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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 강남반점) 스님 짜장과 탕수이
사찰짜장이란 정식 명칭이 있지만 스님짜장이 더 어울린다. 스님도 중국집 의자에 앉아 짜장면을 시켜먹는다고 생각하니 다소 생경맞다. 스님들이 눈치 보지 않고 떳떳이 짜장면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이 경북 청도 운문사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스님짜장이라. 돼지고기를 넣지 않고 짜장면 맛이 난단 말인가. 버섯에 그 비밀이 있다. 표고벗섯, 느타리버섯, 양송이버섯 등 6가지 버섯과 10가지 채소를 넣고 춘장과 함께 볶아내면 웰빙 짜장소스가 완성된다. 표고버섯 자체에 식물성 기름을 함유하고 있어 소스를 보면 윤기가 절로 난다.
특이하게도 면 색깔이 연두빛을 띄고 있다. 밀가루에 녹차가루를 넣고 면을 뽑아냈는데 푸성귀 색깔이어서인지 면발이 팔딱 뛴다. 뒷맛은 녹차를 음미하듯 깔끔하다. 돼지고기 뿐 아니라 마늘, 파, 양파 등 불가에서 금지하는 오신채는 전혀 넣지 않는 웰빙짜장이다. 대개 짜장을 먹고 나면 국물이 남는데 면발 때문인지 아니면 소스 때문인지는 국물 한점 없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씹는 야채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다소 퍽퍽한 기분이 들지만 밑반찬으로 양파, 노란 무 이외에도 고추 절임이 그 퍽퍽함을 상쇄해준다. 간짜장처럼 면과 소스가 따로 나온다. 짜지 않기 때문에 소스가 많은 것이 특징인데 담백하고 달콤해 소스 한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게 된다.
사찰탕수이 또 하나의 별미는 탕수이다. 돼지고기가 아닌 표고버섯에 튀김옷을 입혀 튀기고 피망, 사과, 오이로 달콤한 소스를 만들언낸다. 특이하게도 지역 특산과일인 청도 감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소스가 노란색이 아닌 하얀색이 특징인데 소스를 잘 버무려서 야채와 과일과 함께 입에 넣으면 행복할 정도로 별미다. 바삭튀겨서일까 식감은 돼지고기보다 더 나은 것 같다. 탕수이에 양파가 빠진 것이 이색적이다.
탕수이요리를 먼저 시키고 나중에 짜장을 먹어야 안성맞춤.
사찰 짬뽕 과연 홍합, 오징어 등 해산물이 빠진다면 과연 짬뽕맛이 날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다시마, 무로 넣고 팔팔 끓여 육수를 만들고 거기에 버섯종합선물세트를 넣고 끊여 내면 진한 국물 맛이 난다. 버섯의 풍미 때문일까 뒷맛이 아주 개운하다. 녹차 면발이 탱글탱글하다.
메뉴는 광목 천에 세로로 글씨로 써 놓았다. 마치 사찰기둥의 주련처럼 보인다. 짜장면은 7천원, 사찰 탕수이 25,000원으로 저렴하지 않지만 귀한 버섯을 사용한다는 생각하면 그리 비싼 요리는 아니다.
상호는 강남이란 이름을 달고 있지만 강남 분위기를 생각하면 오산. 허름한 시골 중국집이지만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전국의 미식가들이 몰린다. 가끔 먹물옷을 입은 스님도 보인다. 입구에는 '전국 출장'이란 글씨가 써 있다. 하안거, 동안거를 끝낸 스님들에게 기력을 회복시켜주는 음식이 짜장면이라니 다소 생뚱맞다. 하긴 어린 시절 짜장면에 대한 추억이 없는 한국인이 어디 있으랴.
인근 운문사나 석남사 뿐 아니라 강원도 백담사, 전라도에서도 짜장면 배달 요청이 오면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기꺼이 출장을 간다. 하루 종일 배달인 셈이다. 사장은 고행을 겪으며 깨달음을 찾는 스님이 짜장면을 맛나게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으로 여긴단다. 명함을 보니 전국 사찰 출장공양이라 써있다. 요리사로서 최고의 공양을 한 셈이다.
위치: 경북 청도군 금천면 선암로 618 054-373-1569
영업시간을 잘 확인해야 한다. 출장이 잦으니 미리 전화를 걸고 찾아가는 것이 좋다. 054-373-156 평일은 11:00~16:00 토.일, 공휴일:11:00~18:00 |
첫댓글 이런 훌륭한 맛집을 이제사 보았네요.
청도 운문사 꼭 가고 싶었는데 언제고 가면 요 스님 짜장면 탕수이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ㅎ ㅎ
전국 출장 문구 보고 의아했었는데 강남반점 사장님 마인드가 정말 좋습니다. 대장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