 가지마.  ….”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몸을 일으킨 아르웬이 울상을 지으며 나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내 곁에 있어줘. 응? …오라버니.”

“…….”

알고있어?

방금전 나는 널 죽이려 했어.

네가 그렇게나 좋다고 매달리는 내가…. 

오라버니라고 부르며 항상 해맑게 웃어주는 너를 죽이려 했다고.

아니 직접적으로 죽이려 하진 않았다해도 충분히 방관하고 있었지.

“…왜 그렇게 날 따라? 나는 널 좋아하지도 않고, 잘해준적도 없는데.”

“몰라 그런거. 이유같은거 없이 그냥 오라버니가 좋아. 그래서 매일매일 같이 있고 싶어.”

“…너 …진짜.”

목이 메여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내게 아르웬이 다가와 옷자락을 꽉 부여잡았다.

“도망가지마. 나랑 같이 있자.”

아르웬이 활짝 웃는다.

선명한 금빛의 눈동자가 곱게 휘었다.

맹목적으로 나만을 따르며, 애정을 퍼붓는 이복동생의 모습에 어쩐지 눈물이 날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슴을 쿡쿡 찌르는 죄책감에 못 이겨 결국 제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많은것을 배웠다 해도, 아직은 어린나이였으니까.

내가 난대없이 울음을 터트리자 아르웬이 놀랐는지 내 앞에 와 쭈그려 앉아서 머리를 토닥토닥 거린다.

5살의 어린 동생의 손길이었지만, 그게 또 싫지는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울지마 오라버니. 어디 아파?”

“…….”

아무말도 하지 않고 울음소리를 억누르느라 끅끅 거리자 아르웬이 심각한 얼굴을 한다.

그리고는 저도 와앙, 하고 울음을 터트리며 호위기사에게 짜증을 부렸다.

“뭐해 멍청아!! 오라버니가 아프잖아!! 얼른 의원을 치료술사를 데려와!”

“아, 아르웬님.”

“빨리가!! 이러다가 오라버니가 죽으면 네 녀석은 3대가 멸할줄 알아! 절대 곱게는 안죽일거야!”

……생각해보면, 사실 아르웬은 어릴때부터 성격이 그리 좋지는 않았던거 같다.

*

호수 사건이 있은후에 아르웬에 대한 감정은 미움에서, 철부지 귀여운 동생으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잘못한게 있다보니 아이를 대하는게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고,

아르웬이 원하는것이라면 왠만해선 다 들어주었다.

물론 그러지 않는다면 내 자신이 피곤해진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리고 …아르웬에 대한 감정이 온전히 바뀌어 굳어지게 된 계기는. 아마 그때-.

아르웬과 단둘이 별장에 놀러갔다가 [엔테]부인이 보낸 자객에 의해 목숨을 잃어가는 그때.

“죽지마!! 명령하겠어. 죽어서는 안돼!

가주의 말은 절대적이잖아! 나는 가주가 될거야. 그러니까 오라버니는 내게 거역해선안돼.”

겨우 7살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아르웬은 어느샌가 가주 재재로 전해진다는 그 강대한 힘을 과시하며 내게 명령했다.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그 모습이 그렇게나 인상적일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마치 홀린듯 아르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시야에 비추는게 오직 그 한사람인냥.

눈이 부실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는 금발과 금안. 

그야말로 ‘황금의 지배자’란 이름이 더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래. 난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내가 만약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결코 아르웬처럼 눈이 부실정도의 광채를 뿜어낼 수는 없을거라는걸.

‘황금의 지배자’란 처음부터 아르웬의 것이었다. 결코 내 것이 될수는 없었던 것이다.

감격스러운 반면, 조금 허탈했다.

……조금 더 빨리 깨달았다면, 그랬다면 부질없는 가능성에 기대어 아르웬을 질시하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당장 아르웬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충성을 맹세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나는 쉘른가의 후계자인 아르웬에게 마음으로부터 굴복한 것이었다.

