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시작되어 연휴가 이어지는데 첫날부터 비가 온다.
늦은 아침 후 빈둥대다가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간다.
충장 축제기간이라 그런가 비 내리는 도로 위엔 차가 많다.
광주극장 81주년 기념이벤트로 3시 10분의 '다가오는 것들'은 이미 지나고
7시 반의 '우아한 나체들'은 거의 처음으로 티켓 두장을 더 받아온다.
다가오는 것들은 프랑스 영화다.
주인공인 여성은 고등학교 철학교사다.
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의 미래 취업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며
수업을 거부하고 참여하는 학생들을 막고 있다.
http://cafe.naver.com/cinemagwangju/10611
선생은 들어오려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
학생들끼리의 토론이나 학생과 교사의 토론 등의 모습에서
한국사회와는 다른 모습을 본다.
철학이란 토론하는 것일까?
영화는 진보적 참여적이라고 생각하는, 그리고 생각과 생각을 일치시키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과 그 가족, 제자들과의 이야기인데 산골로 들어간 제자와의
관계가 특이하다.
모델로서 주인공 하나만을 키우며 힘들게 살아 온 어머니는 불안증을 겪으며
시도 때도 없이 딸을 찾는다.
교수인 남편과는 토론도 하고 책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고전음악을 들으며 살아가나
어쩐지 주인공의 걸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선생님을 찾아 온 남자 제자 파비앙은 대안 세상을 꿈꾸며 남편의 호감을 얻지 못한다.
영화는 지식인 남편이 새로운 사람이 생겼다며 떠남을 통고하면서
여주인공의 심리 변화를 보여주는데 그저 잔잔하다.
외롭게 아프다가 죽어간 어머니가 남기고 간 늙은 고양이 판도라를 보면서
자신 역시 어머니처럼, 저 늙고 뚱뚱한 고양이처럼 변해갈 지 모르는 불안감에 쌓인다.?
산골로 제자를 찾아 가 같이 지내기도 하지만 핑계를 대고 파리로 돌아온다.
딸이 또 새로운 아이를 탄생시키며 미래를 묻기도 하고
지식인으로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세상의 진보에 동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감독은 묻고 싶은가 보다.
영화는 한편의 소설일까? 신변잡기와 어거지의 술고집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들어주는 이야기읽기에서 많이 떨어져 있으니,영화라도 보며 나의 편협을 확인하기???
극장을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광주공원으로 가는 천변 양쪽엔 영호남화합한마당 행사 중이다.
옛시민회관 오르는 계단 양쪽엔 다시 술집 리어카들이 줄지어 있다.
광주천 물 옆으로는 하얀 천막들이 늘어섰다.
다시 극장 앞으로 돌아와 신한은행 앞 특설무대 옆 주막에 자리를 잡는다.
무대 앞에 앉은 이들은 모두 중년을 넘어 노인네들이 많다.
섹스폰 연주에 오카리나 연주가 이어진다.
섹스폰 연주에 맞춰 한 남자가 골반을 돌리며 흥을 돋우는 걸 보고 우린 웃는다.
족발과 구운 전어 세마리에 소주 2병을 마신다.
지난 밥 김교장과 그리 고주망태가 되었으면서 또 마시느냐고 한다.
빗속의 차없는 금남로를 걸어 충장축제를 더 구경한다.
아문당 부근으로는 젊은이들이 많다. 몇 개의 무대 앞엔 사람들이 많다.
메인 무대엔 전통한복의상 패션쇼가 빗속에 열리고 있다.
내리는 비를 온통 맞는 모델들은 춥겠다.
7시 30분에 시작하는 '우아한 나체들'의 주인공은
32살의 가정부 여성 벨렌이다.
배경은 이태리인지 프랑스인지 모르겠다.
영화는 가정부를 희망하는 몇 명의 여성에게 면접관이 묻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면접관은 보여주지 않으며 지원자인 여성들에게 일할 자격을 묻는 것이
우리 사회의 노동시장에 대한 또는 거기에 응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게 한다.
나는 저런 물음에 어찌 답을, 아니 나의 노동을 어떻게 팔 수 있을까?
벨렌이 입주한 집은 수영장과 운동장이 딸린 부잣집이지만
운동에만 빠져있으면서 사회성이 부족한 듯한 아들과 그 홀어머니가 살고 있다.
구부정한 어깨에 종종걸음을 걷는 주인공은 항상 부지런하다.
주인의 신뢰도 받는다.
어느 날 울타리 정리를 하며 건너다 본 이웃의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후 벨렌은 그 이웃집을 찾아갔다가 모두 나체로 지내는 걸 보고
급히 되돌아 온다.
뚱뚱한 경비원 남자는 벨렌에게 호의를 보이며 데이트를 하기도 하지만
막상 모텔에 들어가서는 성교를 거부한다.
벨렌은 다시 나체촌에 들어가 그들과 교류를 하고 돌아온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원하는 걸 하고 살 수 있는 자유
뭐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그 나체촌을 없애자는 옷 입은 여성의 서명지가 돌더니
얼마 후 외부인들이 쳐 놓은 전기철조망에 나체 노인이 죽는다.
나체촌은 사라듯 듯 하더니 그들이 다시 모여 기관총까지 들고 와서는
옷입은 사람들을 닥치는대로 쏘아 죽인다.
그리고 네 명의 경찰관이 나타나서는 그사람들을 골프장 같은 곳에서
다 쏘아 죽인다.
맨 몸으로 도망가면서 푸른 잔디위에 널브러져 쓰러진 사람들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전주국제영화제 후원작이라던가 상영작이라던가?
바보는 몇 잔의 소주 탓인가. 영화의 재미 탓인가 잠을 자곤 한다.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네이버 광주극장 카페를 보니 이런 안내가 있다.)
우아한 나체들 The Decent (2016.한국.오스트리아.100분.18세.디지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