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반나절
(Good day)
계절의
모퉁이에 서서
이쪽 보면 가을이고
저쪽 보면 겨울 같은 풍경
손등 비벼서 온기를 돋우며
여기가 어디냐고
지는 낙엽에게 물어도 모른다 하고
오는 바람에게 물어봐도 모른다 한다
모르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은
우린 수염을 깎지 않아도 되고
넥타이 매지 않아도 좋고
향수 뿌리지 않아도 괜찮은
편안한 대로
또 만났네
금정역에서 만난
국화꽃처럼 희끗하게 생긴 그 칭구들
장대수 중서기 환처니 그리고 나
만나자 해놓고 코로나가 무섭다며
겁먹은 말투로 쭈그리고 앉아서
미루고 거푸 미루고서야
그대들이 말하니
또 우린 세월이야기다
꽃마차
따로 없다
바다의 갓길을 달리면서
묘한 로맨스에 빠져든 듯
만감의 생각들과 낭만이 수평선
잔챙이 파도에 싸여서
눈 안으로 철썩철썩 댄다
이왕지사 항구에 왔으니
어쩌겠나 항구의 찐한 소문과
전설은 듣고 가야지
꽃게랑
바닷고기 맛도 봐야지
조개구이랑 먹어봐야겠지
꾸역꾸역 어시장
골목을 비집고 들어갔다
미끈한 혹은 도톰한 아가씨
허벅지 같은 살점을 핥고 나서야
떡하니 오라버니처럼 폼 잡고 머금은
커피 향으로
입가에 번진 립스틱을 지우는데
지나던 사람들이 눈 반쯤
내리깔고 쳐다보면서
외국인 관광객인가 봐 ㅋㅋㅋ
수군댄다
그런들 우린 상관없다
오목한 U자 모형의 오이도 항구
빨간 등대 옆에서
우리들의 걸쭉한 이야기가
시골장날 난전처럼 펼쳐진다
아
그랬던가
흐르는 세월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지
지금이 그 세월 뒤에 숨어서
평생 가슴에 꽃 달고
꽃무늬 셔츠에
뽀뿌라나무처럼 더벅머리 흔들면서
사는 청춘인 줄만 알았지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진짜로 인생이
이리될 줄은 몰랐네
하지만
어쩔 것인가
해는 내일 다시 솟는데
해가 지면 달도 별도 뜨겠지
우리도 잠에서 깨어날 테지만
조금은 온기가 식어질 것이고
고움마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네
사과 하나쯤이야 와자작
와자작 씹어서 삼키던 우리가
쪼개서 나누어 먹고
자막 없이는
그마저도 돋보기가 없으면
불편한 세상 살아야 하는
우린 청춘을 놓아버린
고독한 인생이네
칭구야
울지 마시라
매일 카톡이 하는 말들대로
우리가 보약으로 그리 살 순 없지마는
몸에서 조금은 이상한
냄새가 나더라도
세월이 뿌려주는 향수라고 생각하시라
칭구야 살아온 것을 후회하지 마시라
너나 나나 몸이 기우러진
처지이기는 하나 어쩌다가
장수노인이 되었네
But
today
is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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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반나절
정촌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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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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