그런데 아르웬의 힘이 내게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죽어가는 날 살리기 위함이었다.

가주의 힘이 자의로 다른 이에게 옮겨갈 수도 있다는 것은 처음알았다.

온몸을 강타하는 고통에 윽- 하고 신음을 흘렸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몸 안에서 폭발할듯 날뛰는 힘에 괴로워 몸을 뒤틀자, 아르웬이 천천히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어느새 아르웬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빛은 힘을 다해선지 아지랑이처럼 희뿌옇게 피어오르고 있을뿐이었다.

“괜찮아.”

눈물젖은 얼굴에 내 손을 부비며 아르웬이 말했다.

아픔을 달래듯, 잔잔히 이어지는 그 목소리에 신기하게도 고통이 차차 가라앉아 간다.

나는 그제야 아르웬의 손을 잡아줄 수 있었다.

“…아르.  …가져가. 이건 네것이잖아.”

“아니. 오라버니를-. 로엔을 내 곁에 평생 옭아멜수만 있다면 그걸로 좋아.”

은은한 달빛아래 아르웬은 환히 웃었다. 

가슴이 두근 거렸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앞으로 그 힘으로 오라버니를 지키고, 날 지켜줘.”

알았지? - 조금은 간절한듯 그렇게 부탁하자 나는 언제나 그렇듯 아르웬의 고집에 못이겨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이윽고 아르웬이 내게 폭, 하고 안기며 쓰러졌다.

나는 아르웬의 땀에 젖은 금빛머리칼을 한손으로 쓸어 넘기며 중얼거렸다.

“응. 지켜줄게 아르….

너는 가주고, 나는…네 가신이니까.”

내게 전해준 이 힘으로 평생 옭아 멘다고 했던가….

나쁘지 않아. 예전이었다면 질색을 했겠지만, 지금은 그 말조차도 기쁘지 그지없다.

그러니 기꺼이 따라줄게 가주.

마음속으로 부터 우러러 나오는 웃음에, 아르웬의 손을 잡아 그위에 정중히 입을 맞췄다.

바람이 불어왔다.

하늘에 걸려있는 달은, 그날따라 유난히 밝았던것 같다.

-

어린나이에 능력을 무리하게 사용한 대가였을까.

아르웬은 내게 능력을 전해준 그날이후, 한동안 크게 앓았다.

딱히 병이 있었던게 아니었던 관계로 약이나 마법으로는 치유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 몸이 쾌차할때까지 외가에 머물러 있기로 했다.

처음에는 아르웬이 내 곁을 떠난다는것에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저 아르웬이 예전처럼 몸이 건강해져서 돌아오기를 바랄뿐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밑도 끝도 없을만큼의 허전함을 느꼈다.

허전하다 못해 식욕이나, 수면욕까지 사라졌다. 타인과의 만남역시 즐겁지가 않았다.

그래. 나는 나도 모르게 서서히 메말라가고 있었던것이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오라버니!]

환청처럼 귓가를 파고드는 목소리. 

[오라버니, 책따윈 내 버려두고 나랑 놀아줘요.]

[바이엘꽃으로 멋진 화관을 만들어줘. 나 공주님할래. 물론 오라버니는 기사님!

아니다. 왕자님을 해야지 나랑 결혼하는거지? 그럼 왕자님 하자!]

금방이라도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올것만 같은 아르웬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방안에 머물며 방문을 한결같이 바라보고 있다던가,

호수뒤에서 해가 질때까지 하염없이 앉아있었다.

..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예전처럼 아르웬이 내가 있는 장소에 나타나주기를.

귀찮게해도 좋으니까 그저 그때처럼 다시 얼굴을 마주할 수 있기만을 애타게 바랐다.

함께 있을때는 몰랐다.

정말 몰랐다.

그저 귀찮기만 한 작은 꼬마였는데…. 그랬는데….

사실 아르웬만큼이나 나를 사랑하고, 지겨울정도로 애정을 퍼붓던 이는 지금껏 없었던것이다.

“정말 …날 옭아메어 버렸구나. 이제는 벗어날 수도 없게.”

테이블에 엎드리면서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마냥 멍한 얼굴로 말했다

능력이 전이되면서, 아르웬의 감정까지 옮아온걸까.

아니면 나도 모르는 새에 그녀에게 길들여진걸까. 내가 어느새 이렇게 변한건지 내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비정상적인 집착이라는걸 알았지만 이미 돌이키기엔 늦어버렸다.

어머니는 이런 나를 걱정해서 몇차례나 찾아와 식사도 챙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선물하며 예전처럼 되돌리려고 갖은애를 썼지만 달라지는건 없었다.

그리고 1년이 넘게 흘렀다.

그때까지 나는 아르웬의 환상과 환청으로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지 말고 밖으로 좀 나가자. 응?”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아르웬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머니가 바람이나 쐬자며 나를 이끌었다.

못 이기는척 어머니를 따라 나섰다가 나는 정원을 가로지르는 선명한 금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쏟아지는 햇살이 화사한 금발위로 산산히 부서져 내린다.

오라버니라 부르며 항상 해맑게 웃던 나의 주인, 황금의 지배자 아르웬이 바로 그 곳에 있었다.

이 현실같지 않은 상황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숨통이 트였다.

그저 아르웬이 있다는걸 알았을뿐인데, 공기가 달라졌다. 무채색의 세상이 온통 빛으로 충만했다.

가만히서서 아르웬만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자니 옆에 있던 어머니가 놀란듯 말했다…

“…어머, 로엔. …너 지금 우는거니?”

뺨을 적시는 이 액체는 분명 눈물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내 눈은 쉼없이 아르웬만을 쫓고 있었다.

…아르.

나는 지금껏 착각하고 있던 모양이야.

널 향한 이 감정이 단지 가주로 인정한 주인에 대한 충성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닌가봐.

그냥 네가 아니면 안되는것 같아.

이렇게 널 마주하고 보니 널 기다리던 그 시간이 내게 얼마나 의미없고, 허무한지를 깨달아 버렸거든.

“다시 만나서….”

“로엔?”

…진심으로 기쁘다고 생각해.

그 말을 속으로 삼키며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웃었다.

그것은 아르웬이 저택을 떠나고 나서 처음으로 지어보인 웃음이었다.

결국 이 웃음이나 슬픔도 아르웬이 아니면 표현하지도 못하게 된것이다. 

어쩌면 좋을까…? 내 삶은 이제 아르웬, 널 중심으로 밖에 돌아가지 않는것 같은데.

※

“빠른 시일내에, 쉘른가를 떠나십시오.”

그런 내게 가주가 말했다.

떠나란다.

후작가의 영애와 혼인하여 쉘른가를. 그리고 가주곁을.

나는 당신이 내 세상의 전부인데. 이제와서 그 곁을 떠나라고 한다.

눈앞이 깜깜했다. 그야말로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

휘청하고 옆으로 넘어질것 같은 몸을 힘겹게 지탱했다.

내가 잘못들은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가주를 바라보니 잔인하게도 떠나라는, 같은 말은 반복했다.

나는 흔들리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꾹 다물고 있던 입술을 열었다.

“싫…습니다.”

“예. …에, 뭐?”

내가 처음으로 명령을 거역해서인지,

놀란듯 크게 뜨여졌던 아르웬의 금안이 삽시간에 분노로 물든다.

그녀의 화난 얼굴은 확실히 무서웠다. 하지만 난 내뜻을 꺾을 생각은 없었다.

“싫습니다 가주. …부디 명령을 철회해주십시오.”

“로엔경.”

“다른것이라면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그 명령만큼은 거두어주십시오.”

“…….”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나는 필사적이었다.

내가 지금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지 혹은 유리처럼 금방이라도 깨질듯 위태한 얼굴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가주가 방금 내린 명을 없던것으로 하기를 바랄뿐이었다.

가주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다 곧 내 가슴을 난도질할만큼 잔혹한 말을 내뱉었다.

“이제 더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래서야. 버리려는 이유는.”

“…가주!! 하지만 능력은…!”

“처음부터 내것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금전 도로 가져왔습니다.”

설마 …조금전 그 빛은 그런 이유에서였나?

딱히 능력에 미련을 둔적은 없었지만, 그것이 없다는 이유로 가주에게 버림을 받아야 한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다시 되찾아 오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가주의 것인데.

…내가 그걸 무슨수로 가져올 수 있단 말인가.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낭떠러지에 서 있는것만큼 아찔하고, 절망스럽기까지 했다.

“두번 말하지 않겠습니다.

후작과는 이미 이야기가 끝난 상태이니, 그렇게 알아두도록 하세요.”

“가주!!!!”

가주는 가차없이 나를 등지고 돌아섰다.

나는 엎드린 상태로 풀을 꽉 쥐어 잡고 입술을 물었다.

어쩐지 불안하다 했다.

아마 이런 결과를 짐작했기 때문이었을까.

가주가 유난히 잘 웃어주고 친절히 대해줘서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지만, 또 한켠으론 불안함을 지워낼 수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말입니다 가주.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나는 결코 가주의 곁에서 떠날 수 없습니다. 

평생 곁에 있으라 명했던것도 ….

[“안녕 오라버니.”]

[“내 이름은 아르웬. 오라버니 동생이야.”]

그 옛날, 내게 다가온것도 ―…아르, 네가 먼저였잖아.

[천혜향]

아르웬 너무해 .ㅠㅠ

[볼펜뚜껑]

로엔 맘도 몰라주고!!!아르웬 잔인해!!

[쾌활냥이]

안대!!이렇게 끝날순 업서!!!!!!

[딸기구름]

안돼!!!제발그명령만큼은..ㅜㅜㅜ제발로엔을!!!ㅜㅜㅜ

[송창넌내꺼]

불쌍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깜찍하지용]

어허헝ㅠㅠ슬퍼ㅠㅠ로엔어뜩해ㅠㅠㅠㅠ아르웬너무잔인한명령인거가타요ㅜㅜ

[가을바람]

로엔도 처음에는 아르웬을 마음에 안 들어하고.. 현재는 아르웬이 로엔을 밀어내고..
상황이 역전 되었네요.. 로엔.. 떠나면 안돼~!!진짜..ㅠㅠ

[로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안되에에에

[별한]

ㅠㅠㅠ 안대안대 잔인해애 ㅠㅠ

[박하]

안돼에에에에에에에... 이대로 끝나면 안될텐데...

[언약]

아고야... 이 둘은 꼬이고 꼬이네요..ㅠㅠ.. 근친이라지만 근친의 느낌이 전혀 안들게 사랑하는 아이들..ㅠ

[토리]

ㅠㅠㅠㅠㅠㅠ점점새드로가는건가..?

[천생]

설마 마지막이 세드 인가요??

[파란tor]

ㅎ 잘 보고 가요

[마니아]

세드로 가믄안대요 ! ㅠㅠ

[요구르트]

슬퍼여ㅠㅠ

[깜찍이플러스]

아르야 잡아라..

[초코먹고파]

로엔 불쌍해요ㅠㅠㅠ

[★하루야]

다시봐도 넘 슬퍼요 ㅠㅠ 아 로엔이가 ㅠ

[뽀리뽀포]

로엔...ㅠㅠ아르웬 왜 그래ㅜㅜ그러지마ㅠㅠㅜㅠ

[린냥]

안되안되!!!!!!!!!X10000000

[안녕하소]

안돼ㅜㅜㅜㅜㅜㅜ

[꽃반지]

으엉ㅜㅜ

[초쿄수린]

로엔..ㅋㅋ

[hello]

ㅠㅠ슬퍼요

[내맘알지]

안돼요안돼요안돼애ㅐㅐ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